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여행02 - 숙소와 동선
나는 계획하는 일을 즐겨한다. 목표의 50%라도 달성해도 좋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 무엇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계획 단계에서 평소 느껴보지 못했던, 일종의 성취감을 느꼈다. 목표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5박 6일간 동선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고, 일본에서의 편한 여행을 위해(현지에서 구글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한국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가는 것". 어떤 지인은 즉흥적인 여행도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는 말은 건네기도 했지만, 사실 체질상 여행 계획은 A부터 Z까지 세워야만 만족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버스 정류장을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버스는 몇 시에 오는지,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건물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를 모두 노트에 정리 후 머리속으로 사전에 시뮬레이션해야 마음을 놓는다. 정말 오지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게 아닌 이상 인터넷이 터지는 그 어느 곳이라면 어느 정도 계획성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와 되돌아오는 비행기를, 더는 무를 수는 없게 됐다. 그렇기에 그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선과 숙소였다. 특히 숙소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로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연말특수와 겹쳐서 방이 금방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숙소가 정해져야 가장 효율적인 관광 코스를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어디에 머물지 가장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생각한 안은 나하 시내에 하루 묵고 이튿날 남부로 간다. 셋째 다시 나하로, 넷째 중부, 다섯째 북부 그리고 마지막 날 다시 나하로 오는 코스. 매번 짐을 가지고 옮기는 중노동을 할 자신이 없어서 사실상 포기. 면허가 없어 렌터카도 없는 상황에서 버스에 캐리어 짐을 싣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또한 각기 다른 코스별 차편을 따로 알아보는 것마저 '일’이 되겠다 싶어서 이 코스는 바로 포기했다.
차순위로 생각한 것은 바로 나하 시내에만 계속 머무는 것. 남부로 버스 한 시간, 북부로 버스 한 시간이면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질 것 같아서 일부 일정은 남부 또는 북부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세번째이자 확정적으로 생각한 건 나하 시내에서 3박 4일 머물고 하루는 중부, 마지막ㅡ날은 다시 나하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사실 나하 시내를 그렇게까지 고집할 이유는 없는데(너무 오래 나하 시내 근처에 머물렀던 것 같았다는 의미다) 처음 가는 여행이라 빡빡한 일정보다는 여유로운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3박 4일 연박할 숙소로는 게스트하우스보다는 1인 비즈니스호텔 위주로 찾았다. 게스트하우스는 도난의 위험도 있고 공간도 좁아 짐을 풀어헤칠 수가 없다. 그리고 대개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출입 또는 내부 시설 이용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여행을 위해서라도 게스트하우스는 피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하 시내에서 가성비 높은 빌라 코스트 니시마치를 빠르게 예약할 수 있었다. 1박에 거의 3만3000원인 셈. 나하 시내인 국제거리에서 도보로 수십 분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숙소다.
나머지 이틀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일정으로 조율했다. 날짜가 연말에 가까울수록 숙소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혼자 호텔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에어비엔비도 봤는데 무슨 창고 시설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라고 내놓고선 떡하니 한 박에 4만원 가량을 요구하니 기가 찼다. 그래서 정말 잠만 잘 생각으로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2곳을 각각 예약했다. 경험해보니 게스트하우스는 역시 게스트하우스였다. 저렴한 가격에 가볼 만 하지만, 1~2만원 보태 호텔 또는 비즈니스 호텔이 훨씬 속 편하고 좋다.
숙소 예약은 아고다를 이용했다. 아고다가 짱이다! 호텔스컴바인 뭐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일단 예약 가능한 숙박 정보량 측면에서도 아고다는 넘사벽이었다. 아울러 아고다는 내가 묶을 숙소의 부가 시설이나 서비스, 체크인 시간과 체크아웃 시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해준다. 완전 편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긴 리뷰도 꽤 쓸모 있는 정보였다. 누군가가 그렇게 평가했다면, 정말 그런 거다. 믿어도 된다.
사실 오키나와로 또다시 여행을 간다면 연휴 내내 한 곳의 비즈니스호텔에 짐을 푸는 결정을 할 것이다. 그때는 국제면허로 렌터카를 빌린 후 가고 싶은 곳만 골라 맘대로 돌아다닐 거다. 버스로 여행하기엔 멀고 버스투어로 하기엔 만족스럽지 않은 오키나와. 렌터카와 함께라면 200% 만족할 수 있을 듯! 숙소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포스팅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숙소와 대강의 동선(나하&남부->중부->북부->나하)을 짰다면 이제 동선 내에 내가 갈 만한 관광명소와 맛집을 찾는 일이다. 이 부분도 향후 상세 포스팅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그다음 챙겨 할 준비물은 포켓 와이파이, 환전, 그리고 여행자 보험이다.
