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사무엘상 28:1-25
본문내용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울을 피해 다른 나라로 피신해서 그 나라 편인 척 살고 있는 다윗. 그런데 그 나라 왕이 사울과의 전쟁에 다윗보고 함께 나가자고 한다. 그 와중 이스라엘의 위대한 선지자 사무엘이 죽었다. 사무엘의 말이 듣기는 싫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건 알았던 사울. 블레셋이 쳐들어오자 너무 두렵고 불안했다. 불순종했을지언정 방향을 잡아줬던 사무엘이 없으니 두려운 그가 결국 찾아간 곳은 자기가 쫓아냈던 신접한 자(무당)이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그제야 하나님께 묻지만, 답하지 않으신다. 응답하지 않으심으로 하나님은 답하셨다. 사무엘의 영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의 뜻(사울이 망할 것)을 확인한 사울은 두려움에 완전히 엎드러진다.
사울이 참 오락가락한다.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계신 건 알겠는데 나의 하나님은 아니고, 심판하시는 하나님만 알고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은 모른다. 회개할 줄 모르고 회개할 마음이 없다. 왕의 자리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 내가 왕인데, 다윗이 벌써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았고 게다가 그는 전쟁도 잘하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좋다. 내 남은 임기는 얼마인가, 두렵고 불안하다.
오늘 본문을 읽으며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사울임을 확인한다. 나도 믿음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복으로 가득 차, 불쌍하게 자란(?) 나를 하나님이 우쭈쭈 봐주시기를 바란다. 내게 혹시 악한 게 있다면 그것은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살기 위한 방편으로 생긴 것이다. 어릴 적 야생에 던져져 생존을 위해 마구잡이로 손으로 먹는 나에게, 손으로 먹는 건 악한 거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땐 몰라서 그랬을지 몰라도, 수저로 직접 떠먹이며 이렇게 먹는 거라고 알려주신 지 10년도 더 넘었다. 모두가 같이 먹는 자리에서 수저로 먹어야 함을 (이제는) 알면서도 "나는 이렇게 먹는 것밖에 모른다"며 손으로 게걸스럽게 퍼먹고 튀기며 우악스럽게 내 상처만 주장하고 있다.
배울 생각이 없고 내 방식을 돌이킬 생각이 없다. "수저로 먹는 건 너무 힘들어 나는 못하겠어 근데 나는 왜 수저로 못 먹지 나도 내가 싫다" 하며 자기 비하를 하는 나를, 안 되는 걸 인정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며 동정해 주길 바란다. 이 말을 쓰면서도 "나는 이렇게 내가 안 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안 돼서 이러는 거라니까요?" 알아주길 원한다.
두렵다. 내가 영원히 이럴까 봐. 영원히 이렇게 입만 나불대고 그저 불안과 두려움에 떨다가 사울처럼 죽음을 맞이할까 봐. 평생을 이도저도 아니게 살다 회개 없이 죽을까 두렵다. 세상에서 발은 못 빼겠고 그렇지만 하나님이 두렵기는 하다. 세상에서도 잘 살고 싶고 하나님께 인정도 받고 싶다. 근데 그러기 위해 내가 무언가 해야 하거나 바뀌는 건 너무 힘들다. 이런 한심한 한탄을 늘어놓은 지가 언제부터며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이도저도 아닌 불쌍한 영혼이여.
끝까지 회개 않고 자기 방법을 찾다가 안 돼서 좌절하고 기력을 못 차리고 있는 사울이 바로 나이다. 회개하고 싶진 않고 하나님을 이용해 이 땅에서 잘 살고만 싶은 악함이 있다. 말로만 나불대기만 몇 년인지 모른다. 나는 안 돼요- 언제까지 안된다고만 할까. 물론 회개가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이킬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다. 원대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말고 오늘 이 자리에서 사소한 것 하나 적용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무엇을 적용해야 할지 알려주시고, 말만 씨부리지 말게 하소서. 그러나, 말만 씨부려도 - 멱살 잡고라도 저를 주님의 길로 이끌어 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