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폭력

분석학적 수필집 #4

by 튜링

세상은 숫자로 사람을 설명하려 한다.

성적, 연봉, 몸무게, 나이, 성격 유형까지

우리는 늘 어떤 평균 안에 놓인다.

그 평균은 편리하다.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만들어주니까.

하지만 그 단순함이 때로는 잔인하다.


‘평균’이라는 말 속에는

다른 수많은 차이를 지워버리는 힘이 있다.

모서리를 깎고, 끝을 다듬고,

결국 아무 색도 남지 않는 회색의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묻는다.

나는 정상인가, 평균적인가, 괜찮은 사람인가.


어릴 때부터 우리는 비교 속에서 자라왔다.

“남들만큼은 해야지.”

“평균 이상이면 됐다.”

그 말들은 겉으론 위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조용한 규율이었다.

평균을 벗어난다는 건 위험하다는 암묵적 경고.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맞춘다.

너무 튀지 않게, 너무 느리지 않게, 너무 다르지 않게.


하지만 세상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아름다움은 평균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시작된다.

음악의 화음도 미묘한 불협이 있어야 살아 있고,

풍경의 빛도 균일하지 않아야 생명감을 갖는다.

사람도 그렇다.

어딘가 어긋나고, 유별나고, 불균형한 면이 있어야

그 사람이 된다.


평균은 안전하다.

그 안에서는 실패할 일도, 튀어보일 일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성장도 멈춘다.

평균에 머무른다는 건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다르다는 건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맞추라고 한다.

평균적인 속도, 평균적인 행복, 평균적인 삶.

하지만 삶은 통계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늦게 피어나고,

어떤 사람은 평생 단 한 번의 빛으로 세상을 바꾼다.

평균이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나는 이제 ‘평균’보다는 ‘흔적’을 믿는다.

얼마나 남들과 비슷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흔적을 남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서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부딪히며 살아왔다는 뜻이다.

그 부딪힘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기 모양을 만들어간다.


세상이 우리를 평균으로 재단할 때,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통계가 아니라, 하나의 예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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