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절대 극장 경험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
코로나로 개봉이 미뤄졌던 콰이어트 플레이스2가 드디어 개봉했다. 2020년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미국 전역 록다운 실시로 개봉 직전 취소, 1년 2개월이나 미뤄졌다.
극장 운영이 완화된 후 개봉했는데, 현재 성적이 팬데믹 이전과 유사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이를 기점으로 극장가가 활기를 찾게 될 거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나의 경우도 그렇듯 대다수의 관객이 1편을 이미 극장에서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1편의 경험을 극장에서 했다면 2편도 극장에서 보고 싶어지는 영화기 때문. 전 편을 뛰어넘는 2편은 없다는 게 나의 총 평이지만 충분히 좋은 영화였다.
1편에서는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극이 흘러갔다면, 이번 편에서는 배경이 확장된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에밋이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하게 된다.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이 사라지니 전 편보다 긴장감이 덜했다. 전 편은 극장에서 경험한 고요함, 적막함에서 오는 공포가 정말 컸던 기억이 난다. 그 중압감에 계속 숨죽이고 봤던 기억. 2편에서는 계속해서 장소가 바뀌고 새로운 사람, 사건이 등장하다 보니 그 공포가 덜하다고 느꼈다.
다수의 새로운 요소를 다루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부족한 개연성에서 오는 궁금증이 길어지기 전에 극은 나를 또 다른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짧은 러닝타임이 장점이 되는 순간.
예측할만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공포감이나 재미가 덜하다는 건 아니고. 주인공들이 어떠한 위험을 마주하게 될지 예상이 가니까 제발 가지 마, 하지 마, 열지 마 하면서 더 숨죽이며 보게 된다.
마지막의 위기는 정말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밌었다. 배를 타고 떠내려 온 괴물이라니. 두 사람이 새로운 터전을 발견한 후, 어떻게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했는데 극은 마지막까지 극한의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내몬다.
많아진 요소들과 (전편보다) 낮아진 긴장감이 특징이지만, 90분이라는 타이트한 러닝타임 속에서 지루함 없이 좋은 공포 스릴러 영화가 만나왔다. 가장 좋은 점은 어린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끈다는 점이다.
성장 서사를 중심으로 한 디스토피아 물이라니 너무 좋았다. 애초에 존 크래신스키가 2편을 만든 이유가 밀리센트라는 인터뷰를 봤다. 그녀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했고, 이 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엄마 에블린 역할의 에밀리 블런트도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 편과 다르게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어른들을 이끈다. 밀리센트라는 캐릭터가 원했던 것처럼, 전 편에서 아빠가 하던 역할을 딸이 해낸다.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탈출한 후 등장인물들이 어떠한 미래를 맞이했을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영화는 끝을 맞이한다. 3편이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스핀 오프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다른 감독이 제작하는 형태라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홀드백 기간을 거친 후 7월 중에 파라마운트 전용 OTT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된다고 한다. 곧 OTT를 통해 만날 수 있겠지만, 영화는 극장에서도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가 심해진 후 극장은 쇠퇴하고 관객은 온라인 경험을 찾아 떠났다. 그럼에도 극장에서 영화를 경험해본 사람이 있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집에서 화면을 켰다 껐다, 영화를 틀었다 멈췄다 하는 경험은 절대 극장에서의 경험과 동일시될 수 없다. 어두운 극장, 커다란 스크린과 사운드가 주는 입체감, 그리고 같은 영화를 보러 와서 같은 장면을 보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까지. 이런 환경에서 영화를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극장은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쪽에 가깝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개봉이 반가운 이유는, 코로나 이전 (2018년 개봉) 1편을 이미 극장에서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번에도 극장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편의 경우 국내에서 52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는데, 현재 코로나로 스크린이 축소된 시점에서 44만 명을 넘긴 걸 보면, 이번 여름에는 극장가가 활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래는 OTT와 극장 경험에 대한 신형철 평론가의 글 일부이다.
- 극장에는 덜 가지만 영화는 더 보고 있다. 매달 얼마를 내면 수백 편의 영화를 언제고 틀었다 끌 수 있으니까. 그래서 거실에서, 리모컨을 옆에 놓고, 시큰둥한 마음으로 본다. 이제 나는 한 편의 영화를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폭군 같은 자유를 누리게 됐는데 나와 영화의 관계는 왜 점점 공허해지는가.
- 집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허락된 일 중 하나가 역설적이게도 영화를 안 보는 일이라는 사실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들어가 영화의 메뉴판을 펼친다. 시식하듯 몇 분을 보고 다음 영화로 넘어간다. 그 일을 반복하다 보면, 시작은 했으나 끝은 못 본 영화가 쌓인다. 이유는 언제나 하나다. 오늘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기에는 내 삶이) 너무 피곤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