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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Oct 31. 2017

야놀자로부터 '당일' 예약취소를 당했습니다

야놀자 숙박 예약 사용자는 예약당일 업주로부터 일방적으로 '예약취소’를 당할 수도 있음을 숙지해야 한다. 실제 필자가 지난 금요일(10월 27일) 겪은 일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15일 일요일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고기사 : 

http://www.consumerresearch.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462745


회사-집-회사-집,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일상이 무료했던 필자는 친구 2인방을 섭외했다. 10월 홍대 클럽 데이를 다 함께 즐기기 위해서다.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클럽에 가서 노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고심 끝에 홍대로 선회했다. 유흥문화(?)와는 거리가 먼 처자들이 제대로 춤추며 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우연히 홍대 일대 클럽이 연합해 매월 클럽 데이를 연다는 정보를 접했다. 입장 팔찌만 착용하면 열 군데 클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인디밴드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그즉시 인터파크에서 티켓을 구매한 우리는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로부터 약 11일이 지난 목요일. 한가지 염려되는 게 있었다. 바로 '늦은 밤 귀가’였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클럽 밴드 공연을 보는데 집에 일찍 가기 왠지 아쉬울 것 같았다. 멀리 동쪽에 사는 친구도 오는 데 말이다. 방을 잡고 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홍대 클럽 데이 전날인 25일, 목요일 오전의 일이다.



그 즉시 야놀자 앱을 켠 뒤 홍대 클럽 거리 부근 게스트하우스 3인실을 예약했다. 우리들의 정식 집합시간은 클럽데이 입장시각인 오후 8시. 외부 행사가 있던 친구 A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결제는 필자가, 예약자는 친구 A 이름으로 했다.



악몽은 게스트하우스에 입실하는 날이자, 클럽데이 당일에 일어났다.


필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금요일 휴가를 내고 종일 집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약에 취해 잠이 든 사이 사단이 일어났다. 27일 금요일 오후 2시, 예약자인 친구 A에게 '3인실 자리가 없다’며 예약을 취소해야겠다는 연락이 게스트하우스로부터 온 것이다. 순둥이 친구 A는 '어쩔 수 없다. 알겠다’고 통화를 종료했다고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필자는 잠을 자고 일어난 오후 5시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우선 야놀자 앱을 켰다. 취소했다던 예약 내역은 그대로였다. 예약자인 친구 A가 전달한 내용과 전혀 다른 결과였다.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방이 없어서 취소됐다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받은 상황에서 자칫, 노쇼(Noshow)로 100% 수수료까지 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랴부랴 야놀자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길래 필자의 것을 알려줬다. 예약내역에 검색되지 않는다고 상담원이 말했다. 다시 예약자 이름과 번호를 알려줬다. 이미 예약자 A가 결제자인 내게 전후 사정을 다 말했고 결제자인 내가 취소해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예약자 본인이 전화해서 취소해야 한다고 야놀자 고객센터 측은 말했다. 예약자와 결제자가 다른 사용자가 다를 수도 잇다는 그 자체를 염두하지 않아 보였다. 그럼 예약자랑 이야기하라고, 1차 통화를 황당하게 종료했다.


친구 A와 카톡방으로 이야기하던 중에 야놀자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왔다(맴도는 대화만 반복했던 터라 정확한 맥락은 기억나질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서 기술한다)

- 게스트하우스 쪽에서 결제자와 통화를 하고 싶다며 했다. 조금 전에는 예약자랑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더니, 왜 이제 와서 결제자한테 그걸 물어보냐고 따졌다. 자기네들은 배운 대로만 한다고 했다. 방이 없으니 예약취소를 한다는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결제자랑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 상황도 납득이 안됐다. 고객센터가 예약/결제자와 숙박업소 주인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 일방적으로 예약취소를 당해서 경황이 없는 고객의 마음을 달래주기보다는, 자기네들은 정석대로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반복했다.

-일단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 당일 오후 2시에 이르러서야 방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데 말이 되느냐고 따졌으나 얘네들은 앵무새마냥 똑같은 대답만 해댔다. 화난 필자는 "로봇과 대화해도 이것보단 낫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6만3000원의 돈은 통장으로 재입금됐다.



나는 야놀자가 이번 사태를 유발하게 만든 문제를 2가지나 안고 있다고 본다.


한가지는 야놀자 정도 되는 기업이 실시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부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야놀자 예약 시스템이 숙박 자체 예약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제한 날로부터 하루가 지난 뒤, 그리고 예약 당일에 뒤늦게 숙박 업체가 객실 정보를 확인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숙박 업주가 야놀자 예약 시스템에 접속한 뒤 수동으로 예약 내역을 입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 채널로 들어오는 예약은 비동기식으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야놀자 바로예약과 야놀자 앱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야놀자 예약 페이지 내 '하나의 객실에 중복예약이 발생될 수 있다'고 고지한 부분이 이를 뒷받침한다(동시 예약이 가능한 티켓예매 사이트에서 중복예약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결국 숙박업주가 야놀자 예약 시스템을 확인하지 않은 사이 다른 채널(네이버 예약 등)을 통해 예약이 먼저 혹은 후에 들어올 경우 야놀자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날에, 원하는 방 예약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놀자는 비동기식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했다. "제휴점 사정으로 객실 정보가 수시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불이익은 당사가 책임지지 않습니다"는 식으로 말이다. 야놀자 예약자는 100% 예약 완료 여부를 입실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확인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오후 10시, 호텔 앞에서 예약취소를 당했다는 친구 사례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고객에 의한 취소 수수료는 부과하면서 업체의 실수나 잘못에 의한 일방적인 예약취소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이 관여하는 일인 만큼 실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래서 '시점'의 문제라고 본다.


고객에 의한 취소인 경우, 입실 당일에는 환불해주지 않는다. 노쇼도 마찬가지다. 반면, 입실 당일 일방적으로 예약 취소를 당한 고객에게 100% 환불은 해주지만 보상(꼭 금전적인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준다고 해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은 해주지 않는다. 결제 즉시, 혹은 결제 후 수분~수 시간 내로 업체 사정에 의한 예약취소였다면 충분히 납득하고 플랜B를 가동했을 것이다(결제 전에 예약가능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베스트다). 그런데 보자. 해당 상품의 경우, 입실 시간이 오후 2시부터다. 입실 가능한 시간에 전화해서 일방적으로 예약취소를 통보했다. 그나마 홍대 게스트하우스는 옵션이 많기에 바로 대안을 설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가족 단위 펜션 예약이었다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업체에 의한 취소 기준을 세우지 않은 야놀자는 이조차 고객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는 사실, 실시간 예약 시스템이 부재한 것에 대한 여파다.



뭘 믿고 야놀자를 써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입실 당일이 되어서야 더블부킹 이슈를 알고,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예약취소를 당하는 걸 방관하는 야놀자 시스템을 못 믿겠다. 고객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길래 오늘부로 야놀자 앱을 삭제한다.


참고로 필자는 블랙컨슈머가 아니다. 기자로 활동할 때 야놀자 인터뷰 기사도 썼다. 국내 게스트하우스 예약 시에도 야놀자를 종종 이용했다. 다만, 고객 입장에서 이번 건은 정말 나쁜 경험에 속한다. 특히 고객센터의 대응이 실망스러웠다. 나름 야놀자 열혈 팬을 자청했던 필자는 그 자리를 내려놓기로 했다.


http://www.newspim.com/news/view/20160328000185

http://outstanding.kr/yanoljabranding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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