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제목: 박진영 - 어머님이 누구니
곧 있으면 출산을 앞둔 38주로, 직장에서 곧 바쁜 시기를 앞둔 남편은 '40주에 태어나면 아빠가 너무 바빠서 엄마를 제대로 못 돌봐줄 것 같으니,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나오면 좋겠다.'라는 말을 어느 날 저녁에 배에 대고 말을 했다. 그런데 웬걸, 이틀 후 남편은 출근한 오후 2시경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진통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타이머로 30분간의 시간과 간격을 재보니 5분 간격으로 통증이 왔고, 지금 와서 입원을 하라는 병원의 답변을 듣고 머리를 감았다...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결과 시부모님이 오셨을 때 초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말에 머리는 무조건 씻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 급박한 순간에도 떠나질 않더라. 그다음,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가까운 거리라서 그런지 이놈의 택시는 한대도 올 생각을 안 하고, 진통 있는 몸으로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점점 통증은 심해지고 입원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데, 뭐 이리 하라는 게 많은지! 배를 얼마나 부여잡았고 얼굴에 인상을 필수가 없었다. 2~3cm가 열렸다는 말과 함께 10cm가 열려야 아이가 나올 거라고 하는데, 그 뜻은 통증을 몇 시간을 참으란 말이었다... 그 후, 몇 번이나 간호사 선생님께 무통주사는 언제 놔주냐고 여쭤보고 주사를 맞고 나니 그나마 살만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긴 시간이 가지 않았다. 무통주사의 기운이 계속될 경우 아이가 나올 때 힘을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구별하기 힘들다고 말씀해주시더니 주사를 놓는 순간에도 약기운이 떨었을 나중의 시간을 상상하니 몸에 닭살이 쫘악 올라왔다. 나는 바닥을 뒹굴뒹굴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편이다. 그런데 진통은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제왕절개 부탁합니다!’라고 선생님을 콜 하고 싶었는데, 막상 진료를 봐주시러 들어온 담당의는 아직 멀었다며 이 정도 진통은 참을만하시죠?라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을 하신다. 허참. 사실 이 때는 뭐라고 대답할 힘도 없어 그냥 침만 삼켰다.
2017년 2월 10일 23시 39분. 아이가 태어났다.
이틀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조리원에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 만에 온건 데도 새로운 식구가 생겨서 그런 건지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적어도 100일간은 분리를 시켜놓으려고 계획을 했는데, 잠깐 식구들이 침대에 단하를 눕히고 자리를 비운 사이 모찌가 방으로 들어왔다. 모찌도 처음 보는 아이가 집에 와 있으니 궁금했나 보다. 침대로 곧장 뛰어 올라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선 지켜보더니, 낯선 환경 때문인지 아이가 으앙 하고 울자 호기심이 생긴 건지 한 발자국 더 다가온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아이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마치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 처음 보는 생명체는 누군지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
아직은 너무 어린아이와 세상 물정 알만큼 아는 6살의 고양이의 이야기. 자신의 영역에 처음 본 생명체가 나타났고, 심지어 집사들에게 1순위였던 자신의 자리가 위태 위태 해졌으니 둘의 생활이 어떻게 만들어져 나갈지 나 또한 궁금했다.
모찌 같은 경우는 성인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 경계를 한다. 심지어 같은 고양이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해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들이고 싶었음에도 모찌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감히 시도조차도 못했었고, 조그마한 아이들이 집에 놀러 오면 관심이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기 몸에 닿는 것조차 싫다는 듯이 손, 발 다 숨기고 식빵을 구운 자세로 캣타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웃긴 건 아이가 온 이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창이 있는 곳에 가서 야옹 하고 울어댄다는 것이었다. 청소라도 하려고 잠깐 열어놓으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아기를 한번 쳐다보고 솜뭉치로 한번 툭 쳐보고 반응이 있는지 기다려보고 아이가 움찔하는 기색이 있으면 그때서야 방에서 나와 자기 자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뭔가, 살아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켜보고 있는 내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매일 그 행동을 반복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지라고. 우리 부모님은 아직도 첫째는 모찌, 둘째는 아이라고 했을 때 한소리를 하신다. 내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고양이녀석(순화했음) 동생이었으면 좋겠냐고. 그와 같이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