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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Sep 24. 2017

맥락(Context)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

무례한 사람들이 미워요 ㅠ.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에게 필요한 제1원칙이라고 한다면, 저는 맥락(Context)을 꼽아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맥락을 고려하는 대화가 서로 잘 통한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여기서 인공지능은 관련 연구와 서비스 기술들을 총칭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들이 맥락을 고려한 학습에 집중한다는데! 도대체 왜 몇몇 사람들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대화에 빠져드는 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맥락이란 저와 상대방의 친밀도도 포함이 되는데요, 자꾸만 제가 생각하는 '선'을 넘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분들이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하하호호 웃으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는데 이게 수개월 간 축적이 되니까 사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축적되더라고요 ㅠㅠ "저한테 진짜 왜 그러시나요?"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은 더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단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만 했는지, 지난 9개월간 있었던 사례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오빠는 언제 봐?


그냥 알고 지내던 오빠도 아닙니다. 그냥 업계 선배였어요. 다른 기자 선배들도 모여서 술을 먹는 자리였는데 둘이서만 2차/3차를 가자고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계속 밥 한 번 먹자, 동네에 놀러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어요. 심지어 그 당시 제가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진짜 저한테 왜 그래요?


들리는 바로는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자 후배들한테 사귀자며 추파를 날리더라고요. 하아, 가서 때릴까…. 이분도 그래서 친구를 끊어버렸어요.


아무리 선배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여자 후배를 후배가 아니라 '여자’로 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의 만남은 인연?


제가 지난 12월 말에 오키나와에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마침 페이스북에서 다른 매체 선배도 오키나와 '나하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다른 행사장에서 오가며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안면을 튼 사이라서 연락해서 만나서 칵테일 2잔을 했습니다. 왜 남자랑 단둘이서, 그것도 외국에서 술을 먹었느냐고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당연히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겹치는 업계 선배니까 허튼짓 안 할 줄 알았죠!


그 자리에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영어 잘하는 여자가 좋다, 수경씨도 영어를 잘했으면 내가 반했을지도 모른다는 둥 그런 소리를 하시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온 이후론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인연', '추억’이라고 표헌하시며 부담스럽게 다가오셨습니다. 제가 아웃스탠딩 간다고 하니, "내가 아웃스탠딩 상황 잘 아는데 어쩌고저쩌고" 에고 :( 내부 사람보다 외부 사람이 더 잘 알까요. 이분은 아예 차단했습니다.


이 케이스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입니다. 아, 고민 상담은 상대 봐가면서 해야 하는구나.



'보험도 투자입니다'


제가 P2P금융 플랫폼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지난해 말 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느정도 종자금을 마련하고 나서야 돈을 굴리는 일에 관심이 생기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관련 포스트를 올릴 때마다 보험도 투자라며, 보험 이야기만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생명보험 등 이미 들어야 할 건 부모님이 다 들어주셨고 전셋집 마련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P2P금융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매번 설명했지만, 계속 보험 들라는 이야기만 하길래 친구를 끊어버렸어요.


제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보험을 엄마가 들어줬다고, 제가 보험들기 싫다는데 자꾸 왜 그래요?


ps.비슷한 이야기로 타인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와서 자사 서비스 홍보만 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해당 서비스가 필요한 대화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홍보는 사절입니다.



남자 갈아타나요?


얼마 전에 제 연애 상태를 바꿨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한테 축하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생각보다 제 연애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놀라 앞으로는 연애 관련해 일체 언급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이 "남자를 갈아탄다"라는 식으로 남들 다 보는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았어요. 제가 사실무근인 것에 대해 추측하지 말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간 제 페이스북에 이따금 "남자친구는 어디다 두고 혼자 왔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하, 그래서 이분 도 친구를 끊었습니다.


ps.통상적으로 남자/여자를 갈아탄다는 표현은 부정적입니다. 이런 표현은 친구 사이에서 "ㅋㅋㅋㅋ 너 또 남자 갈아탔냐?" 정도의 맥락에서 장난스럽게 쓰일 수 있는 어휘입니다. 물론 이따위로 말하면 그 친구 등짝을 스매싱하며 "말을 뭐 그따위로 하냐 ㅋㅋ"라고 혼냈겠죠. 궁금하시면 구글 좀..



