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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Nov 06. 2017

나는 그대로

달라진 건 나를 보는 사람들


이보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수는 없다. '기자’라는 타이틀 유무와 상관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기자 업계를 떠나면서 내심 걱정했다. 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날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느꼈다. 물론 기우에 불과했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나는 나다운 구석을 찾은 것은 물론, ‘취재원’이 아닌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프레시코드의 유이경 CMO와의 대화 일부 캡처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 나를 '기자’로 소개하는 건 늘 조심스러웠다. 상대방 입장을 헤아려보자면 굳이 '기자’와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어서다. 내가 기자라서, 누군가에게는 여러모로 피곤하고, 성가신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무엇을 같이하자고 제의를 하거나 무엇을 같이한다고 응답하는 일 자체가 늘 껄끄러웠다.


이제는 다르다. 페이스북으로만 알고 지냈던 카카오 랜선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즐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커피 한잔을 들고 탄천을 따라 산책도 한다. 상대방이 몸담은 비즈니스보다는, 상대방의 인생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좋은 사람끼리 서로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 여러 종류의 모임이나 파티를 열거나 조만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따금 상대방이 주로 서식하는 지역에 가서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같이 먹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친구로 다가갈 수 있는 지금의 내 위치가 너무나 좋다.


물론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달라진 건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카카오브레인으로 오기 전에도 내가 몸담은 조직을 사랑해왔다. 카카오브레인 오기 전에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다. 카카오브레인 오기 전에도 생산성은 내가 2시간이고, 3시간이고 혼자 떠들 수 있는 주제로 만들어왔다. 카카오브레인 이직과는 관계없이, 2017년 10월이 되면 독립하려고 3년간 준비해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마치, 카카오브레인을 내 인생 최고의 성공 또는 내 인생 최고의 행복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지다 보다.



#저에게 회사란, '사랑’의 대상입니다


지난 9월 18일부터 1주일간, 그야말로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했다는 걸 '엄청' 티 냈다. 카카오브레인 출근 첫날 받은 맥북 터치 바 사진도 올리고, 출입 카드 사진도 올리고, 책상 위에 올릴 네임택 사진도 여과없이 올렸다.


안녕하세요, 카카오브레인의 사만다입니다.

  

https://www.facebook.com/samantha.890410/media_set?set=a.1563148320409563.1073741870.100001432307366


곰곰이 따져보자면, 내 인생에 있어서 카카오브레인 합류가 빅 뉴스인 건 맞다. 하지만 카카오브레인만 그런 건 아니다. 아웃스탠딩에 있을 때도, 뉴스핌에 있을 때도, 한국 IDG에 있을 때도, 비석세스에 있을 때도 난 항상 똑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거쳐온 회사가 내 20대 인생의 빅뉴스들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좋다는 걸, 동료들이 좋다는 걸, 내가 하는 일이 좋다는 걸, 매번 만천하에 공개해왔다.


이슈화 규모를 굳이 따져보자면, '아웃스탠딩' 합류 이슈는 지금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내 인생을 둘로 나눠보자면 아웃스탠딩 합류 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멘트도 나오고, 출근이 즐겁다는 텍스트도 보인다. (그 이전 데이터는 사실 못찼겠다, 꾀꼬리)



예나 지금이나 나는 회사를 사랑하고, 그런 회사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선후배 또는 동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해왔다. 매 순간 진심으로 사람과 회사, 그리고 일을 사랑한 것도 사실이다.                                                                                            


어쩐 일인지는 몰라도 지난 9월 카카오브레인 합류 소식은 일부에게 못마땅함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적나라한 전시(?) 행위가 못마땅했던 한 사람은 "이런 자랑질 보다는 기대에 충족을 ㅋㅋㅋㅋ"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당혹스러웠다. 내가 어떤 회사에 소속돼 있는지에 따라 나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과거형일 뿐인 일이지만 말이다.


지금은 사람들도 나를 자연스럽게 '사만다’라고 부른다. '수경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다. '40004', '술만다' '만다야’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다. 누군가를 정보원이 아닌 격의 없는 친구로 대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 진짜 친구는 나를 직위나 회사로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 내가 깨달은 진리다. 그래서 현재 내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 그 모든 것들이 진심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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