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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Jan 07. 2017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오키나와여행01 - 티켓팅 예매

"머리도 식힐 겸..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게 어때?"

"혼자서 잘 갔다 올 수 있을지 자신 없어. 그냥 국내 여행 가볍게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에이 그래도 모처럼 얻은 장기 휴가인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외여행을 가?"



오키나와 여행은 그렇게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갈까? 그래 한 번 가자!" 거의 즉흥적으로 이뤄진 계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2월 16일 금요일 저녁에 오키나와 행을 결정,  그다음 날 토요일 새벽 3시에 항공권 예매까지 바로 마쳤다. 그다음 주로 넘기면 왠지 비행기 티켓팅 기회를 완전히 놓칠 것만 같아 눈을 부릅뜨고 비행편을 알아보느라 불타는 금요일을 소진했다.


여행일정은 2016년 12월 27일 화요일부터 2017년 1월 1일. 5박 6일 일정이었다. 출발일을 두고 고심하다가 화요일로 결정했다. 휴가 일수가 확정되지 않았던 터라 월~금, 주5일 휴가를 받기가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직감이 생겼는데, 역시나. 월요일 저녁까지 빡세게 기사 쓰다 화요일 오전에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일정으로 그 주 주말 내내 여행 루트를 조금씩 짜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기자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지난해 6월 막 수습생활을 끝내고 정식 기자생활을 한 지 7개월 만에 번아웃(Burn-out) 증세가 나타났다. 번아웃은 육체적, 심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돼 버려 무기력해진 상태 혹은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통칭한다. 


사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쏟았고 내가 쓰고픈 모든 기사에 애정을 부었다(열성). 하지만 열정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침체). 어느 새부턴가 내가 왜 이런 기사를 써야 하나 회의감 마저 들었다(좌절). 그러다가 아예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을 찾는 일마저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무관심). 이 과정은 Edelwich와 Brodsky(1993)가 정의한 번아웃 진행 과정과도 얼추 비슷하다. 


왜 (기사를) 써야 하지. 누구를 위해 써야 하지. 내가 이런 기사를 쓴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나. 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해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 찾아가야 할 과제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그걸 과연 찾을 수는 있는 걸까. 솔직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어떤 게 기사인지 스스로 분간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왜 기사체를 고집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이해하길 거부했다. 물론 취재를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취재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찾지를 못했다. 집에 가서 책을 펴들고 공부했던 과거와는 달리, 그냥 누워서 자기 바빴다. 생각도 하기 싫었고 그냥 그저 도피만 하고 싶었다.


몇 달간 이런 증세가 지속하자 내 몸에서는 휴식, 즉 리프레시를 원한다는 신호가 왔다. 아니, 신호가 왔다고 그렇게 핑계 대고 싶은 게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속적으로 기사를 쓰는 행위 자체를 중단하고 싶었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렇게 더는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기자가 되고 싶은 건지, 기자여야만 하는 건지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찾고 싶었다. 


5박 6일간 오키나와로 홀로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지난 2010년 2박 3일간 중국 상해엑스포를 구경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 해외 여행은 처음이다. 그것도 여자 혼자서는 생애 최초. 지금까지 제주도는 두어번 간 적이 있는데 그 외 해외로 나갈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 특히 일본은 일본어에 유창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 여행을 결심했던 때는 그런 언어적 장벽같은 건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한국, 이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5박 6일간의 오키나와 나 홀로 여행. 사실 그 시작은 지리멸렬한 기자라는 삶에서 한시라도 벗어나려는 욕망의 발단이었다.



오키나와 날씨/온도 사이트 :  http://weather.yahoo.co.jp/weather/jp/47/9110.html  

날씨/온도

쾌적한 기후.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 전체가 야열대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연평균기온이 섭씨 22.7도, 평균최저기온도 17.2도로 눈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오키나와를 찾았던 12월 초에도 평균기온이 20도에 달했다. 한낮에는 25도 이상까지 기온이 올라갔고, 캠핑장에서 잠을 이룬 밤과 새벽에도 침낭이나 이불을 덥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다.


지리

오키나와는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이다.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빠듯한 일정은 비추다. 휴양지인만큼 지역별로 하루에 1~2곳정도 보고 리조트에서 여유있게 휴양하기를 추천한다. 남부→중부 1시간, 중부→북부 1시간, 북부→남부 2시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역사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해상로에 위치하여 무역으로 발전했고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화를 이룬 곳 오키나와. 지금도 오키나와는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중국과 일본과의 영토 문제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있으며 미군 기지의 자리만으로도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는 곳이기에 아주 독특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출처 : 월간 아웃도어 '아픈역사만큼이나 아름다운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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