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이 녀석의 탈출시도가 있고 며칠이 지나 야생성을 잡기 위해 녀석을 포획틀에 넣어 베란다가 아닌 방문 앞에서 지내도록 했습니다. 녀석을 집안으로 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였지만 녀석이 혹시라도 다시 탈출해서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집안으로 이른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포획특 안에 작은 상자에 모래를 채워 화장실도 만들어 주고 사료는 식사 때마다 따로 넣어주면서 녀석의 순화교육을 시키고자 했습니다. 가을이의 경우는 순화를 시킬 필요도 없었고 무척 사교적이었기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우리 집에 적응했는데 반대로 초동이 같이 자아가 형성된 길고양이들은 집고양이가 되는 순화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순화시키는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기에 조금 일찍 집안으로 들이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분들의 조언을 얻어 녀석의 순화 교육을 빨리 진행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포획틀에 갇힌 첫날은 무척 경계하고 무서워하면서 눈치만 이리저리 살피고 하악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주는 사료도 얌전히 잘 받아먹고 화장실도 잘 사용하길래 생각보다 적응을 잘 해나가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으로 안도감이 들었고 이대로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에 저는 언제나처럼 아내보다 일찍 일어나 방을 나왔습니다. 그때 제 멘탈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초동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다소곳하고 눈치만 살피면서 주는 밥도 잘 쳐드시던 초동이 녀석이 화장실 모래를 바닥 이곳 저곳에 뿌려놓고 상자로 된 좁은 화장실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태연히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포획틀 바닥을 넘어 2층 마루 바닥에 널려 있는 모래들을 보면서 어지러이 널려진 모래처럼 제 마음도 어지러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가을이를 기르면서 그런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 녀석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녀석을 다시 밖으로 내보내야 하나? 여러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습니다. 이때 가을이는 벌써 변기 훈련 막바지에 이르러 변기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경지에 있었는데 초동이 녀석은 화장실 모래들을 다 퍼내고 태연히 거기 앉아있는 모습에 저는 절망하기 충분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에게 멘붕과 절망감을 선사한 초동이 녀석은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난장판을 만들었기에 그 뒤로는 화장실을 넣다 뺐다 하면서 적응 훈련을 해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가을이는 관심이 1도 없는 쥐돌이 장난감을 포획틀에 넣어주었더니 물고 빨고 깨물고 세상에 좋아해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너무나 다른 성격을 보니 무척 신기하고 새롭게 여겨졌습니다. 쥐돌이를 계기로 까칠했던 녀석을 순화시키기 위해 오뎅꼬치 장난감으로도 놀아주면서 녀석과 교감을 쌓아보려 했습니다. 물론 이 오뎅꼬치도 가을이가 어려서는 무척이나 잘 놀던 장난감이었는데 성묘가 되어서는 쳐다보지도 않던 물건이었지만 초동이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의 요지경 물건이었나 봅니다.
녀석과 오뎅꼬치로 놀아주다가 녀석을 만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획틀 입구 반대편에서 오뎅 꼬치로 장난을 치면서 입구 쪽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손이 오가기도 전에 녀석은 아주 우렁차게 골골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이에게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와 같이 우렁찬 골골송이었습니다. 더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게 하악질을 해대던 녀석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우렁찬 골골송에 다시 한번 제 멘탈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을이와 함께 하면서 그런 골골송은 들어보지 못했고 그나마 들릴까말까 하는 정도의 골골송도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들렸는데 집에 들인 지 한 달도 안 되고 실내로 옮긴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녀석이 그것도 처음 손을 대자마자 우렁찬 소리로 골골대는 모습은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 녀석은 손을 넣어 쓰다듬어 줄때마다 매번 힘찬 골공송을 불러주었고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며 만족한 마음으로 녀석을 업어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냥이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