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묘미는 친구초대 입니다 *_*
'집들이'는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로망이다. 사적인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내가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다는 그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행복하다.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초대에 응해줄 지인이 내곁에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솜씨를 뽐내거나 인테리어를 자랑하려는 욕심도 물론 있다.
그래서 생애 첫 독립을 성사시킨 이후 내 로망을 실현해냈다. 내 사적인 공간에 가족이 아닌 사람을 들이는 것만큼 아무나 초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들이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통해 선별했다.
1.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2.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인가?
3.그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업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넣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
4.우리 집 주소를 알려줘도 되는 사람들인가?
이사 초기에는 음식을 직접 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종 식재료를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즐거움도 동시에 느꼈다. 친구와 함께하는 브런치, 1월 초 가족/친구 집들이에 내놓을 음식을 만든 재료를 담았다. 물론 멋도 모르고 사재낀 식재료 상당수는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아스파라거스, 단호박, 토마토, 양파가 바로 그 예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탄생한 집들이 음식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해준 음식을 살펴보니 채끝살/등심 스테이크, 로제 파스타, 크림소스 파스타, 크림리조또, 토마토 샐러드, 아보카도 샐러드, 닭가슴살 스테이크, 바질 파스타, 굴튀김, 연어스테이크, 주꾸미돼지고기볶음, 감바스가 있다. 최근 경향은 한 번에 2~3개 메뉴를 내놓은 양식류 대신, 단품 하나로도 테이블을 꽉 차는 느낌을 낼 수 있는 한식류다. 여러 메뉴를 따뜻한 상태로, 한꺼번에 내놓는 게 정말 힘든 일이다.
1.바베큐 치킨 + 샐러드
아직 식재료를 다 갖추지 못했던,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따로 해줄 음식이 없어서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바베큐 치킨과 샐러드를 정성스럽게(?) 그릇에 옮겨 담았다. 이때는 의욕이 과해서 플레이팅에 상당히 신경썼다. 처음 산 화이트 식기를 처음 개시한다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2.치킨 스테이크와 샐러드
이땐 몰랐다. 토마토나 샐러드와 같은 신선류 제품을 양껏 사다놓으면 다 버린다는 사실을. 그땐 냉장고를 채워나가는 재미에 맛들렸다. 냉장고에는 신선한 것들로 넘쳐났던 때였다. 누군가 그랬다. "혼자 사시는데 음식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관리를 잘하면 돼요"라고 말했다. 음식을 해 먹는 것조차 귀찮은 지금은 상한 재료를 버리느라 바쁘다. 나는 선언했다. "이제 나 혼자 먹을 음식을 내 힘으로 만들어 먹지 않을 거야!"
3-1.아보카도명란젓덮밥과 치즈케이크
아보카도 10개들이 10900원, 9900원짜리 상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아보카드샐러드, 아보카도덮밥 등의 메뉴를 즐겨 먹게 된 이유다. 그 이후 한차례 더 아보카도를 대량 구매했는데 역시 다 버렸다. 욕심부린 참사다. 어쨌든 초기에는 아보카도덮밥을 자주 해먹었다. 밥, 아보카도, 명란젓, 부추, 참기름, 그리고 마늘 튀김이면 완성이다. 기름에 살짝 튀긴 마늘이 짭조름한 조미료 역할을 톡톡 했다. 고소한 참기름이 감칠맛을 더했다. 그리고 이사 초기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을 위해 식사 후 디저트로 치즈케이크를 내어놓았다. 살짝 얼린 블루베리와 곁들이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3-2.아보카도명란젓덮밥과 사과채 돼지고기 스테이크
필자 본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는데, 친구가 위로해주겠다며 일 끝내고 우리 집에 왔다. 친구가 집에 온다는 소식을 미리 알았기에 전날 재료를 미리 사다놨다. 사과, 돼지고기가 바로 그것이다. 친구가 감탄하고, 또 감탄한 메뉴 중 하나다. 그래도 사과와 생양파를 너무도 많이 곁들인 건 실수였던 것 같다. 역시 아직은 생양파가 많이 부담스럽다.
4-1.채끝 스테이크 +아보카도계란샐러드+단호박 샐러드+바질 파스타
엄마, 아빠, 여동생이 우리 집에 다 함께 온 건 처음이었다. 나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싶어서 새로운 요리에 도전했다. 혼자서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를 한 번에 내놓는 일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다만 정말 정신없을 뿐이다. 코스 요리처럼 한 번에 하나의 음식을 내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여러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그 자리에 요리사 당사자도 참석하려면 어쩔 수 없이 따뜻한 요리의 음식을 한 번에 조리해야만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빠, 엄마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듯했다. 바질 파스타는 인기가 없었다. 셋 모두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에 거부감을 보였다. 아빠는 칵테일 새우만, 엄마와 여동생은 고기만 먹었다. 양도 조금 부족했던지(하긴 고기는 300g만 샀다), 엄마는 자신이 준비해온 돼지고기를 볶아 김치와 내놓았다. 어른들을 대접하려면 한식을 준비하는 게 맞다는 걸 경험한 순간이었다.
