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쓰지 말라셨는데...
피식피식
혼자 입꼬리를 올리며 실실 웃고 있다.
분명 이 책들은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이다.
그런데 왜 웃고 있지?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류귀복 작가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소개해 주셔서 나는 뒤차를 타는 느낌이다.
작가는 에세이 출간 후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면서 아낌없이 투고 노하우를 브런치에 연재했다. 널리 이롭게 퍼진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는 나 같은 초보 라이터에게 희망이자 구원이었다.
정말 '내 암것도 몰라서'를 입에 달고 사는지라
출간 기획서가 뭔지 투고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책 속에는 작가가 투고 과정에서 흘린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이다.
작가는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세상 행복한 이유를 진통제의 효과 보다 가족에게 느끼는 마약 같은 사랑을 뽑는다.
에세이는 이래야 한다. 나처럼 현실 부정, 불평불만에 징징 거리기보다 사소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이 바로 에세이라고 생각하며 반성 1을 했다.
다음 책에 반성 2 할 대목이 나온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나처럼 '암것도 모른다.'를 수시로 시전 하는 사람을 위해 브런치 응원하기 수수료에 대한 놀랄 정보가 담겨있다. 앱 결제가 아니라 웹 결제를 해야 거대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사실이 적시되어 있다.
작가의 구독자 급증 비법은 상부상조라는 자치규약에 근거했다. 나는 구독자 수 늘리기가 두렵다. 다 못 읽을까 겁이 난다. 하지만 류귀복 작가는 차 안에서 빵을 먹으며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24시간이 모자란 이 사람이 내 글에도 어김없이 댓글을 달아 준다. 댓글 플러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일상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나는 밥을 빵으로 대체할 자신도 없다.
그렇기에 내가 구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작가님들이 아주 많다.
여하튼 작가의 이런 선한 노력 덕에 브런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구독자 베스트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책이 되었고 출간이라는 빛을 보게 되었다. 곧 두 번째 책 역시 광명을 맞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잠을 더 포기하고, tv 리모컨을 내던질 용기가 없다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P198
이 대목에서 책을 덮을 뻔했다.
여기서 반성 2가 나온다.
나는 잠을 못 자면 죽는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손 닿는 곳에 티브이 리모컨이 항상 있다. 요 근래는 왕좌의 게임에 빠져 있음을 고백한다.
작가의 본업은 병원 방사선사이다. 일하며 책 두 권을 출간하기까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얼마 전 남편과 식사 중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은
"글을 제대로 쓸려면 잠도 줄이고 해야 하지 않아? 니는 볼 때마다 자고 있던데..."
이 인간은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잘 때나 돼야 들어오니 자고 있지. 내가 애도 보고, 살림도 하고, 돈도 버는데 잠도 줄이며 글까지 써야 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류귀복 작가가 내 남편과 나보다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 나는 저 중에서 글쓰기만 재미있다.
처음 브런치 작가에 합격 후 제사 이야기를 쓸 당시였다. 브런치 북 연재글이 최소 10편인 것을 몰랐다. 성질이 급하고 마음이 급해 빨리 연재북을 내고 싶어 밥도 안 먹고 글을 썼다. 일은 해야 하니 밥을 포기하며 글 9편을 3일 걸려 완성했다. 그런데 한편이 모자랐다. 그것도 발행 버튼이 안 눌러져 알게 되었다.
새벽까지 글을 썼고 첫 브런치 북이 탄생했다. 그때는 글 쓰는 맛에 살이 쏙 빠질 정도였는데 연재북이 발행 요일을 정할 수 있음을 알고부터 리모컨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요령의 지름길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곧 반성 3이 등장한다.
글쓰기 보다 퇴고가 더 힘듬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나는 퇴고를 싫어한다.
작가는 퇴근 대신 퇴고를 한다고 했다.
나는 퇴근하고 밥 먹고 소재가 떠 오르면 글을 쓴다. 글 하나에 세 시간이 안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끄럽지만 이런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친구들이 집어내는 오타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에서 나오는 이불킥은 기본이고 자책은 옵션이다.
작가는 에피소드 하나에 두 시간 이상, 퇴고에 7시간 이상의 공을 들인다.
정말 이 대목에서 부끄러웠다.
지금 쓰는 이 글은 수십 번 고쳐 보고 꼭 내일이나 발행해야지 다짐했다.
병적으로 발행을 먼저 누르는 이상성격을 고쳐 보련다.
글쓰기의 원칙 중 하나가 간결하게 쓰는 것이다.
나 역시 글을 쓸 때 추구하는 원칙 중 하나가 간결한 표현이다.
두서없이 길어지는 문장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허세 가득한 수식어와 장황한 설명이 자꾸 글을 망친다.
작가의 두 권 책의 모두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간결한 표현 추구라는 글쓰기 원칙이 잘 지켜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작가는 말한다.
길게 쓸 능력이 안 된다고...
겸손과 더불어 유머가 더해진 통통 튀는 문장들이 참 매력적이다.
유용한 경험들과 정보들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마지막은 언제나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류귀복 작가의 책 두권 완독 재독 끝...
류귀복 작가 북토크
6월 19일 목요일 저녁 7시, YES24 강서 NC점
못 가는 마음 글로 대신합니다.
지방민이라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퇴근하면 7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