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오후반 친구들 1

by 솔트앤선

처음에는 싫었다 이 오후반이

하지만 어느새 오후반이 싫지 않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소중해졌다.

하와이의 따스한 태양 아래, 무엇보다 소중해진 친구들과의 추억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오후반이 된지 2주차,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오는 월요일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고, 수업 분위기는 조금씩 변했다.

동양인이 아닌 스위스, 브라질 출신의 친구들이 합류하여 수업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오후반 수업이 끝나는 5시,

그때부터 또 다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영어로만 대화하는 맛집 탐방 수업, 각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문화 세션, 서로의 어색한 문법과 발음을 주저없이 지적해주며 이어나가는 열띤 토론의 장.

이렇게 우리만의 또다른 열띤 토론과 에너지 넘치는 활동들이 시작되었다.


열심히 토론을 하고 에세이를 쓰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 우리는 수업이 마치자 마자 땡하고 함께 맛집을 찾아 나선다.

가장 먼저 이레 분식점에 가서 한국의 떡볶이와 통닭을 먹으며 한국 문화를 소개했고, 중국 음식점에서는 딤섬과 볶음 요리를 먹는 등 우리는 이렇게 오후 5시부터 우리만의 영어회화 시간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며 각국의 정취를 함께 즐겼다. 그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주었고,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 날 오후 5시 30분 우리는 마루카메 우동집에 갔다.

탄탄면과 카레, 갓 튀근 튀김을 가득 담아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유독 인기가 많은 집이라 테이블 간격은 매우 가까웠고 그날 따라 너무나 유창한 영어 실력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갑자기 조용해진 일본인 친구 세리카.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 들었다.

그녀에게 일본 문화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봤지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웃어 보일 뿐이였다.


“왜그래?”

화끈한 브라질 친구 잭이 물었다.


세리카는 머뭇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이곳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내가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엿듣고 어색한 문법에 서툰 발음,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일본 문화를 왜곡해서 잘 못 알아들을까봐 겁이나.

우리가 영어로 말하는걸 현지인들이 듣고 욕할까 두려워. 쟤네 지금 뭐라는거야~ 하고”


그러자 불같은 브라질 친구 잭이 분명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 레벨 4야. 오후반이라고. 잘 못 말하면 어때,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 자체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잖아.”


연이어 항상 밝고 호탕한 중국인 친구 엠마가 하하 웃어보이며 아주 밝게


“걱정마. 그건 아마 귀여울거야.”


“만약에 말이야 한국에서 브라질, 스위스, 중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한국 문화에 대해 소개 하면? 귀엽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가 진짜 일본이라고 생각해봐. 어느 날,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관광객이 일본에서 파스타를 먹으러 양식당에 갔어.

그들이 어색한 일본어로

‘사장님 맛 좋아.’

‘이거 이탈리아 국수야. 최고. 많이 먹는다.’ 라고 하면?

너라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


세리카는 잠시 고민했다.


“아마…사장님도 나도 귀엽게 바라보겠지.?!”


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영어를 잘하고 싶어 여기에 모였어

하지만 아직 우린 레벨 4야! 오후반 학생이라고!

걱정마, 자신감을 가지고 연습하고 또 하고 또 연습하는거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야.”


그 순간, 화끈한 브라질 친구 잭이 맥주 잔을 높이 들었다.


“그럼 우리, 건배하자!

포루투갈어로 건배는 ‘칭칭(Chin Chin)’ 이야!”


“자, 다 같이 칭칭(Chin Chin)~”


그 순간 세리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주변 테이블에 있던 일본인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 테이블로 쏠렸다.


세리카는 얼굴이 새빨게져 아주 작은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이야기했다.


“그…그거, 일본어로 남자의 성기를 뜻해…”



우린 모두 빵터져서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잭은 맥주를 뿜었고, 우리는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어학원의 시스템과 불만, 좋은 점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들까지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2시간 넘게 떠들었다.


“봐봐, 일본, 중국, 한국, 브라질, 스위스

우리 모두 국적이 다른데, 우리 모두 이렇게 서로를 문화를 이해하고 웃고 있잖아

괜찮아.

이게 우리야 :)”


사실 소통에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문법이 틀려도, 발음이 서툴러도, 혹은 단어를 헷갈려도 상대방이 느끼는 가장 큰 감동은 나에게 다가오려는 마음에서 온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교류이고, 그것이 사람을 연결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단어와 문법을 숙지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곳 사람들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여정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함과 유머,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세리카도, 나도, 잭도, 엠마도, 엘리도

우리 모두,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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