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힘으로 트라우마 해결하기
나 : 눈을 감고 숨을 쉬어보세요. 하나, 둘, 셋, 그때가 보일 거예요........보이시죠?
내담자 : (고개를 끄덕인다)
나 : 그 남자 얼굴이 보여요?
내담자 : 떠오르지 않아요.
나 : 형체는 보여요?
내담자 : 키가 작고...옷은....
나 : 그 남자 이름은?
내담자 : 000
나 : 베트남 이름이 000예요?
내담자 : 네
나 : 그 남자가 선생님 옷을 벗겼어
내담자 : 옷도 안 벗겼어요.
나 : 아랫도리만 벗겼어요.
내담자 : (고개를 끄덕인다)
나 : 그 남자가 바지를 벗어요.
내담자 : 잘 보이진 않아요.
나 :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처럼 떠오르죠.
(나는 내담자의 상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상황 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내담자는 그 구체성을 자기 스스로 교정하면서 몰입 하게 된다.)
내담자 : 네
나 : 이제 당신은 아버지가 되어 보세요.
당신은 누구예요.
내담자 : 000의 아빠예요. 000
나 : 무슨 일 하세요.
내담자 : 군인
나 : 당신 딸을 어떤 남자가 성폭행 한다면 어떨 거 같아요?
내담자 : 화가 나요.
(내담자의 목소리는 큰 차이가 없이 작다. 자기 이야기 할 때도, 아버지 역할을 할 때도 평소 목소리보다 작게 말한다. 이는 에너지가 없고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 상태는 역할 몰입이 어렵다. 나는 이렇게 상담 속 역할을 시키면서 역할을 탐색해 나간다. 어떤 역할을 할 때 에너지가 높은지 어떤 역할을 할 때 구체적인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 : 저 남자를 죽이고 싶나요?
내담자 : 잘 모르겠어요.
나 : 당신의 생각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생각해 보세요 누구나 화가 날 상황이잖아요. 이 끈을 잡고 힘을 쓰면서 딸을 성폭행 하려는 남자를 물리쳐 보세요.
내담자 : 베트남어로 말을 한다(말소리는 작다.)
나 : 목소리를 크게! 자 남자가 딸의 옷을 벗긴다.
내담자 : 베트남어로 말을 한다(큰 소리는 나지 않는다.)
나 : 어때요. 그 때도 당했지만 지금도 당하고 있다는 말 이예요.
내담자 : 네 맞아요.
나 : 당신은 언제 즐거워요.
내담자 : 즐거운 게 없어요.
나 : 태어나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나요?
내담자 :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있었을 때였어요.
나 : 일어나서 베트남에서 놀 때 어떻게 놀았는지 보여주세요.
내담자 :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나 : 큰소리로 노래 부르면서 어릴 때 그대로
내담자 : 그때 감정이 나오지 않아요.
나 : 상관없어요. 그때 감정이 나오지 않죠. 하지만 그때 했던 행동을 하면 감정은 나오게 되요. 그때 했던 행동은 안하면서 그냥 감정이 안 나와 하면 아무 것도 안 나와요. 그때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해보기만 하면 되요.
내담자 : (다시 일어난다.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 때 할머니랑 재미있게 이야기 했어요.
나 : 그럼 할머니를 불러 보세요. 할머니! 하고
내담자 : (손을 흔들며 할머니를 부른다.) Bà ơi
(돌아다니면서) 할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었는데 신나게 웃었던게 기억나요.
나 : 그럼, 할머니 재미있어요. 해보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내담자 : 재미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나 :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 손녀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 해 보세요.
애들아! 시작
내담자 : (할머니로) 베트남어로 이야기 한다.
나 : 할머니 앉아 보세요. 손녀 사랑하세요?
내담자 : (할머니 역) 사랑해요.
나 : 할머니 앉아서 눈감아 보세요.
내담자 : (앉아서 눈을 감는다. 할머니 역을 하는 내담자에게 줄을 잡게 한다)
나 : 할머니 손녀000사랑하죠?
내담자 : 네
나 :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어떤 군인이 옷을 벗기고 있어요. 보이시죠.
내담자 : 네
나 : 말해보세요.
내담자 : (베트남어로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나 : 어떤 군인이 손녀딸을 옷을 벗기고 강간한다. 말해 보세요.
내담자 : 야 이 나쁜 놈아
나 : 더 크게
내담자 : 야 이 개새끼야
나 : 야 이 씨발놈아 해봐요.
내담자 : (베트남어로 욕을 시작한다.)
나 : 자 이제 욕을 하면서 몽둥이로 그 놈을 때린다.(손에 종이 몽둥이를 쥐어 준다)
내담자 : (베트남어로 욕을 하면서 의자를 내려치기 시작한다.)
나 : 손녀를 구해낼 때까지 내리 치세요.
내담자 : (땀을 흘리면서까지 의자를 내리친다.)
나 : 더, 그 남자가 물러갈 때까지!
내담자 : (한참동안 의자를 내리친다.)
.(할머니 역을 하면서 분노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상속의 할머니 역할과 현실의 자신의 역할과 어린 시절의 자신의 역할은 통합의 과정을 겪게 된다. 어린 시절의 자신은 할머니가 도와준다는 장면으로 변하고 현재 자신의 역할은 그 당시의 기억에서 벗어나는 역할로 변하는 순간이 된다.)
나 : 의자에 앉아서 다시 눈을 감아보세요.
내담자 : (눈을 감고 의자에 앉으면 베게 혹은 이불을 아이포대기처럼 말아서 내담자에게 안긴다)
나: 손녀를 위로해 보세요. 손녀가 어떻게 느껴지세요?
내담자: (눈물을 흘리면서 베개를 안고 울기 시작한다) 000야 힘들었지,(베트남어로 계속이야기 한다)
나: 할머니 손녀가 어떻게 살 것 같아요?
내담자: 잘 살 거예요.
나: 이제 당신으로 돌아오세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나요?
내담자: 네
나: 눈을 뜨시고.......기분이 어때요.
내담자: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트라우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국적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말이다. 상담심리치료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처럼 움직임을 통해 역할극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한 번의 과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뇌리에 박혀 있는 선명한 기억을 희미하게 해주는 리프린팅(re-printing) 효과가 있다.
복사를 하면 잉크가 떨어져서 복사가 희미해지듯이 선명한 기억을 꺼내고(re-membering), 재구조화(re-forming)하고, 재이미지화(re-imaging)하게 된다. 이러면서 기억을 멀리 보내고 새로운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