로밍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했던 찰나, 일본이나 오키나와와 같은 곳은 포켓 와이파이면 24시간 동안 와이파이에 무제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단말기 하루 대여 금액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티몬을 통해 말톡 포켓 와이파이를 신청했다. 하루 3500원이고, 게다가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출국 시 1일 대여료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 이끌렸다.
포켓 와이파이 수령과 반납은 모두 한국. 한가지 불신영역은 하나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제품이 막상 일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보상 책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말톡 서비스사는 "문제시 데이터로밍비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달았다. 이 정도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제를 진행했다.
나는 화요일에 출국 예정이므로 5일만 결제하니 비용은 1만7500원. 만일 이통사를 통해 로밍을 신청했다면 거의 7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했을 것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외여행 시 반드시 여행자 보험에 들라는 조언을 들었다(실제로 오키나와에서 차에 살짝 치였다..). 뉴스 등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일정 금액을 환전하면 여행자 보험에 무료로 가입시켜주는 은행이 몇 군데 있었다. 국민은행이 그중 하나였다. 써니뱅크나 우리은행 위비톡, 하나은행을 이용하면 90% 환전수수료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여긴 과감히 포기했다. 환전하면 여행자보험을 무료로 들어준다는 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대부분의 식당, 개인 상점, 관광지 입장료는 신용카드가 안 되므로 엔화를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본래 6만~7만엔 정도 가져가려고 했는데 과하다 싶었다. 행원 언니에게 "보통 어느 정도 환전해요?"라고 물었더니 숫자를 말씀하지는 않고 "부족한 것보다 넉넉하게 가져가는 게 좋다. 엔은 보유하고 있기도 좋은 외화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하루 1만 엔을 쓴다는 조건으로, 5일을 곱했다.
총 환전금액은 5만엔. 적용환율은 1026.88원으로, 513,440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환전만 하면 90% 우대인데 여행자보험 적용하면 우대이율이 80%로 다소 낮아진다.
1000엔에 대한 수요가 높아 한 사람당 20장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1000엔 20장, 5000엔 6장으로 바꿔왔다. 실제로 이 중 4000엔을 남겨왔다. 술집이나 바나 저녁 맛집을 다녔고 선물을 사느라 이정도 사용했던 것 같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울 거라면 사실 5만엔도 솔직히 많다.
12월 27일 화요일 떠나는 전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전날 미리 쌓아놔도 다음 날 아침 5시에 일어나서도 다시 한 번 체크하게 된다. 특히 여권이나 돈을 집에 두고 떠날까 한없이 불안했다. 바우처, 여권 등 중요 서류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에버노트에 미리 저장했다.
준비물
- 여권/비자 - 일본은 일단 무비자 발급 국가로 90일간 체류할 수 있으니 패스. 여권의 경우 작은 가방에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오키나와 시내에서 일정 금액 이상으로 물품을 구매하면 면세를 해주는데 여권을 먼저 보여줘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 여권/비자 에버노트에 복사해두기
- 항공권
- 항공권 에버노트에 복사해두기
- 한국돈
- 엔화
- 신용카드
- 예비용 사진
- 작은 가방
- 필기도구/수첩
- 카메라
- 칫솔/치약
- 수건
- 비누
- 샴푸, 린스 : 왠만한 숙소에는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이 비치돼 있지만, 굳이 따로 챙겨갈 필요가 있다. 숙소에 있던 샴푸랑 린스를 썼더니 머리카락이 오히려 푸석푸석해지고 상태가 나빠졌다. 저렴한 제품을 비치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 화장품
- 모자/선글라스 : 모자는 사실 거의 실효성 없다. 바닷가 근처에서 바람 한 번 불면 날라간다. 모자보다는 선그라스가 더 낫다.
- 선크림
- 편한 신발
- 생리용품(속옷)
- 비상약
- 비닐봉투 : 굳이 안가져가도 된다. 편의점 갈 때마다 봉투 한 개씩 들려준다.
- 한국식 선물
- 돼지코 플러그 : 굳이 안사도 됨.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자기가 사용하는 이통사 부스로 이동, 돼지코를 빌려달라고 하면 1인당 2개까지 무료로 빌려준다. 단 해외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특정 기간에는 물량이 다 떨어져 빌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른 아침에 빌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다이소같은 곳에서 미리 장만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 슬리퍼/샌달 : 비치에 발담그고 놀고자 한다면, 숙소에서 편의점으로 간단히 마실나갈 일이 있다면 슬리퍼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
- 셀카봉
- 데일밴드
- 멀티탭 : 다이소에서 2구짜리 3000원에 판다.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곳에선 정말 요긴하게 쓰이는 녀석이다.
- 데오도란트
- 지퍼백
- 충전기
- 물티슈
- 렌즈/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