4-2.스테이크 + 바질파스타
이날은 내가 좋아하는 오빠 두 사람을 집들이에 초대했다. 남자 2명, 여자 1명의 메뉴치곤 단출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보통 식사는 대화를 나누며 1시간 이상 진행되는데, 이날은 30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끝나 버렸다. 진짜 남자들은 이야기도 잘 안하고 밥만 먹어 ㅠㅠㅠ 바질 파스타라도 충분하게 만들어서 내놓을 걸 하는, 후회되는 사진이다. (풍성하게 음식을 대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ㅠㅠ)
5.크림소스파스타와 굴튀김, 그리고 올리브 토마토 샐러드
여동생과 나는 모두 생굴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굴 튀김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크리스마스에 분위기도 낼 겸 직접 만들기로 했다. 사진 속 분량을 만들어먹겠다고 2시간을 고생했다. 집에는 기름내가 자욱했다. 다시는 튀김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 파스타에 곁들일 크림소스는 계량을 잘못해 물이 흥건했다. 그 이후에는 시중에서 파는 크림소스 제품을 사 먹고 있다. 역시 인스턴트가 간편하고, 가성비가 제일 좋다!
6.연어 스테이크와 로제 파스타+아보카도계란샐러드
두 차례 집들이에 내놓은 메뉴다. 여기에 아보카도 계란 샐러드를 곁들였다. 다소 아쉬운 점은 음식 밸런싱을 잘 맞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좀 더 상큼하거나 담백한 음식을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듯싶다. 평가는 좋았다. 2~3인이 여러 음식을 나눠서 먹는 거라면 음식은 1인분 혹은 2인분만 준비하는 게 좋다. 그래야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7.마늘빵+단호박 스프, 등심 스테이크, 토마토 샐러드/아보카도 샐러드, 크림리조또
이날은 초대 인원이 3명이나 됐다. 나 포함 4명이 먹을 음식을 장만해야 했다. 여러 가지 메뉴를 내놓았다. 일단 식전 코스로 마늘빵과 단호박 스프를 내놓았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파는 마늘빵을 스프에 찍어 먹으니 대박 맛있어! 그리고 샐러드는 2종류를 내놨다. 하나는 크리미한 것, 도 하나는 발사믹 드레싱에 곁들여 먹는 상큼한 토마토 샐러드다. 그리고 메인 메뉴는 스테이크. 인원수가 많은 만큼 고기를 다량 구웠다. 먼저 구운 고기가 식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을 크림리조또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이 음식을 모두 한꺼번에 준비하느라 역시 진이 빠졌다. 설거지통에는 무려 4인분의 식기가 가득 찼다. 잠시 아찔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설거지를 도와준 덕에 다행히 파티는 즐겁게 끝낼 수 있었다.
8.매운 주꾸미돼지고기볶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지인을 초대해놓고 어떤 음식을 내놓을지 '즐겁게' 고민했다. 주중에 샐러드를 즐겨 먹는다는 지인은 샐러드류의 건강한 제품보다는 뭔가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그래서 내놓은 메뉴가 주꾸미 돼지고기볶음이다. 마침 주꾸미가 제철일 때였다. 제철 음식을 먹어야 제맛이지! 집에 갖춰진 재료(고추장, 매운 고춧가루, 고추)로는 화끝한 매운맛을 내기엔 지나치게 모자랐다. 생애 처음으로 캡사이신을 구매한 이유다. 따끔한 매운맛을 잠재우고자 모짜렐라 치즈도 듬뿍 넣었다. 여기에 씁쓸한 맛을 내는 깻잎을 추가하면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는 주꾸미 돼지고기볶음 완성이다.
9.감바스
집에 올리브유, 칵테일 새우, 마늘, 후추, 소금만 있으면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 술안주(?)다. 소금은 적당히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짜다ㅠㅠ 여기에 마늘빵이나 바게뜨를 곁들이면 간단하지만 속이 꽉 차는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
feat.지인과 한 액티비티
친구와 함께했었던 한 액티비티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친구가 집에 온 건 마침 크리스마스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시기였다. 분위기를 내고자 구매한 벽장식용 크리스마스트리 조명도 있겠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명 장식을 달았다. 생각보다 전구의 배열을 잘 맞춰서 트리 모양을 만드는 게 쉽진 않았으나 그만큼 성취감은 높았다. 친구는 자신의 무선 마우스에 들어있던 AA 건전지를 내게 건네며 "너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내가 희생(?)하마"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