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연 Nov 12. 2017

나혼자 아파! 넌정말 나빠!

나만의 공간에 침범하지 말아줘

제목: 씨스타 - 네까짓게



 처음에 기는 것에 어색해 하던 단하는 이제 무릎에 모터를 달았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여기에서 저기로 자리를 이동한다. 설거지를 하다 쓰윽 하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면 매트에서 내려와 바닥을 헤집으며 주방 쪽으로 기어 오곤 하는데, 도대체 그 넓은 매트를 두고 왜 차디찬 바닥에서 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뜨뜻한 바닥을 선호하던 모찌는 날씨가 추워져 바닥이 서늘해지자 매트 위로 올라와서 제 세상인 양 뒹굴 거리곤한다. 도대체 누굴 위한 놀이매트인가. 




 단하는 이제 기는 건 예전에 마스터했고, 요즘은 물건을 잡고 일어서서 움직이곤 한다. 하루는 모찌를 잡겠다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앉으려고 시도하다 천장이 낮아 몇 번이나 머리를 박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위험 요소도 없고 충분히 혼자서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보여 좋아하는 간식과 장난감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테이블 밖으로 나오게 유인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실소가 터진다. 어떻게 보면 단하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더 친해지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둘의 관계가 더 극단적이게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단하는 모찌가 어딜 가던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본인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으면 짜증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모찌를 향해서 기분 좋다는 함성을 괴상한 소리로 내곤 하는데 그게 모찌에게는 귀찮고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글을 써오면서 모찌가 의젓한 형아 노릇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실제로도 단하가 건드려도 '앵' 하고 도망가는 게 전부였던 모찌가 슬슬 짜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단하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침범해서 자기 발과 털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니 여간 신경이 거스리는지 '냐악!' 이라는 소리와 함께 솜방망이를 날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톱을 내밀거나 물진 않지만 이런 경우가 생기다 보니 반려동물과 아이 둘만 남겨놓는 상황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와 남편에게는 한없이 치대는 모찌가 단하에게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우리 강아지, 고양이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요.' 라고 하지만, 사람의 기분이 언제, 어느 상황에 변할지 모르듯 반려동물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두 아이는 같은 언어를 쓰는 아이들이 아니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항상 경각심을 느껴야 할 것 같다. 단하가 모찌에 대한 집착을 조금만 버려주고, 모찌가 마음을 더 열어주는 과정을 통해 두 아이의 사이가 좁혀지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