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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담 Dec 28. 2023

꼭 살려고 하면 오르는 게 이바닥 법칙

침체기라며.. 냉각기라며.. 사고싶은 이곳은 왜 오르는건데


정말 집을 산다고 생각하고 나니 알아봐야 할게 많았다. 내 통장에 있는 돈들도 끌어모아 보고, 예상과는 계약시점가지 모을 수 있는 저축금도 다시 게산해보고, 회사에서는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국가대출은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해봤다. 그렇게 요목조목 따져보니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의 범위가 정해졌다. 예산도 그리 크지 않았다. 쪽지에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두고 다시 임장을 떠났다.


뜨거운 태양아래 몇걸음만 걸어도 가방맨 어깨가 축축해지는 여름 날씨였다. 부동산 사장님 최대한 덥지 말라고 차로 이동시켜주는데도 몇걸음에 기진맥진 해지는 날씨. 반복하니 고통이었고 혼자 다닐 때는 더 고역이었다.  결심이 서니 빠르게 결정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다. 봐야할 집은 많았고 나는 직장인이었다. 퇴근하고 빠르게 내려가도 7시가 넘었다. 그 저녁시간에 집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반기지 않았다. 다행인건 매물이 많았던 아파트라 볼 수 있는 곳이 많았고 부동산 사장님들도 정말 친절한 분들이었다.


더위를 피해 퇴근 후 부동산 사장님과 약속을 잡으면 어김없이 비가내렸다. 올해 여름은 비가 정말 많이 자주 내렸다. 추적추적 젖은 바지를 말아 올리며 젖은 발로 송구하게 집을 돌아봤다. 10시가 다되어 어렵게 밥집을 찾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힘든 줄을 몰랐다. 진짜 살거라고 생각하니 없던 힘이 솟아났던 걸까. 그런내가 안쓰러웠는지 남자친구는 본인도 새벽출근해야 하면서 밤 열두시까지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가곤했다. 그런 소소한 감동과 설렘이 있었기에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예산에 닿는 아파트들을 보니 몇몇 집들은 더 내집같이 느껴졌다. 표를 인쇄해서 보는 집마다 메모를 했다. 양해를 구하고 한두장 사진도 찍었다. 1층인데도 해가 잘들고 뽀송해서 욕심났던 집도 있었다. 반대로 고층이고 깨끗한 집인데도 바닥이 찐덕 하니 왠지모를 습기가 느껴져 더 보고싶지 않았던 집도 있었다.


마음에 드는 집들에 별표를 치며 최종 후보를 고르던 어느날이었다. 평소라면 예산권 밖이라 보지 않았던 어느 아파트의 급매가 뜬 것을 발견했다. 사연을 물어보니 집주인이 다주택자인데 현금이 부족해서 급히 집을 판다는 것이었다. 가격만 맞추면 현재 세입자가 계약 연장할 의지도 있다고 세끼고 사고 싶다면 좋은 매물이라는 소개가 이어졌다. 가방을 동여매고 다시 그 지역에 방문했다. 1층이지만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역에서 내리면 5분안에 도착하는, 비오면 후다닥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집이었다. 집앞에 쇼핑센터도 있고 그 건물안에 운동센터와 스타벅스도 있었다. '여기서 살면 주말에 들러 운동하고 커피마시고 동선이 환상이야'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들떴던 날이다. 그래도 하루만 고민해 보겠다며 집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그집이 제일 좋은 것 같아 계약하자고 하려던 차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보셨던 그집 매도자가 매물을 거뒀어요". 이건 또 무슨일이란 말인가. "현금이 급해서 팔려고 했는데 융통했데~ 곧 아파트값 오를것 같다고 보유하겠다고하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것이 아닌가 싶어  차순위였던 아파트를 두고 부동산 상담을 받았다. 나름 고르고 고른 것이었는데 코칭강사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나쁘진 않지만 베스트는 아닌 것 같아요"라며 코칭강사는 말문을 열었다. "전세가가 너무 낮고, 아파트 리모델링 이슈가 있어서 많이 오른 상태에요. 전세가와 매매가가 너무 많이 차이난다는건 그만큼 가격이 내려올 위험도 높다는 거에요. 중요한건 잃지 않는다는게 중요한건데 말이죠."라고 걱정되는 부분을 짚어주었다.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좋지만 꼭 그 매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리모델링, 재건축 호재는 서울이거나, 강남 초근접 경기의 경우 몸테크할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기약도 없고, 전세로 빼려해도 크게 이득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가격으로 조금 작지만 신축 쪽을 알아 볼 수 있는 지역을 몇가지 알려줬고, 주변으로 비슷한 것들을 좀더 찾아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조언받은 지역을 보니 마음에 쏙들었다. 면적은 작았지만 기존에 봐온 구축보다 컨디션이 확실히 좋았다. 특히 웅장한 준신축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보면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과 조금 멀긴 했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엇고, 그래도 강남에서 1시간 이내였다. 초등학교도 붙어있고 걸어서 이마트도 갈수 있었다. 무엇보다 3천세대 이상의 대단지라 앞에 상가들도 잘 마련되어있었다. '그래, 여기다!'


추석이 지나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또 오를 거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조바심이 들었고 빠르게 집들을 돌았다. 보던 중 마음에 드는 집에 별표를 쳤는데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2천만원 정도가 더 비쌌다. 이미 내 예산은 최대치였기 때문에 1-2천의 예산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수없이 예산에 맞는 집을 두고 좀더 깎아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진짜 이가격이 맞는지 작은 의문이 들었다. 모든 부동산을 돌아다닐 수는 없어도 전화는 해볼 수 있겠다 싶어 그동네 부동산 전화번호를 모두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전화를 돌리던 중 '아~ 00동 00호, 그거 주인이 가격좀 내릴 생각있다고 하던데, 그거 우리집 매물이에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내가 사고 싶은 매물이지만 가격이 맞지 않았던 그집이었다. 뭔가 힌트를 얻은 느낌이었다. 바로 임장때 도와줬던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그집 천만원 더 깎을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당황했다. "안내린다고했는데~ 일단 말은 해볼게요!" 옥신각신 몇번의 조율 끝에 800만원 더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다.  운좋게 해당평수, 비교적 좋은 동, 좋은 층을 계약했다. 아찔한 것은 내가 원래 예산 맞춰 사려했던 집은 단지내 가장 저렴한 동으로 지금도 저렴한 가격에 매매가 찍혔다 싶으면 그 동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도 철길뷰였다. 나는 낭만있다 생각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기피하는 매물이라고 하더라.


이제 대출을 잘 맞춰야 하는데 이게 또 문제... 뭐하나 쉬운게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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