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 Jan 25. 2018

꼬랑지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가을이의 체중 만큼이나 나날이 장난도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처음에는 무관심이던 어머니의 관심이 가을이에게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린 대로 우리 어머니는 고양이라면 아주 끔찍하게 싫어하셨던 분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의 일이었는데 그때도 길고양이들은 있었고 우리 집 주변을 영역으로 삼아 살아가던 어떤 고양이가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때도 어머니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그 고양이를 보고 쫓을 양으로 소리를 치셨는데 고양이가 도망도 가지 않고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고 있기에 발도 굴러보고 위협도 하고 해서 도망치게 하셨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양이가 쥐를 한 마리 잡아다가 능지처참하듯 갈기갈기 찢어 현관 앞에다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것이 고양이가 자신을 해코지하기 위해 한 짓이라고 판단하고 그 고양이를 볼 때마다 빗자루를 들어서 때릴 듯이 쫓아내곤 하셨고 그 뒤로부터 고양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가을이를 입양하기 전부터 그리고 입양 후에도 식사 시간이 되면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에게 고양이에 대한 상식을 떠벌리기 시작했고 가을이가 하는 행동들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서 계속 설명을 했습니다.
때로는 어머니에게 직접 설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누라와 둘이서 대화하는 식으로 해서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끔씩 가을이를 안고 어머니 방으로 가서 가을이를 만져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고양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어머니도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쿡~ 찔러보곤 하셨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당신 방에 가을이를 오지 못하게 하셨지만 가끔 우리 방에 오셔서 가을이를 보고 가시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가을이의 꼬리가 너무 재미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게 가을이에 대한 마음을 여신 후 하신 첫 마디였습니다.   
가을이의 꼬리는 무엇엔가 밟힌 듯이 약간 구부러져 있는데 가을이가 도도하게 걸어 다닐 때면 마치 악보의 음표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가을이 꼬리를 보았을 때 가을이가 구조되기 전에 누군가에게 꼬리를 밟혔거나 자전거 바퀴 같은 것에 밟혀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하고 녀석이 그저 사고를 당했거니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고양이가 어미 뱃속에 있을 때 영양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 그렇게 꼬리의 발육이 정상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길냥이들의 현실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을이의 휘어진 꼬리 덕분에 어머니는 가을이에게 마음을 여시기 시작했고 가을이가 우리집의 정식으로 가족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어머니는 가끔씩 우리 방에 오셔서 가을이가 누워있을 때면 가을이의 꼬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 보거나 아니면 말로 꼬리 좀 움직여 보라고 요구를 하시곤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뒤에 가을이는 어머니의 방을 처음으로 구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초겨울이었기에 방문을 잘 열어놓지 않으셨지만 가을이 때문이라도 방문을 꼭꼭 닫아놓고 다니셨기 때문에 가을이는 그때까지 어머니 방 앞에 가서도 냄새만 킁킁 맡아보다가 옆에 있는 어머니의 화장실로 들어가서 순찰을 하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던 가을이가 슬그머니 닫힌 문틈을 열고 어머니 방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가을이보고 나가라고 소리를 치셨지만 내심 가을이가 당신 방에 온 것이 기쁘셨던지 예전에 소리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약간은 호들갑을 떠시듯 소리를 지를 뿐 가을이를 위협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듣기엔 목소리에서 흥분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역시 어머니한테 애교를 잔뜩 부리며 서서히 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 냥이 주인






매거진의 이전글 사고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