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부부가 있습니다.

결혼 10년_너와 다시 사랑하기

by 홍은채








전쟁 같은 2월이 지났다.

작년 12월을 시작으로 2월 말까지는 내가 사라지는 마법을 느낄 수 있는 기간이다.

우선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어 삼시세끼 아니, 24시간 주방 풀가동에 밀리는 빨래에 청소에 정신이 없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크리스마스, 새해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한 해의 메인인 2월이 시작된다.

2월에는 많은 행사가 몰려 있다.

설날을 시작으로 설 전날 시아버지 생신, 며칠 뒤 친정엄마, 이틀 뒤 시어머니 생신이 있고 그렇게 한숨 돌릴 때쯤 내 생일이 지나면 우리 둘째 생일이 있다.

2월 16일.

제왕절개를 해서 낳아야 했기에 의사 선생님께 그날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

그날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워낙 2월에 행사가 많다 보니 나는 그날에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를 만났던 그 해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다.

더운 줄도 모르고 시간 날 때마다 만나서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지켜보시던 엄마마저 참 대단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가 연인이 되기로 한 날이 7월 6일이었다.

챙기려면 챙길 수 있지만 우리는 결혼기념일에 낳은 아들내미의 생일잔치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 해 7월 6일을 기념한다.


꼭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를 다시금 떠올려 보는 것이다.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추억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거창한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진심 가득한 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언젠가부터 난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남편을 만난 계절이어서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살아있는 느낌.

그 느낌을 나는 꼭 여름에만 느낀다.

우리의 짧았던 연애는 그렇게 여름에 대한 기억뿐이다.



올해 여름에는 멀리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남편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했기에 맘 편히 여행을 다녀오는 것조차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여전히 내 마음은 그 해 여름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일까? 훌쩍 커버린 두 아이가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자주 한다.

“엄마! 아빠 vs 차은우?”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아빠를 선택하니 영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기적이 있다면

그날.

7월 6일.

그가 내민 손을 잡았던 그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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