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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r 14. 2017

I don't care 그만할래

고양이와 셀프 만삭 촬영하기

제목 : 2NE1 - I don't care

 


 우리 부부는 돈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줄이자!라는 의견에 일치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 저예산을 쓰기 위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작은 결혼식을 알아보았으나, 지원 당일날 결혼식 날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결국 실패를 하고, 그 뒤로 여기저기 발품을 팔면서 알아보아 리모델링을 막 마친 결혼식장을 잡을 수 있었다. 홀대관료, 혼구용품, 폐백실, 스크린 상영, 생화장식 사용료, 폐백음식, 포토테이블, 혼주 메이크업&헤어를 모두 무료로 얻어내고 우리가 정작 내는 요금이라고는 3만 원대의 식대뿐이었다. 그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리모델링을 끝낸 웨딩홀은 꽤나 깔끔했고 넓었으며 오히려 국립도서관에서 결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예산이 줄어서 예약에 실패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웨딩촬영 또한 진행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가격에 입이 떡 벌어졌기 때문이다. 보나 마나 다른 사람 앞에서 어색하게 포즈를 짓고 웃고 있을게 뻔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옷을 입는다던가 포즈를 취하는 것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번뿐인 결혼식이어서 어떤 지인들은 꼭 남겨야 된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둔감한 나였기에 결혼식 당일날 찍은 사진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덴마크 여행에 예산을 늘여 우리 부부만의 더 큰 추억을 남겼으니 충분하다.


 만삭 촬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산부인과에서 무료로 촬영을 연결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다녀오고 실망을 했다는 말을 지인에게 들었다. 사진의 퀄리티 때문이 아닌 직원의 태도로 인한 불만이다 보니, 기분 좋게 아이를 맞이하고자 하는 촬영을 하려 갔는데 되려 기분이 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다 예약을 취소하고 집에서 우리끼리 찍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찍어주는 사진만큼 예쁘진 않겠지만 그럼 어떠한가. 우리 맘이 편하고, 웃긴 사진이 나오면 그걸 보면서 히히덕거릴 수 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보다 모찌와 함께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 그리는 동생에게 선물로 받은 그림



 32주에 찍는 게 가장 배가 예쁘게 나오는 시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32주에는 남편의 피곤하다는 이유로 33주에는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온다는 이유로, 34주에는 세미나를 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이러다가 찍을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간은 점점 지나갔고, 38주가 되었다. 이러다 정말 사진 하나 못 남기고 아이를 낳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남편이 출근한 시간 혼자서 찍기로 했다.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검은 나시를 입고 찍으려고 시도했더니 모찌의 흰털이 마구 묻어난다. 찍기 전에 분명 빗질을 했는데도 내가 옷을 입고 있는 건지 앙고라 티셔츠를 입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다. 결국 검은 나시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찍기로 하고 흰 나시로 갈아입었다. '둘 다 하얀색이니 별로 티가 안 나겠구나.' 하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사람한테 안겨있는 걸 워낙 안 좋아하는 터라 아주 난리가 났다. 내려달라고 발버둥 치고 소리 지르고 발로 뻥뻥 차댄다... 결국 안고 찍는 것도 포기하고 사진 한 자락에 같이만 나오게 찍자!로 생각이 바뀌었다.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상상이 될 것이다. 간식으로 유인하고 자리에 앉혀줘야 한다. 그러나, 자리에 앉혀 놓는 걸로 끝이 아니다. 간식에 집중해 고개를 푸욱 아래로 박고 카메라는 쳐다봐주지도 않는다. 나만 전전긍긍하고, 본인은 너가 뭘 하던 관심없다는 듯한 태도. 제발 좀 쳐다봐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연사를 미친 듯이 찍어내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2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은 후, 내가 건진 건 단 2장.


 내가 괜찮게 나왔다 싶으면 모찌가 움직이고 있고, 모찌가 괜찮게 나왔다 싶으면 초점이 안 맞거나 내 표정이 이상하고. 집에서 혼자 찍는 사진은 역시나 힘들었다. 또한, 삼각대를 세워놓고 카메라와 핸드폰을 연결시켜 원격 라이브 뷰로 찍다 보니, 핸드폰이 보이지 않게 어떻게 숨기냐는 것 또한 관건이었다. 남편이 모찌의 눈길이라도 끌어주고 셔터를 눌러줬으면 한결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남편과 꼭 함께 찍으라는 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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