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야기 #1
어릴 적에는 영화에서 본 로봇이 진짜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잘하고, 눈빛도 반짝이고, 사람을 이해해 주는 똑똑한 친구.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현실의 AI는
좀 다르더라.
그 로봇처럼 다정하고 만능인 건 아니고, 오히려 특정한 한 가지를 아주 잘하는 계산기 같은 느낌이다.
얼굴을 찾아내거나, 고양이 사진만 골라내거나, “이 노래 다음엔 이 노래를 틀어줄까?” 같은 제안을 하는 데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그렇지만 친구랑 밤새 수다 떨거나, 철학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건 아직도 어렵다.
물론 요즘의 대화형 AI가 점점 그런 흉내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엔 수학 공식과 데이터가
빽빽하게 쌓여 있을 뿐이다.
AI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열린 한 여름 학회였다.
몇몇 호기심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 “기계도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무모해 보이는
상상을 했고, 그 자리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마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은하계 여행을 계획하는 것 만큼이나
과감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상력은 씨앗처럼 뿌려졌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전문가 시스템이라는 게 등장했다.
의사처럼 진단을 내리거나, 법률가처럼 조언을 하는 프로그램이 잠깐 반짝 유행했지만,
문제는 이게 규칙을 사람이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A라면 B를 하라”는 규칙을 수만 개 적어 넣는 건 끝이 없는 노동이었다.
결국 이 시스템은 금방 한계에 부딪히고, 사람들의 기대도 식어갔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드디어 AI가 다시 세상 무대의 중심에 섰다.
GPU라는 강력한 계산 도구가 나오면서, 사람이 직접 규칙을 넣는 대신 기계가 스스로 패턴을 찾아내도록
학습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양이 사진을 수 십만 장 보여주면, AI는 “이 동그란 귀, 이 부드러운 털, 이 눈매가 모이면 고양이” 라는
규칙을 스스로 터득했다.
사람은 단지 데이터를 보여주고, 정답을 알려줄 뿐이다.
이 방식은 마치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과 비슷하다.
수없이 보고 듣고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규칙을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세계다.
이쯤에서 다시 돌아와 보자,
사람들이 AI를 무슨 신비로운 마법처럼 여기곤 하지만, 사실 AI는 데이터와 수학이 만든 산물이다.
AI는 감정을 느끼지도 않고, 스스로 욕망을 가지지도 않는다.
단지 확률을 계산하고, 패턴을 찾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을 제시할 뿐이다.
우리가 “AI가 똑똑하다” 라고 말하는 순간조차, 그건 인간의 시각에서 봤을 때 “생각보다 잘 맞히네?” 하는
놀라움일 뿐이다.
마치 주사위를 던졌는데 계속 원하는 숫자가 나온 것처럼, 기대 이상으로 잘 풀리면 우리는 감탄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반복 학습이 깔려 있다.
일상 속에서 AI는 이미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스마트폰을 켤 때 얼굴을 인식하는 것도 AI, 유튜브에서 다음 영상을 추천하는 것도 AI,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 상품을 본 사람들이 함께 본 상품” 을 띄워주는 것도 AI다.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 듣는 음악 리스트조차 AI가 나의 취향을 학습해서 자동으로 짜준다.
그래서 요즘 세상을 살다 보면, AI를 안 쓰는 순간이 오히려 드물다.
다만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거라는 두려움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AI는 특정한 문제에는 매우 강하지만, 범용적인 지능을 갖추진 못했다.
바둑에서는 이세돌을 이겼지만, 같은 프로그램에게 오늘 저녁 뭐 먹을지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 할 것이다.
고양이를 인식하는 모델은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번역을 잘하는 모델은 사진 속 사물을 분류하지
못한다.
AI는 좁고 깊은 전문가이지, 아직은 세상을 두루 꿰뚫는 만능 지식인이 아니다.
물론 최근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같은 기술은 점점 더 범용성을 흉내 내고 있다.
사람처럼 대화도 하고, 글도 쓰고, 코드도 짜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건 “패턴 맞추기”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답변을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확률적으로 꺼내오는 것,
그래서 때때로 헛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보면, 이 기술이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더 분명해진다.
AI를 배우고 싶다면, 무엇보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AI는 마법이 아니다.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철저히 인간이 만든 도구다.
그 뿌리에는 데이터가 있고, 그 줄기는 수학과 통계가 있으며, 그 열매가 바로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AI 서비스들이다.
그러니 AI를 공부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철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수학이 어떻게 현실을 설명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시 말해, AI를 두려워할 필요도, 지나치게 신비화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AI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역사 속에서 한때는 허황된 꿈처럼 여겨졌던 이 기술이 지금은 우리 손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