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담 Dec 28. 2023

부동산 사장님 공포증, 극복!

보다보니 가보고 싶고, 가보니 더 사고 싶어진 내 집! 내 아파트!




몇번 강의를 듣고 온라인으로만 집들을 보기를 몇개월이었다. 아니 거의 일년정도 였을지도 모른다. '집구경은 아무나 시켜주나... 돈있는 사람이 진짜 살때나 보여주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했다. 내가 돈없는 사람인걸, 그냥 집 구경만 하고싶은 부린이라는걸 사장님이 바로 알아챌것 같았다. 그래서 부동산에 들어가기 무서웠고, 집을 보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아무데나 지하철 역을 찍고 그 주변 동네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빌라며 5층짜리 아파트며, 신축아파트며 발걸음 닿는대로 겉에서 구경했다. 외관만 보고 집주변 갓길만 걸으면서도 '이게 분임(분위기 임장)이라는거야, 나도 임장을 하고있는거야'라고 생각했다. 분임을 데이트삼아 하니 남자친구가 말하길 "이렇게 봐서는 모른데! 들어가봐야한데!" 미소를 유지하며  "진짜??"라고 말한 뒤 속으로만 생각했다. '아는데 너무 무섭다고!!!' 진짜 임장이 무엇인지 이악물고 모른척했던 것이 다 부동산 사장님이 무서워서였다.


그렇게 자구 동네만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진짜 부동산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라 그런지 조금 의연하게 대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변죽좋은 마케터가 아닌가. 비위 맞추고 친절하게 언행하는 건 자신있었다. 곧 전화를 들어 가까운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네 여보세요" 건조한 남자 사장님의 목소리였다. "네 사장님~ 집좀 보고싶은데요! 00아파트 3억대로 나온 물건 있나요?". '오 잘하고 있어!'라며 속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곧 사장님이 더없이 건조한 말투로 물었다. "투자하실거에 실거주에요? 투자금이 어떻게 되요? 언제 입주하실건데요? 신혼부부인가요?"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어버버 거렸다. 금새 나의 정체를 알아차렸는지 사장님은 나를 격하게 윽박질렀다. 대략 기억나는 것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집못구합니다 녜!?!?"이런 것이였다.


겨우 용기내서 이제는 해봄직 하다 생각하고 건 전화였는데 처참히 무너졌다. '역시 부동산 사장님 너무 무서워 ㅠㅠ'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다시 월부 카페를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임장경험들을 읽어봤다. 강의에서 흘려들었던 임장 팁을 다시한번 공책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임장전에는 몇가지 준비할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게 '상황설정'이었다. '나'라는 인물에 가상 시나리오를 적용해 정말 그집을 거래 할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설정했다.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고 있는 곧 결혼을 앞둔 새댁, 3개월내 입주를 희망하지만 급하진 않아서 6개월까지 조율 가능함. 입주가 급한것이 아니기에 갭투자 물건도 추천받길 희망함.   


그렇게 새댁이 된 나는 남자친구와 다시한번 임장을 시도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 저녁. 식당 예약시간 이 어중간하게 남은 상황이었다. "아 한시간 남았는데 뭐하지?" 날은 추웠고 이미 카페까지 갔다온 거라 따로 더 시간을 보내기가 애매했다. "오늘도 부동산 여나?"주변에 점찍어 놨던 아파트가 떠올랐다. 자전거 타고 아파트 단지를 휘젓고 다녔었는데 내부는 한번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바로 시동을 걸어 아파트 입구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문을 연 부동산이 있었고, 경비아저씨에게는 "부동산에 집보러왔어요"하며 자연스레 주차까지 했다.


당시 거래가 꽁꽁얼었던 시기라 나같은 초짜도 환영해주는 것이 부동산의 분위기였다. 상황설정까지 입력하고 갔으니 무서움이 반으로 줄어있었다. 상황을 설명하니 부동산 아주머니가 괜찮은게 하나 있다며 매물을 설명해준다. 전면동 로얄층에 층도 7층으로 나쁘지 않았다. 가격도 기존에 알아봤던 것보다 3천정도 더 저렴했다. 아주머니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신다. 가보잔다. "네? 지금요?" 사실 연말이고 주말저녁이라 집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거의 없었다. 얼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집을 구경했다. 기축이었지만 깨끗했고 집안도 이정도면 좋았다. 하지만 당장 살수 있는 돈이 없었다. 집을 사고싶었지만 진짜 집을 살거라는 단단한 결심도 없었을 때라 '조금있으면 더  내려갈거야, 곧 더 좋은집 나올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날은 집을 본것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만족했다. 1년즈음 지난 후 거래곡선을 되짚어 보면 그때 그집이 최저가였다. 그집 이후로 해당 아파트는 지금까지 1억이 올랐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떄 샀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그렇게 나의 임장은 잦아 졌다. 사고 싶은 아파트 살고 싶은 동네에 주차해 놓고 오전에는 집을 보고 오후에는 그동네에서 놀았다. 저녁먹고 차가있는 쪽(아파트 주변)으로 걸어가고 있노라면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생활을 몇번 하면서 인상 좋은 부동산 사장님 위주로 연락을 하게 되고, 또 친절하게 집을 보여주고 설명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부동산 사장님 공포증은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는 '올해는 꼭 집을 사겠다'는 조금더 단단한 결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다보니 가보고싶고, 가보니 사고싶고, 살고싶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 끝에 내집마련은 '이동네'에서 하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경기도 모처에 있는 동네로 집값도 비교적 저렴했고, 서울출퇴근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였다. 주변에 지하철역, 초중고, 큰 공원, 이마트도 있고 두정거장 더가면 백화점도 있는 곳이었다. 노후도시였지만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랑 끝에 지역을 정하니 어느새 여름이었다. 뙤약볕에 임장을 돌고 있노라면 "진짜 이고생 두번다신 못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매물을 결정하려하는데 이건 또 무슨일인가....


(4탄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얼마.. 줄 수 있는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