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다니다 보니 지도 상 거리나 행정 구역은 의미 없었다. 중요한 건 차가 달리거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의 길이. 그나마 길이 있고 길을 안다면 말이다.
울릉도 송곳산 근처에서 길을 잃고 119를 불렀을 때와 저동도동옛길에서 휴대폰배터리가 후달려 간간이 발앞을 비추며 마을불빛을 발견했을 때, 중요한 건 문명과의, 생존과의 거리였다.
침수된 차를 폐차한지 2주째, 성남과 용인, 늘 차 몰고 다니던 길을 버스를 탄다. 좌표는 가깝다 못해 거의 겹치지만 걷고 버스 타며 만나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