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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 자라는 나이

나이 들어 좋은 점

by 송주

감동도 교훈도 없는 글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패스해 주세요.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나 복부 지방 흡입 하려고 병원 알아봤어."

그러자 모두 자기들도 뱃살이 안 빠진다며 토로했고 그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송주야 너 병원 갈 때 나도 꼭 데꼬가."

역시 유수의 세월 저들과 친구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나를 포함한 40대 중반의 내 친구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키에 저체중과 정상 체중을 가진 중년 여성이다. 난데없이 지방흡입 드립을 진지하게 쳐대는 내게 욕을 내뱉을 줄 알았는데 함께 가자고 하는 동지까지 생겼다. 이래서 친구 하나 보다.

반백살을 향해 가는 나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는 뱃살과 자매품 옆구리 살을 남기고 있다.

내 복부 지방 흡입 선언에 남편은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처럼 몸 전체에 지방이 보호막을 치고 있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 나도 허벅지, 팔뚝 하물며 손발까지 고루고루 찐다면 차라리 보기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앞서 글에서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슬픔 구두에 빗대 토로했다. 글에 슬픔이 곁들여졌다는 건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독자에 따라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https://brunch.co.kr/@salsa77/460

중년의 몸매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뱃살이다.

이 역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복부 지방이 가장 큰 난제이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먹지 않아도 자동으로 쌓이고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 원인으로 여성 호르몬 감소, 기초대사량 감소, 운동량 감소 등 다양한 감소 들이 꼽히고 있다.

그중 감소가 아닌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령증가


나이 들어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경험치 많은 좋은 어른

경험치의 기준도 모르겠거니와 나쁜 어른만 아닐 뿐 좋은 어른인지도 모르겠다.


안정감 있는 나이

죽을 때까지 벌어야 할 것 같아 안정감이 전혀 없다.


연륜이 묻어 나는 온화한 인상

주름만 늘고 얼굴은 쳐지는데 온화한 인상은 개뿔이다.


현명함

얼마 전 만우절에 또 속았다.


전에 아빠가 그랬다. 나이 들어 좋은 건 하나도 없다고.. 전적으로 동감이다.


뱃살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이슈를 만든다.

할머니께서 당뇨병을 앓으셨고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한 세대를 건너뛰어 발현된 건지 내게 임신성 당뇨가 찾아왔다. 집안 많은 식구들 중 하필 제일 마르고 비실비실한 내게 성인병 유전자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뱃살에 더 민감해졌다.

젊을 때는 강도 높은 운동 또는 꾸준한 운동으로 관리가 된 복부 지방들이 세월을 따라 정신줄을 놓는다.

라면 한 끼, 빵 한 개에도 쉽게 정체를 드러내고 배에 붙어 악귀처럼 떨어지지도 않았다.


사실 말이 쉬워 지방 흡입이지 비용문제도 위험부담도 수반하니 결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저녁을 줄이고 꾸준히 헬스장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제발 얼굴은 남겨 두고 뱃살만 정리되길 바라며 머신 위를 걷기 시작했다. 종종 그 이름이 무색한 천국의 계단 위도 걷는다.

뱃살 타파용 홈트 기구도 구매했다. (이건 괜히 산 것 같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절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못할 때도 있지만 자제할 때가 그보다 많다. 슬프지만 이거라도 좋은 점이라 해 두자.


이 밤 대리만족 차원에서 자꾸만 먹방 유튜버에게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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