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을 계산기로 두들겨보는 게 우선입니다
나는 애초부터 전세를 원했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저렴하다는, 비용적인 이유에서다. 실제로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봤던 전세 매물은 오피스텔 원룸과 빌라 풀옵션 원룸, 이렇게 2종류다.
오피스텔 원룸을 보려고 한 이유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 조금이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수도세, 전기세, 도시가스비 등을 포함한 관리비가 많이 나올 때는 25만원까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잠시 망설였다. 전세 자금을 대출받아 오피스텔 원룸 전세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합쳐 50만원 가까운 돈을 허공(?)에 처박을 생각에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현재 사는 집에선 관리비와 대출이자를 합쳐 대략 35만원 내외가 될 것 같다).
참고 | 오피스텔 관리비 절약팁
그래서 풀옵션 일반 원룸도 알아봤다. 오피스텔보다는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야탑역 부근 원룸 전세 시세는 대략 1억3000만원 정도다. 나는 최대 1억7000만원까지 생각하면서 방을 알아봤다. 하지만 실제로 탐방해보니 밤길 퇴근길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밤 8시 이후에는 골목길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다녔다.
방 보러 다니며 공인중개사한테 물어보니, “아무래도 다세대 빌라는 앞집 옆집 뒷집이랑 창문을 통해 서로 알게 되니까 아무래도 여자분들은 선호하지 않아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다세대/빌라 원룸 대신, 오피스텔로 마음을 굳힌 계기가 됐다. 관리비가 걸리긴 해도, 안전을 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애초에 전세 매물을 구하려고 한 것처럼, 은행 대출 또한 시중은행 대출 상품이 아닌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이용하려고 했다. 버팀목 전세자금 상품은 소득에 따라, 대출액에 따라 대략 2.7~2.9% 사이로 돈을 빌려준다. 아울러 중도상환에 따른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는다. 월급 내에서 최대한 원리금을 갚아나갈 계획인 내게 딱 안성맞춤의 상품이었다. (자격 요건 및 준비 서류에 관해서는 6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대출 한도는 보증금의 70%다. 이마저도 연봉과 비교해 더 낮은 쪽을 기준으로 한다. 기존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연소득 2천만원 이하면 연봉의 2.75배, 2천만원 초과라면 3.3배에서 최대 1억2000만원(신혼은 1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물론 2안도 생각해야 한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이왕이면 처음부터 주거래은행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은행으로부터는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매물을 구하러 다니기 전에, 자신의 연봉으로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는 것이 좋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6편인 '대출’ 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한편 전세대출 한도를 파악하려면 은행에 재직증면서, 소득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서류없이는 한도 상담을 받을 수 없어서다. 근로소득원천징수연수증이나 갑종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매월 급여명세표 등 뭐가 됐든 조건에 맞는 서류를 챙겨가야 연봉에 근거에 대출 한도를 조회해볼 수 있다.
참고 | 오피스텔은 서류상에서도 '업무용’으로 기록돼 있다. 다만 입주해서 사는 사람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주거용 오피스텔이라고 인정해준다. 따라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임차 전용면적으로 85m²를 만족하기만 하면 된다.
현재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과 대출 한도액을 기준을 더해 집값 범위를 구하면 된다. P2P 금융에 묶여 있는 자산을 제외하고,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금액을 산정해본 결과, 나는 최대 1억6000만원 내의 매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걸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입지 장소를 탐색했다. 매물을 볼 때 애초부터 내 예산으로 구할 수 없는 건은 제외하면 되니, 조금 더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옵션을 따져보니 강남/양재, 양재시민의숲, 한남, 신도림, 부천, 판교, 광주시 오포읍, 야탑/수내, 신분당선(정자~광교) 구간 이렇게 9가지가 있었다. '직방' 앱을 보며 대강의 가격과 오피스텔 인테리어 스타일을 보고,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매매/전세가, 입주자 정보를 얻었다.
1) 강남과 양재엔 신축 오피스텔이 거의 없었다. 같은 가격대(1억5000만원대)로 구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대개 낡았고, 방 안에 가벽 형태로 화장실이 있는 게 태반이었다. 풀옵션으로 딸려오는 책상이나 옷장, 싱크대 디자인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이왕 사는 거면, 2년 동안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은데 강남과 양재에 있는 오피스텔은, 정말인지 영 별로였다. 같은 가격이라면, 서울생활을 포기하더라도 경기도권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을 정도로, 강남/송파 쪽 오피스텔은 가격 대비 품질(?)이 정말 좋지 않다.
2) 신도림, 부천, 한남은 회사 셔틀버스 덕분에 추가로 생긴 옵션이다. 신도림과 부천은 고려만 하고 사실상 매물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집에서 15~20분 거리라서 '독립’의 의미가 없기도 하거니와, 이곳에 집을 구하더라도 회사 출퇴근 편도 시간은 여전히 1시간이 넘는다.
3) 판교에는 애초부터 내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전세' 오피스텔이 거의 없었다. 월세가 대다수고, 전세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2억8000만원을 웃돌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4) 수원 광교 주변에는 신축 오피스텔도 많고, 전세 매물도 꽤 많았다. 다만 문제는 서울 본가에서 통근하는 상황에서 일마치고 광교까지 매물을 보러 갈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5) 결국 최종적으로 집을 구하기로 한 지역은 바로 야탑, 신분당선(정자~동천) 라인이다. 야탑/수내역 부근에는 오피스텔이 많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앞서 언급한 신변 보호상의 이유로 원룸촌을 포기하고, 수내역과 동천역 부근 오피스텔 매물을 알아보던 중에, 운 좋게도 동천역쪽 오피스텔로 최종 계약을 맺게 됐다. 자세한 이야기는 4편인 '현장탐방' 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참고 | 집을 탐색하고 전세 계약을 하기까지, 대략적으로 한달이 걸린 것 같다. 그로부터 은행 대출 신청 후 이사까지 2~3주, 살림살이 채우기까지 또다시 3주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까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부터 총 10주 가량 걸린 셈이다.
독립을 결정하고, 전세 매물을 탐색하고, 집 계약하고, 이사하고, 살림살이를 채우기까지, 10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회사 근무 외 시간을 모두 독립 준비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 계약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독립 선배 블로거의 글을 섭렵한 끝에, 어렵게 생애 첫 독립에 성공했다. 독립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모든 과정, 에피소드를 글로 정리해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