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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zmom Aug 11. 2024

12살 친구와 립스틱

아린 마음

오늘은 오랜만에 큰아이와

단둘이 저녁 데이트를 했다.



낮에 아이들이 계속 싸워서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작은 아이와 남편은 산으로 가고

아빠를 같이 따라나섰던 큰아이는

어지럽다며 도중에 다시 집으로 왔다.


나는 혼자 남아서 속상해서 울다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뭔가 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두 아이지만

성격이 나와 비슷한 아이는 큰 아이다.

왜 다시 돌아왔는지 알 거 같다.

내가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나는 두 시간 정도 작업을 하다

큰 아이와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사이 작은 아이와 남편은 돌아왔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무더운 날씨에 조금 멀리 걸어왔더니

땀이 정말 많이 났다.

그래도 밖에 나와서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다.


큰 아이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한다.

그동안 큰 아이라는 이유로

오빠로 참는 것도 많았던  같아서 

마음이 쓰였는데

지금은 그냥 둘이 있으니 다른 느낌이었다.

미안하다. 늘


저녁을 먹고 또 많이 걸어서

새로운 곳에 가보기로 했다.

너무 더워서 이곳저곳에 중간중간 들렸다.

그러다가

엄마 모 갖고 싶은 거 없어?

아이가 묻는다.

음... 엄마 립스틱 하나 갖고 싶다.


화장을 거의 안 하는 나는

립스틱이 하나도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화장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한테 묻는 것도 신경 쓰였고, 간편한 게 좋았다.

그런데 요즘 활동할 일들이 생기면서

뭔가 입술이라도 바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내가 사줄게


그래


우리는 올리브영으로 들어갔고, 나는

가장 저렴한 세일하는 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화장품을 구경하니

종류가 너무 많았다.

나는 너무 많으면 못 고르는 경향이 있다.

엄마 안필요한 거 같아

밖으로 다시 나왔다.


우리는 또 밖을 걷다가 너무 더워서 카페에 갔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는 아이스라떼를 시켰다.

아이는 계속 자기가 계산을 하고 싶다고 한다.

괜찮다고 하며 내가 계산을 하고

우린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2인용 게임도 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다시 올리브영에 가자고 아이가 조른다.


엄마 괜찮아


엄마 내가 선물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나 간식도 살 거야


그럼 너 간식만 하나 사고 가자


그리고 우린 매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엄마 이 색은 어때?

하나 빨리 골라


나는 하나 골랐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아이는 더 비싼 것도 사줄 수 있다며

계산을 하며 웃는다.


뭔가 마음이 아렸다.

아이의 마음이 고마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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