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팀장의 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담 Oct 26. 2022

결국 팀장이 되고 말았다(1)

어쩌다 팀장 달고 처음 한 일은 바로.


개인적으로 나는 만년 대리이고 싶었다. 적당한 주도권에 적당한 책임감. 월급이 적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승진한다고 뭐 얼마나 오를까 생각했다. 그런 나의 의식, 무의식이 반영되었는지 나의 온라인 활동명은 '덕댈'로 통일되고 있었다. 내 이름의 끝글자와, 내가 좋아하는 직함 '대리'의 줄임말. 선배들도 후배들도 나를 그렇게 불렀다. 


사실 팀장이 되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작은 대행사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대리로의 진급도 빠른 편이었다. 직장생활 2년만에 나는 대리가 되었고, 그 다음해에는 팀장이라는 직책이 떨어졌다. '나도 한참 배울 때인데 무슨 팀장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은 대행사의 생리 속에서 나는 팀장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후임들과 지지고 볶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그시간을 돌아보면 팀장으로서 한것이 없었다. 후임들을 가르칠 실력도 없었다. 무언가 틀린것 같은데,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내가 고치면 더 빠를 것 같았고, 실제로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피드백을 주기엔 지식이, 일하는 방식이 말끔히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영어로 비유한다면 말은 할줄 아는데 문법은 전혀 모르는 것과 같았다. 누가 영어를 어떻게 하냐고, 문장을 기본적으로 어떻게 만드냐 물어오면 '그냥.. 입에서 나오던데, 내가 말해줄게!'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소심하고 감정기복도 커 대표님에게 혼나는 걸 너무나도 무서워했다. 팀원들을 지켜줄 수 있는 듬직한 팀장의 모습은 커녕 내 의견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팀원이 실수하면 조근조근 추후 실수 하지 않게 타이른다기 보단 같이 울며 '제발 실수하지 말아달라'며 부탁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후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에 '팀장의 일', '팀장 리더십' 등 다양한 책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이직한 회사에서 다양한 팀장님들을 경험하게 됐다. 너무 일에 몰두하는 모습에 내가 다 피로한 것 같았다. 요즘 친구들이 '팀장되고 싶지 않아요, 하나도 행복해보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을 일정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직한 곳에서 짧지않은 기간동안 재직하며 다양한 팀장의 유형과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보아온 팀장 스타일과 비교도했다. 어떤 부분은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절대 배우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일기로도 남기고 블로그 글로도 남겼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 속에서도 나의 닉네임은 여전히 '덕댈'이었다. 승진욕은 별로 없었다. 연봉이나 꾸준히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정도 있었을까. 



나는 왜, 어쩌다 팀장이 돼었나


당시 나는 그저 연봉을 좀 올리고 싶었다. '누가 어디로 이직해서 천만원을 더받았다더라', '20%를 올렸다더라' 이런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직고민도 많이했다. 주변에 추천도 많았고,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갈곳도 부르는 곳도 많았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그러지 못했다. 굳이 이직을 해야할 치명적인 이유가 없었다. 남들은 밥먹듯이 이직을 하는데 나는 이직을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가령 사내 괴롭힘이라든지, 물리적으로 일이 너무나 많다던지, 인정을 받지 못한다든지. 나는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연봉만 보고 이직하면 정말 내가 행복할까? 지금 자리에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이직말고 연봉을 크게 올릴 방법은 없는걸까?' 그 이후로 '티'나는 일, '성과 나는 일', '매출에 연결되는 일'을 하나둘 찾아했다. 기회가 오지않으면 제안했다. 까이면 또 다른버전을 제안했다. 그중 한두개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그즈음 나는 알게 되었다. 연봉을 많이 올리려면 성과를 내야하고, 그 성과는 승진과 관련이 있으며, 그것이 결국엔 팀장되는 테크트리 였다는 것을. 나는 그저 돈만 조금 더 벌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 나의 커리어 10년차가 되던 해. 나는 팀장으로 다시금(?) 인사발령을 받았다. 초년병 시절 이름만 팀장이던 때를 지나 이제는 진짜 팀장을 할만한 나이었다. 내가 하고싶은, 하고싶지 않든 해야하는 때를 맞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26살의 나는 팀장이 아니어도 됐다. 신입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나이였다. 팀장을 맡아도, 직분을 해내지 못해도 괜찮았다. 나는 어렸고 경험도 부족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만으로도 칭찬 받을 수 있던 사회생활 핏덩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핏덩이에서 벗어나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커리어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 '팀장 경험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이 곧잘 들려왔다. 나는 팀장이어야 했고, 그 역할을 잘 해내야만 했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고, 팀장으로서 성과도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팀원이 하나든 둘이든 팀장이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많이 봐왔다. 성향이 맞든 안맞든 다른 팀으로 합병되거나 자칫 분해될 수도 있었다. 내가 팀장으로서 잘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것 보다도 이 팀을 오래오래 지켜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팀장이 되어 내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


