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정치 코미디
2020년 개봉한 라미란 주연의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 뉴에서 배급했고 올해 후속작이 개봉 예정에 있다. <김종욱 찾기>를 만들었던 장유정 감독님의 작품으로 2014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원작을 여성 인물로 각색한 경우다.
영화는 최종 스코어 152만으로 손익분기점(150만)을 넘겼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후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 영화는 채 10편도 안된다. 이를 고려하면 꽤 의미 있는 결과다. 주연을 맡은 라미란 배우는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의 이야기다. 그녀는 4선을 노리고 선거운동 중에 있다. 거짓말을 일삼고 살지만 자신이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평범한 정치인이다. 그러던 중 기묘한 사건을 겪게 되고,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속마음이 먼저 튀어나와 버리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정직한' 후보인 이유다.
그녀는 선거 유세를 펼치는 와중에 서민들은 자신의 일꾼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 버린다. 자서전 행사에서는 천만 원을 내고 대필 작가를 고용한 거라는 이야기도 모두 해버린다. 이전에는 청렴한 이미지의 후보였는데 이런 사람이었다니. 대중들은 놀라지만 곧 솔직함이 매력으로 승화되어 좋은 반응을 이끈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주상숙이 거짓말을 앞세워 정치 유세를 펼치는 전반부와, 거짓말을 못하게 되어버린 후 생기는 사고들을 수습하는 후반부.
다양한 사건 사고가 등장하기 때문에 후반부가 산만하고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엔딩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살아계신 할머니 김옥희가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재단을 만드는데 동의하는 등 그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들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도록, 유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코미디 영화다. 이를 위해 영화는 뻔한 결말을 택한다. 알고 보면 주상숙도 선한 인물이라는 걸 강조한다. 재단을 만드는데 동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도 결국 배후의 사람들에게 모른 채 속은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로 한다.
큰 사건을 겪으면 사람은 변한다지만, 초반의 위선적인 정치인 주상숙을 생각하면 같은 인물이라 보기 어렵다. 좋은 엔딩을 위한 쉬운 결말을 택했다는 느낌. 물론 쉬운 영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쉬운 영화, 뻔한 면이 있지만 누구나 쉽게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어쩌면 더 좋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여성 주연의, 그것도 라미란 배우의 코미디 영화이고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재밌는 작품이기에 한 번쯤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극 전반을 이끌어 가긴 하지만,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도 꽤 등장한다. 대표적인 건 주상숙을 보좌하는 김무열과 남편으로 나오는 윤경호 배우 그리고 김옥희 할머니 역의 나문희 배우까지. 이들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깔깔거리며 웃게 만드는, 개그 요소로 가득 찬 코미디 영화는 아니지만 유쾌한 정치 코미디 영화다. 특히 한 명의 여성 주연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편이 기대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