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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Dec 16. 2018

저 나름의 방식으로 저널리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보고 난 단상

오늘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봤습니다. 이 연극을 본 건 2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 윤유선이라는 배우가 출연해서, 두 번째는 여주인공의 직업이 (국제분쟁전문) 기자였기 때문이죠.



지난 10월 본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주인공 또한 기자였습니다. 폐간 위기에 놓인 잡지 '시대비평'을 놓고 새로 부임한 편집장과 기자의 설전이 펼쳐졌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잡지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편집장과 잡지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기자 간의 대립이 이야기의 큰 줄기였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남자주인공의 직업을 '역사학자'로 배치, 현장에서 발품 팔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기자와 과거의 기록물을 분석함으로써 역사학적 가치를 찾아 나서는 역사학자가 '팩트'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이 됐습니다. 


두 연극에서 모두 '저널리즘'이나 '기자'는 메인 소재가 아닌, 극을 이끌어나가는 소재 중 하나로 활용됐습니다. 저는 일부러 이런 작품을 찾아서 보게 됐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이 무엇이었나, 취재 방식은 맞았나 되돌아볼 수 있거든요.


물론 저는 이제 저는 미디어 산업에 몸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형태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가장 가까운 글을 하나 소개해볼까 해요.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짱기장님의 글( http://theschoolofnews.com/archives/3464)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콘텐츠 마케터와는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을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는 얼마나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건실하게 끌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브랜드 블로그와는 달리 주석이 많이 달립니다. 아웃스탠딩에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이미 기존에 나온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큐레이션하는 것만으로도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고. 팩트 기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짓된 내용이 하나라도 섞이는 순간 그 글은 신뢰를 잃기 때문입니다. 이건 기자일 할때부터 제가 소신으로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자, 내 두 눈으로 자료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믿지 말자,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 치있는 정보를 전달하자, 이것도 제가 원칙으로 내세우는 몇 가지 것들입니다. 이게 브랜드 저널리즘의 시발점이라고도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였던 때와 비교해보면(제가 매번 페이스북에서 이야기하는 말입니다만), 저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카카오브레인 연구원과 함께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쓰고 있죠. 특히 기술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의 글은 제가 직접 공부해서 쓰는 것보다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는 게 훨씬 더 빠릅니다. 글을 많이 써본 제가 연구원들의 기술 성과를 잘 정리하고,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서 기술적으로 확신을 받고 싶은 부분은 연구원이 피드백을 주는, 나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생성해나갈 콘텐츠의 타깃은 인공지능에 조금이라고 관심 있을 사람입니다. 인공지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읽을 확률은 사실 0%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건 제 관할 밖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스포츠 관련 뉴스나 영화를 안 보는 이치와 같겠죠? 인공지능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을 내 독자로 만들기 위한 고민은 계속 하는데 사실 뾰족한 수는 없네요. 일단은 지금처럼 카카오브레인 연구원님들이 만들어나가는 성과를 잘 전달할 수 있는데 주안을 두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년에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일단 밖에 나가야 할 거 같아요. 기자 때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서 생각을 나누는 것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고인 물은 되기 싫거든요. 자료만 보며 글 쓰는 것도 더는 안 되겠다 싶긴 합니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기자는 말이야.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려고 해. 아 물론 안 그런 기자도 있어. 하지만 진실을 전하려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고!" 저도 인공지능 커뮤니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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