이상했다. 나는 만년 대리이고 싶었는데, 어쩌다 된 이 팀장 직분을 왜이리 잘 해내고 싶은건지, 욕심이 드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도전의식이었을까?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었을까? 내가 그런 거창한 것이 있는 사람이었는가? 수 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그 질문 끝에는 '그래서 어떻게, 무엇을 잘 할건가?'로 이어졌다. 그리곤 내가 하던 일을 문서화 하기 시작했다.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무어라 저장되어있는지 모를 그 방법과 단어들을 풀어내 정리했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했다. 블로그에 올리거나,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뿌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일적 경험과 방법들을 문서화 하고나니 누구에게 알려주기가 쉬웠다. 누군가 부탁하면 그런 주제로 짧은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후배가 하는 이야기, 기획를 보고 정확한 이유를 달아 반박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납득할만한, 도움이 될만한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대부분의 일을 '내가 하고 말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수정해야할지 의견을 줄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떤 팀장이 되고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팀을 이끌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성격상 누구를 살갑게 챙기고 발벗고 나서 이야기하는 외향적인 팀리더는 될 수 없었다. 그런 화기애애한 팀을 만들 자신도 없었다. 나는 사회적 인간관계에 있어 적당주의자다. 우리팀의 끈끈함과 유대감은 '적당', 딱 그정도 면 됐다. 끈끈할 필요도, 희노애락을 과하게 함께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배울게 있는 팀장이고 싶었다. 주변 모든 선배가 다 하나씩은 배울점이 있었다. 일은 몰라도 인품은 좋았던 분, 얼음장 같아도 일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던 분, 마이크로 매니징 같지만 결국 팀원을 성장시키던 분,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분까지. 나도 뭐하나 본받을 점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꼼꼼하진 못해도 성과나는 일은 참 잘도 찾아 물어오던 팀장, 그래서 팀원 사기 올리고 연봉협상에서도 당당하게 해주던 팀장, 꼰대 같으면서도 적당히 자유롭게 풀어주던 팀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팀원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한다. 


마지막으론 우리팀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정리하고 공유했다. 당시 한명있는 팀원을 앉혀두고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했으니, 얼마나 웃기고 신기했을까. 초보팀장의 호기이자 포부였다. 그렇게 팀장이 되고, 80년대생 선배들과 90년대 중후반 태어난 Z세대 팀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사이에 정말 줄 잘타는 '낀세대'가 바로 나였다.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만나는 분들마다 그런이야기를 하신다. 완전히 Z와 가깝지도, 완저히 X와 가깝지도 않으면서 두루 다 어울리는, 누구하나 악감정 가진이 없는 그런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한 회사에 6년을 다니며 틈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말 나에게 무언가 있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그 이야기를 써내려갈 예정이다. 팀 미팅은 어떻게 하는지, 요즘 고민인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했는지, 갈등조율은 어떤방식으로 하는지. 실패담도 많을 초보팀장의 일기를 이곳에 적어두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