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전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우리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딨어

by 김서연

제목: 소유&정기고 - 썸



흔히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면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까르르~ 하고 웃을 때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에게 그 시기가 너무 일찍 와버린 듯했다. 그당시 모찌만 보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떠나지 않았는데, 모찌가 본인 곁을 지나가기만 하면 고개가 자동으로 따라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귀를 탈탈 터는 모습을 보면 육성으로(ㅋㅋㅋ) 웃으며 보는 나까지 웃음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대구에 내려와서 캣타워에서만 잠을 자던 모찌의 잠자리가 아이 머리맡에 누워 눈을 스르륵 감으며 잠을 청하는 걸 보면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었다. 두 아이의 사이를 억지로 붙여놓지 않아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찌가 안 받아주면 어떡하나 라고 나도 모르게 걱정을 했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떠 처음으로 보는 상대가 서로라는 게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본격적으로 이 고양이 녀석이 아이의 침대를 탐한 이후였다. 그 전에는 관심도 없던 장소인데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가 자고 있으면 본인도 쓰윽 올라가서 발을 쭉 뻗어서 아이의 다리를 밀어버린다. 다행히 침대 가드를 쳐놓은 덕분에 아이가 떨어 지진 않지만, 바라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걸 그냥 놔둬야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밤에 잘 때는 문을 닫고 자는 편인데, 문을 열어달라고 밤새 문 밖에서 방문을 긁으면서 울어대는 바람에 지금은 방 한편에 따로 모찌가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뭐, 준비한 게 무색하게도 침대에 올라와서 숙면을 취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건, 아이는 자기가 좋아서 모찌가 옆에서 자는 줄 알고 잠을 잘 시간에 모찌가 없으면 옹알이를 하면서 침대 바닥을 손으로 팡팡 친다. 일종에 옆으로 오라는 신호인 것 같으나, 그걸 귓등으로 들을 모찌가 아니지....



다운로드 (3).jpg


사람들은 내 것과 네 것을 나눠 물건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구분하곤 한다. 심지어 나와 남편 사이에도 같이 쓰고는 있지만 나의 물건, 남편의 물건으로 나뉘는 것들이 꽤 된다. 그런 단어가 통하지 않는 두 아이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 자극이 되는 딸랑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솜방망이로 때리기 좋은 모양 때문인지 물고 뜯기 좋은 재질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어쩌면 다 해당되는 것일 수도) 모찌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기 물건에 호기심이 많았다. 아이 같은 경우는 점점 개월 수가 들어가면서 모찌의 물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가 나는 공을 따라 고개가 돌아가더니, 사정거리가 길어진 후로는 내가 흔들던 낚싯대를 손으로 집어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그게 모찌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랴.


중요한 건, 아기가 벌써부터 집사 노릇을 톡톡히 하는 덕에 캣타워에서 잠만 자던 모찌가 집안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모찌는 가끔 아이가 휘두르는 막대기에 엉덩이를 맞아도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 처음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나는 모찌가 공격 시 바로 방어해야 한다 라는 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몸을 휙 돌리더니 아이의 손을 핥아주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내가 벙쪘다. 뭐랄까, '긴 낚싯대 흔드는 게 쉽지 않지? 이해해'라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두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둘 다 적응 못하면 어쩌나 싶던 걱정과는 다르게 나름 죽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안도감 때문에 그런 듯 싶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겠지만, 처음 함께 가지고 논 이 낚싯대는 아마 버리지 못하겠지? 보관하기는 애매하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벌레 벌레 벌레 벌레 벌레 벌레 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