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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Sep 30. 2017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우리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딨어

제목: 소유&정기고 - 썸



 사람들은 내 것과 네 것을 나눠 물건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구분하곤 한다. 심지어 나와 남편 사이에도 같이 쓰고는 있지만 나의 물건, 남편의 물건으로 나뉘는 것들이 꽤 된다. 그런 단어가 통하지 않는 두 아이가 우리 집에 살고 있다. 자극이 되는 딸랑거리는 소리 때문인지 솜방망이로 때리기 좋은 모양 때문인지 물고 뜯기 좋은 재질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어쩌면 다 해당되는 것일 수도)  모찌는 단하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기 물건에 호기심이 많았다. 단하 같은 경우는 점점 개월 수가 들어가면서 모찌의 물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가 나는 공을 따라 고개가 돌아가더니, 사정거리가 길어진 후로는 내가 흔들던 낚싯대를 손으로 집어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그게 모찌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랴.





 중요한 건, 단하가 벌써부터 아기 집사 노릇을 톡톡히 하는 덕에 캣타워에서 잠만 자던 모찌가 집안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모찌는 가끔 단하가 휘두르는 막대기에 엉덩이를 맞아도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 처음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나는 모찌가 공격 시 바로 방어해야 한다 라는 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몸을 휙 돌리더니 단하의 손을 핥아주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내가 벙쪘다. 뭐랄까, '긴 낚싯대 흔드는 게 쉽지 않지? 이해해'라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로, 두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둘 다 적응 못하면 어쩌나 싶던 걱정과는 다르게 나름 죽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안도감 때문에 그런 듯 싶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겠지만, 처음 함께 가지고 논 이 낚싯대는 아마 버리지 못하겠지? 보관하기는 애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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