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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Mar 02. 2024

한 주를 마치고

긴장의 연속이었던 한 주를 무사히 마쳤다고 쓰고 싶지만 오늘은 좀 힘든 날. 새로 받은 일들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샘플 템플렛을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앞으로 해낼 수 있을지 앞이 깜깜, 두통은 떠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면 녹초가 되어 뻗을 예정이었으나, 남편의 연주가 오늘부터 3일 동안 브루클린, 맨해튼, 뉴저지에서 있다. 예전에는 연주회 할 때마다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는데 14년을 하다 보니 굳이 내가 아니어도 남편이 알아서 잘하고, 돕는 사람도 더 생겼으니 혼자 감당해야 했던 부담을 내려놓기로 한지 몇 년 되었다.


남편은 남편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들의 항해는 순탄치 않았다. 늘 배가 고팠고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각자 몇 사람의 몫을 해내야 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품없이 초라한 그 배는 침몰하지 않았다. 공급자 되시는 그분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셨다.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이상의 것을 무리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겸손과 작은 일 하나도 진심으로 대하는 성실함 대해 배웠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나의 부족함을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결국 일의 능력보다는 같이 일해본 사람이 해준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훨씬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일은 배우면 늘고, 반복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지만 사람이 깨닫고 발전하는 시간은 더디거나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3개월 프로베이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영 아니다 싶으면 내보내거나 나와야 할 것이다.


금요일 출퇴근 길은 한산했다.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나 재택근무가 많아져 금요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터덜터덜 늘어진 솜처럼 무거운 몸을 멱살 잡듯 끌고 브루클린으로 갔다. 바람이 쌉쌀하게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은은한 조명을 우산처럼 쓴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곡들은 현실과 다르게 아름다웠다. 연주회는 늘 그렇듯이 잘 마쳤다. 역시 프로페셔널들을 믿는 이유는 그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신뢰가 밑바탕에 있기에 걱정이 없다는 것. 긴 하루 + 한 주를 드디어 마쳤으나 주말에 연주가 아직 남아있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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