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전들

탈모르파티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두 아이의 힘겨루기

by 김서연

제목: 갱복치 - 탈모르파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손이 닿는 사정거리가 길어졌다. 모찌가 살짝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바로 덮침을 당하곤 한다. 꼬리가 잡히는 건 일상이고, 일어서면서 배운 신기술인지 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모찌 등으로 푸왁! 하고 몸을 날리기도 한다. 모찌가 불만을 표시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망인데, 그때마다 깜짝 놀라 줄행랑을 치는 걸 볼 때마다 형 노릇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과한 애정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모찌의 털이다. 한번 만지고 나면 한 움큼씩 아이의 손에 털이 묻어 나온다.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생털이 뽑히는 고행길을 견뎌내야 하는 모찌는 누구에게 하소연 한단 말인가. 하루는 어찌나 세게 붙든 건지 모찌가 도망 가려 하자 아이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도 있었다. 어떻게 만져주는 게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인지 알려주고 싶지만, 아이에게는 이 단계가 아직 너무 어려운듯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 또한 내 능력이겠지.


처음에 기는 것에 어색해하던 아이는 이제 무릎에 모터를 달았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여기에서 저기로 자리를 이동한다. 설거지를 하다 쓰윽하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면 매트에서 내려와 바닥을 헤집으며 주방 쪽으로 기어 오곤 하는데, 도대체 그 넓은 매트를 두고 왜 차디찬 바닥에서 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뜨뜻한 바닥을 선호하던 모찌는 날씨가 추워져 바닥이 서늘해지자 매트 위로 올라와서 제 세상인 양 뒹굴 거리곤 한다. 도대체 누굴 위한 육아템인가.


하루는 모찌를 잡겠다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시도하다 천장이 낮아 몇 번이나 머리를 박고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다. 주변에 위험 요소도 없고 충분히 혼자서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보여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테이블 밖으로 나오게 유인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실소가 터진다. 어떻게 보면 반경이 넓어지면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더 친해지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둘의 관계가 더 극단적이게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다. 아이는 모찌가 어딜 가던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본인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으면 짜증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모찌를 향해서 기분 좋다는 함성을 괴상한 소리로 내곤 하는데 그게 모찌에게는 귀찮고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운로드 (6).jpg
다운로드 (7).jpg


지금까지 글을 써오면서 모찌가 의젓한 형아 노릇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이가 건드려도 '앵' 하고 도망가거나 핥아주었던 아이가 8개월쯤부터 모찌가 슬슬 짜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단하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침범해서 자기 발과 털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털까지 뽑아대니 여간 신경이 거스르는지 '냐악!'이라는 소리와 함께 솜방망이를 날리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가 생기다 보니 반려동물과 아이 둘만 남겨놓는 상황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남편에게는 한없이 치대는 모찌가 단하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우리 강아지, 고양이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사람의 기분이 언제, 어느 상황에 변할지 모르듯 반려동물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두 아이는 같은 언어를 쓰는 아이들이 아니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항상 경각심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초반에는 좀 참아주다가 자제심이 극에 달하면 솜방망이를 날려서 흉터를 내기도 하고 앙하고 물어서 이빨 자국을 내기도 한다. 아마 이 사태는 아이가 더 자라서 서열이 재정립이 되기 전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 해서 둘이 떼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둘이 잘 공존할지 아이디어를 짜보지만 점점 힘이 세져가는 아이와 중년의 나이로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한 모찌의 접점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요즘 특히나 신경 쓰는 건 털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이쁘다를 시전 하면서 쓰다듬어주면서 쓰윽 끌어당기는 것 때문에 이 행동을 잡아주고 빗질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옮겨간 건지, 빗질은 오롯이 아이의 몫으로 자리 잡았다. 말을 시작하고 자아가 생기면서 ‘안돼, 하지 마’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에 반감을 표하고는 하는데, 이 말보다는 다른 대안책을 찾아주는 게 확실히 효과가 더 있는 듯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