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나갔는데, 무엇보다 화자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것 같다.
학부시절 후배가 교수가 되고 싶다며 학부 교수님과 상담한 적이 있었다. 상담하며 교수님이 후배에게 말씀해주셨던 얘기가 소설에 나오는 강사의 말과 거의 비슷했다. 여자, 강사 등 상대적 약자로서의 삶이 보이는 것만큼 멋지지는 않다는 식의 말이었다. 교수님은 본인이 걸어온 어려운 길을 가게 하고 싶지 않으셨기 때문에 지독하게 현실적인 말로 후배를 말리셨던 것 같다.
소설에서도 강사와 '희원' 사이의 공통점인 용산, 여자, 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무척 닮아있다. 그에 더해 희원이 초반부 그녀의 수업이 좋아질 것 같다고 했던 것을 보면 강사의 태도 역시 자신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강사도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그 둘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더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들이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임을 확인할 때 동질적인 특성을 갖는 타자에게 어쩌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난 뒤에 서로에게 하나하나씩 차이를 발견해나가면서 실망하고 잊히는 장면들은 이 소설뿐만 아니라 이번 책 전체에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희원은 왜 시간이 지나서도 그 강사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 <다른 세계에서도>에서 해수는 언니를 왜 다시 찾지 못할까. 왜 모임을 나와야만 했을까.
책을 다 읽고도 이 질문들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