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택시 아저씨의 한맺힌 베를린 클럽

by 서울 지연이

어느 해 10월 바캉스에 베를린에 갔다. 에어비앤비에서 지낼 곳을 예약했다.

예민한 듯 쿨한 성격의 집주인 가브리엘은 공원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했다.

어깨가 드러나는 넝마주이 같은 옷을 입고 약간 정신없이 어수선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원들을 담은 책을 보여주며 나 좀 유명해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되게 멋졌다.

본업에 진지하면 어수선한 캐릭터는 매력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삼 일간 머물며 미리 예매한 콘서트를 보고 베를린 여기저기를 쏘다닐

생각이었다. 가브리엘은 클럽은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이드북에서 베를린 클럽 문화가

유명하다는 것을 보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큰 생각이 없었던 터였다.


춤을 되게 좋아한다. 파리에 도착해 거의 가장 먼저 한 일도 마레에 있는 댄스 학원

등록이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한창 재즈댄스에 심취해 있었음 :)

혼자 나선 여행에도 음악이 좋다고 하면 곧잘 춤추러 다녔다. 음악이 끝내준다고 소문난

런던의 어느 할렘가(였는지 몰랐음)에선 나만 쳐다보는듯한 흑인(이라고 말해도 되는 거지?)들 사이에서 포도주스만(술못마심) 빨대로 쪽쪽 먹다가 귀가하기도 했다. 아무리 막춤 추는 나여도 나서기 어려웠다.�

평일이어서인지 음악도 별로였다.


가브리엘은 베를린의 핫하다는 클럽에 대해 말했다.

건물이 아주 큰, 여러 층을 통으로 쓰는, 음악도 말할 것 없이 정말 끝내주는 곳이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들어보니 입구에서 사람을 가려 받는 아저씨 때문에

더욱 유명한 듯했다.


입구컷을 가르는 기준이 그야말로 아저씨 마음인데 모델 같은 사람이 거부당하기도,

트레이닝복 차림의 너드�같은 사람이 들어가기도 해서 누구도 그날의 입장을 자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히 사진 촬영도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내부 모습도 베일에 싸여있단다.

그러면서 본인은(실제로 가브리엘은 모델과 거리가 있는 중년의 체격 좋은 여성이었다.)

들어갔었다며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일었다.


저녁에 콘서트를 보고 돌아와(연주 끝나고 옛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가브리엘 고양이

조세핀과 뒹굴거리며 놀다 낮에 말한 클럽이 생각났다.


나도 입구컷을 당하려나? ㅋㅋ


외출하고 돌아온 후라 옷만 대충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 기사 아저씨께 주소를 들이밀었더니

출발은 하지 않고(왜인지 기억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거기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ㅇㅇ? 뭐 음 네 :)

웃으며 별 걸 다 물어보네(걱정하네) 생각했다.

그때가 태어나 처음으로 입구컷에 대해 생각해 본 것 같다.


아님 말고. 근데 그전에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나.


아저씨는 여전히 출발하지 않은 채 느리게 말을 이었다.


택시 라이선스가 있으면 베를린 어디서든 화장실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했다.

레스토랑이든 어디든 화장실을 내어줘야 하지만 여기는 절대로 안 들여보내준다고 했다.

(두 번 반복해서 말하셨다)

낮고 진지한 어조에서 아저씨의 한 맺힘이 느껴졌다.

(두 번인가의 거절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으음 콧방귀와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뭐 얼마나 대단하기에 저렇게 심각하지


장소에 도착해 내리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릴게


ㅋㅋ 독일인이 저런 농담도 할 줄 아는군!

나는 와하하 웃으면서 내렸는데 아저씨의 표정은 진지했다.


길어져서 다음 편에 써야지


이 이야기는 나중에 내가 베를린에서 머물때 좋은 대화 주제가 되어주었다. :)

다들 경험이 있거나 적어도 주변 누군가의 일화들이 있어 흥미진진한 대화를 이어주었다.


클럽 이름이 가물해 검색해보니 일론 머스크가 입밴을 당했다는 기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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