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9 QT

큐티인

by 그리다 살랑

민수기 10:1-10


은나팔 둘을 만들되 두들겨 만들어서 그것으로 회중을 소집하며 진영을 출발하게 할 것이라


굳이 '두들겨' 만들라고 하신다. 두들겨 맞아야 회중을 소집하며 진영을 출발하게 하는 나팔 부는 자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텐데 나는 도통 두들겨 맞질 않는다. 어제도 남편에게 성질을 냈다. 영 죽어지내질 못한다. 남편에게 순종이 안 되는 지체들을 보며 나는 은근히 순종하고 있다 여겼던 듯. 만약 그렇더라도 내가 순종이 돼서 순종했을까. 겉으로 내세울 게 없으니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 뭐가 없어도 이 모양인데 뭐라도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남편을 쥐 잡듯이 잡고 살았을까. 나를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딱 맞게 나를 세팅해 주셨다. 그거에 또 순종이 안 돼서 몇십 년을 우울했다. 순종이 안 되는 나로구나.


아니 근데 어제 내가 성질낸 것은 애들에게 너무 티브이만 보게 하는 문화를 제공(?)하는 남편이 맘에 안 들어서인데, 이 부분에서 매번 성질이 난다. 그렇지만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있는 대로 짜증을 냈다. 그런데 속을 더 들여다보면 여행 와서 내 시간을 1도 가지지 못한 데서 짜증이 폭발한 것 같다. 글도 그림도 짬이 안 난다. 여행일정이 힘들어서는 아니고 여유 있게 숙소로 돌아와도 저녁 챙겨줘야 되고(남편이 많이 챙겨주긴 하지만) 혼자 나갈만한 상황이 안되기도 하고 혼자 갈만한 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여행 와서 주부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걸 남편은 이해 못 한다. 남편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좀 즐기다 오라고 해도 이분은 가지 않으신다(투철한 책임감). 물론 저녁 먹고 나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나는 애들이 깨 있으면 일기든 뭐든 집중이 안된다. 그러니까 남편이 이해 못 하는 것이다. 저녁시간에 하면 되는데 굳이 따로 시간을 내서 다른 공간에 있으려는 내가... 그 말도 맞네. 답답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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