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좋은 점
감동도 교훈도 없는 글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패스해 주세요.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나 복부 지방 흡입 하려고 병원 알아봤어."
그러자 모두 자기들도 뱃살이 안 빠진다며 토로했고 그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송주야 너 병원 갈 때 나도 꼭 데꼬가."
역시 유수의 세월 저들과 친구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나를 포함한 40대 중반의 내 친구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키에 저체중과 정상 체중을 가진 중년 여성이다. 난데없이 지방흡입 드립을 진지하게 쳐대는 내게 욕을 내뱉을 줄 알았는데 함께 가자고 하는 동지까지 생겼다. 이래서 친구 하나 보다.
반백살을 향해 가는 나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는 뱃살과 자매품 옆구리 살을 남기고 있다.
내 복부 지방 흡입 선언에 남편은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처럼 몸 전체에 지방이 보호막을 치고 있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 나도 허벅지, 팔뚝 하물며 손발까지 고루고루 찐다면 차라리 보기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앞서 글에서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 슬픔을 구두에 빗대 토로했다. 글에 슬픔이 곁들여졌다는 건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독자에 따라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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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몸매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뱃살이다.
이 역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복부 지방이 가장 큰 난제이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먹지 않아도 자동으로 쌓이고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 원인으로 여성 호르몬 감소, 기초대사량 감소, 운동량 감소 등 다양한 감소 들이 꼽히고 있다.
그중 감소가 아닌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이 들어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경험치 많은 좋은 어른
경험치의 기준도 모르겠거니와 나쁜 어른만 아닐 뿐 좋은 어른인지도 모르겠다.
안정감 있는 나이
죽을 때까지 벌어야 할 것 같아 안정감이 전혀 없다.
연륜이 묻어 나는 온화한 인상
주름만 늘고 얼굴은 쳐지는데 온화한 인상은 개뿔이다.
현명함
얼마 전 만우절에 또 속았다.
전에 아빠가 그랬다. 나이 들어 좋은 건 하나도 없다고.. 전적으로 동감이다.
뱃살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이슈를 만든다.
할머니께서 당뇨병을 앓으셨고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한 세대를 건너뛰어 발현된 건지 내게 임신성 당뇨가 찾아왔다. 집안 많은 식구들 중 하필 제일 마르고 비실비실한 내게 성인병 유전자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뱃살에 더 민감해졌다.
젊을 때는 강도 높은 운동 또는 꾸준한 운동으로 관리가 된 복부 지방들이 세월을 따라 정신줄을 놓는다.
라면 한 끼, 빵 한 개에도 쉽게 정체를 드러내고 배에 붙어 악귀처럼 떨어지지도 않았다.
사실 말이 쉬워 지방 흡입이지 비용문제도 위험부담도 수반하니 결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얼마 전부터 저녁을 줄이고 꾸준히 헬스장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제발 얼굴은 남겨 두고 뱃살만 정리되길 바라며 머신 위를 걷기 시작했다. 종종 그 이름이 무색한 천국의 계단 위도 걷는다.
뱃살 타파용 홈트 기구도 구매했다. (이건 괜히 산 것 같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절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못할 때도 있지만 자제할 때가 그보다 많다. 슬프지만 이거라도 좋은 점이라 해 두자.
이 밤 대리만족 차원에서 자꾸만 먹방 유튜버에게 다가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