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발령받은 첫 해,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은 몽글몽글했다. 아이들과 만나는 게 좋았고, 신났다. 3학년이었으니 아이들이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감탄하며 예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랑했다. 무엇을 하면 재밌어 할까 생각하면서 노력 대비 효과가 적은 일들에 아까운 시간을 들여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비단 나의 사례가 아니라 신규 선생님들의 마음은 거의 대동소이 할 것이다.
어느 해엔가 상담 주간에 상담하러 오신 어느 보호자님께서 작년에는 신규 선생님이어서 불안했는데 올해 경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너무 좋고 안심이 된다는 말을 내게 건네셨다. 아마도 그 해 담임이 된 나를 추켜주시려 건넨 인사였을 것이다.
끼인 말로 부연하자면 나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도 딱히 그 말을 꼬집지는 않는 사람이다. 뼛속까지 평화주의자. 아주 작은 갈등이라도 일으키고 싶지 않은 사람. 그렇게 살아온 내 삶의 패턴과는 일치하지 않아서 잠시 망설여졌지만, 보호자님의 이 말씀에 첨언하지 않으면 그 말이 사실로 박제될 것만 같아서 고심 끝에 결국 한 마디 덧붙였다. 어머님, 제 생각에는 아이의 일생에 신규교사를 담임 선생님으로 만나는 경험을 한다는 건 큰 복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은 아니거든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 한 해 동안 어느 선생님의 일생에서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경험했을 거예요.
나도 그렇게 사랑했었고, 오늘도 어딘가에선 신규 선생님들이 그렇게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을 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복이라고, 나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움츠러들지 말고 마음껏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는 이들이 그 사랑을 감사히 누리길 소망한다.
p.s. 교사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신규가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