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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Oct 11. 2017

현실직시 : 출퇴근이 힘들어서 집구하는데, 돈이 없네요

독립이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는 가장 괴로운 순간을 감내하는 일

2017년 10월, 5000만원.

  


2년 전 세웠던 저축 목표액이다. 당시 월급의 50~60%를 적금에 붓고(금액에 관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시 다녔던 회사와 급여 수준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 때문이다. 대개 이런 내용은 본인만 알고 있어야 한다), 상여금 등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을 합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여러 번의 이직을 통해 연봉을 꾸준히 높여나갔고, 현재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축하할 일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설정했던 목표액 자체가 애초에 터무니없이 작았다. 요즘 세상엔 5000만원으로는 쾌적한 반지하 전세방도 구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살 집이 아니더라.


그래서 1억원이라는 자본금을 끌어모을 때까지 30살 이후로 독립을 미루려고 했다. 어쩌면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았을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 최소한 생활비(관리비+식재료비)로 지출되는 부분을 저축해,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카카오브레인으로 이직하면서부터다. 카카오브레인 이전에는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편도) 내외라 굳이 독립할 의지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 집에서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브레인 사무실까지 오가는 시간을 합치면 대략 3시간 45분 정도 된다. 거의 4시간 가까운 시간을 길에서 버리자니 너무나 아까웠다. 


집에서 역까지, 역에서 회사까지 가는 시간을 합치고, 출근 시 매우 복잡한 1호선 사정을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린다.


출근 시간은 그렇다 치고, 더 큰 문제는 퇴근 후 시간 활용도가 극도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아홉시 반. 씻고 정리하면 오후 10시 반. 뭔가 하려다가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통근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이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혼자서도 왠지 잘 할 것 같다는 확신은 진작 들었다. 오키나와, 홍콩 등 홀로 여행 다니며 숙소를 혼자 이용해보니, 다른 사람과 부대낄 때보다 혼자 생활할 때 행복감이 크다는 걸 발견했다. 내가 머릿속에 그려둔 대로 동선이나 일 처리 프로세스를 수립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카오브레인 연구원 중 한 명은 회사 근처로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마치더니 순차적으로 생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출퇴근 시 타고 다닐 자전거도 사고, 운전면허도 따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부럽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도 안정적인 생활권 확보는 높은 생산성과 행복한 삶을 꿈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통근 거리와 행복도는 반비례한다. 2014년 발간한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서울시 출근통행의 질 평가' 보고서는 출근 거리가 5km 미만이면 대중교통 행복지수는 73.9점, 5~25km에서는 71.6점, 25km 이상에는 70.1점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 출퇴근만 4시간 청춘이 다 가네

참고 | 직장인 평균 출퇴근 시간 101분… 서울은 2시간 넘어


하지만 지역별 시세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며 좌절의 연속을 맛봐야 했다. 오피스텔 원룸 전세를 기준으로 강남/서초 쪽 시세는 1억8000만원이 거의 평균이다. 판교는 더 비싸다. 2억원을 넘는다. 판교 밑 정자역 쪽으로 내려가면 1억6000만원 짜리도 있지만, 그마저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행인 건 광교(수원)쪽으로 내려가면 조금 저렴해지기는 하지만 1억4000만원이 평균이라고 보면 된다.  


그나마 지금 집을 구하는 내 상황은 다른 친구보다는 낫다며 위안 삼는다. 전세자금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자금력을 가진 친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월세 매물로 계약한다. 보증금 시세는 잘 기억은 안 나고, 월세는 50만원부터 시작한다. 강남 월세는 보증금도 1억원이 넘고 월세도 100만원을 웃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월 이자로 2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물론 전세 자금 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서울에 본가가 있고 아직은 통근할 체력(?)이 있기 때문에 두 달 간 천천히 집을 알아봤다. 


돈이 많았다면,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면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걱정을 하는 내 자신이 가끔은 처량하다. 일찍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사람 구실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주(住)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오늘도 캥거루족으로 살아간다. 




독립을 결정하고, 전세 매물을 탐색하고, 집 계약하고, 이사하고, 살림살이를 채우기까지, 10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회사 근무 외 시간을 모두 독립 준비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 계약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독립 선배 블로거의 글을 섭렵한 끝에, 어렵게 생애 첫 독립에 성공했다. 독립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모든 과정, 에피소드를 글로 정리해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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