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냄비 / 수필

마음 설거지로 새로운 마음을

by 짭짤한 시인


냄비에 물을 끓여 라면을 넣으면 따끈한 라면 한 사발을 먹을 수가 있다.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 넣고 파와 버섯, 고추 등을 넣어 끓이면 구수한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 내 마음이 냄비라면 이 마음에 무얼 넣어 끓일까. 오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 어느 날은 꿀꿀하고 어느 날은 괴롭고 어느 날은 상쾌하고 어느 날은 즐겁다.


그것은 내 마음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에 따라 나의 기분과 말과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는 오감, 즉 눈, 코, 입, 귀, 촉을 통해 세상의 정보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 마음엔 예전에 경험했던 수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서 언제고 다시 불러올 수 있다. 과거의 정보와 현재 접하는 정보가 섞여 내 마음에 담기고 그 마음에 따라 나의 기분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이 나온다.


마음엔 우울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말과 행동을 즐거운 척 내는 것은 고통이다. 누군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How are you?) 나는 아직까지 중학교에서 앵무새처럼 외운 "I am fine!"을 외친다. 미국에서 산지 20년이 넘어도 그 인사에 대한 응답은 주입식 교육의 마포 자루에 단단히 제어되어 있다. 언젠가 손님에게 "How are you?" 했더니 "I'm hanging in there." 하는 것이다. 힘든 상황인데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참 좋은 대답이라 생각했다.



나는 싫으나 좋으나 주야장천 "I am fine! Thanks!" 하고 말았는데 그때마다 자질구레한 응어리가 차곡차곡 쌓인 거 같다. 상대방의 인사에 솔직하게 답변하면 실례가 되는 듯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I am fine"을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말은 그래도 표정과 말소리의 억양과 느낌으로 "I am fine"이란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손님 중에 억지로 "I am fine"을 하는 내 얼굴을 보며 "Are you ok?" 하며 묻는다. 손님도 가게 주인이 기분 좋아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가게 주인의 심기를 묻는 것이다. 내 마음에 담아지는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그 우울한 정보를 제때에 배출시키고 내 마음의 냄비를 설거지해야 새롭고 상쾌한 정보를 담아 요리할 수 있는데 저저번 주 내내 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 잡혔다가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며 마침내 마음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이 닳고 닳은 마음 냄비, 이 찌그러진 냄비를 수없이 설거지하며 앞으로 남은 반평생은 이 냄비에 가급적 좋은 것만을 추려서 넣어야겠다. 같은 호수를 보더라도 강태공의 마음 냄비에 담긴 것으로 보면 낚시도구를 챙기게 되고 수영선수의 마음 냄비에 담긴 것으로 보면 물안경과 수영복을 챙긴다. 이 세상을 보는 눈은, 그래서 각 사람마다의 마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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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31 [19:41] N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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