광고도 정보인데...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어떤 분이 새로 상품 페이지를 오픈했다며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링크를 공유해달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저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스타트업을 취재하고 있는 제가, 특정 스타트업의 서비스 페이지나 구매 페이지를 홍보를 목적으로 공유하는 건 제 업에 대한 윤리와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제가 직접 구매하거나, 제가 직접 경험해본 바에 대해서 좋다고는 할 수는 있어도, 스타트업을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페이지를 제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런 의사를 전달하며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광고도 정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광고도 상대방이 필요로 할 때만 정보로 인식되는데, 저한테 왜그러시나요? 팔로우를 끊었습니다.



시간 되면 만나요, 놀러 갈게요


자 우리가 차분히 생각해봅시다. 보통 직장인은 9시부터 6시, 그리고 10시부터 7시까지 일해요. 기자들도 통상적으로 그 시간 내 자기 업무를 처리합니다. 주로 점심시간에 업계 사람들을 만나거나 오전/오후 업무 시간을 할애해 인터뷰를 진행하죠. 외부로 인터뷰를 한 번 나갈 때 그 앞뒤로 티타임을 가지기도 합니다. 기자에게 있어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업무의 연장선상이죠. 그리고 그 사이사이엔 오로지 기사를 쓰는데 자기 시간을 할애합니다. 가끔은 모자라서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기도 해요. 자 여기까지 이해가 되나요?


그런데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한 번 찾아가겠다, 한번 보자고 연락을 해오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고요. 나 노는 거 아닌데, 낮에 기사 쓰고 기사 쓰는 데 필요한 업계 사람들 만나는데… 저녁에 만나면 된다고요? 저녁에 저도 쉬어아죠.. 저녁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썸남(또는 남자친구), 친구,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직장동료와 가족만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도대체 저한테 왜그러세요..



내가 그거 해봤는데


제가 카카오브레인 간다고 말한 이후로 저의 행보에 꽤 심기를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 물론 아웃스탠딩 간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정확히 제가 가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도 안 한 상황에서 뭐하듯이 일하면 혼난다는 둥, 뭐와 뭐는 다르다는 둥 훈계 아닌 훈계를 해주신 분들이 좀 있더라고요.


제가 어리고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대로 나름 기자 생활하고 에디터 생활하면서 조직생활 좀 해왔고 일을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어요. 근데 같이 일도 안 해본 사람에게 훈계질 하기엔 우리 너무 거리가 먼데.. 도대체 왜 그러시나요?



그 밖에 자신이 투자했다가 손해를 나게 한 회사를 왜 인터뷰 했냐며, 정정해야 한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와 제 페이스북 메시지, 그리고 페이스북 댓글과 기사 댓글을 통해 폭탄 아닌 폭탄을 남기신 분도 있고요, 기사를 꼭 미리 봐야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기사가 출고되기 전에 보면 그거 사실상 검열이거든요. 틀린 정보에 대해선 언제든지 수정 요청은 가능하지만, 기사의 방향이나 표현에 지나침이 없다면 기자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그래서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짜봤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가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 제가 부러워서 그러시는 거죠?

우리 언제 한 번 봐요 : 저한테 관심 있어서 그러시는 거죠?

(먼저 안 물어봤는데) 제 이상형은 어쩌고.. : 안 궁금한데요?

(보험, 광고)도 중요합니다 : 저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오빠가 말이야 : 선배 자꾸 자기 자신을 오빠라고 지칭하면 저 진짜 화냅니다.

00 뭐예요? : 구글링하세요


3번 이상 반복되면 그때부터 차단하려고요. 아니 그렇게 경계심이 높아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냐고요? 세상에 사실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그런데 그 중에 저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건 그 소수에 불과한 이상한 사람들이에요. 그 이상한 사람들과는 굳이 비즈니스 관계도 맺고 싶지도 않고, 개인적인 친분을 다지고 싶진 않아요. 좋은 사람들과 친분을 다져나가기에도 모자란 인생입니다.


가르치면 된다고요? 저도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데 29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는데 대화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분들의 어머니도 못한 걸 제가 어떻게 가르쳐요.


온라인에선 맥락에 어울리는 대화, 그리고 공감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만약 꼭 친해져야 한다면 최소한의 프로세스는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페이스북 댓글이나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해보세요. 생산성, 글쓰기, 인공지능, 음식 등 아주 다양한 대화 카테고리가 있을 겁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캐내려는 인상을 풍기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다는 식의 대화가 가장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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