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들겨보며 건너야 합니다 :9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집을 구하는 젊은 싱글 여성일수록 특히 바로 새겨야 하는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임을 굳이 내보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기 쉬워서다. 우리나라에선 특히나 나이가 어린 여자를 홀대하거나 얕보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더욱 유념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집을 구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상식을 어떻게 수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지인으로부터 다음(Daum) 스토리펀딩으로 올라온 임차인이 알아야 할 정보 사전 책인 ’원룸키트’를 추천받았다. 민달팽이유니온에서 만든 원룸키트는 원룸상식사전, 주택 임대차계약서 등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이중 내가 눈여겨본 것은 바로 원룸상식사전이다. 원룸상식사전은 주거 정책, 법률 지식, 계약서 작성법, 자주 발생하는 분쟁, 도움받을 수 있는 곳 등 전·월세 계약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모아 엮은 안내서다.
두 세 번 계속 읽고, 또 읽었다.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내용이 머릿속에 확연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포켓 사이즈의 크기니, 가방에 넣어두고 출퇴근 시간 틈틈이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이외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취/독립 선배로부터 오피스텔 전세 계약 시 주의해야 할 것들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그 외 네이버 블로그나 보도 기사를 통해 매물을 보러 다니는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봤다.
1.방 보기 전 부동산한테 물어볼 것
2.세입자한테 물어볼 것
3.방 본 후 부동산에 물어볼 것
전세자금 대출 가능 여부
전입신고 가능 여부
입주일(이사일)
요즘엔 세입자의 소득이나 신용등급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이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집주인의 협조를 받기가 수월한 편이다. 물론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집주인으로부터 미리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전입신고가 '무조건' 가능해야 한다. 이것도 부동산으로부터 미리 확인을 받는 것이 좋다.
애초에 자신이 살려는 지역 매물을 관리하는 부동산에 연락해서 전세대출, 전입신고가 가능한 매물 중 최대 1억7000만원짜리 전세 매물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해당 매물이 새로 접수될 때마다 부동산에서 먼저 연락해주기 대문이다. 이런 경우, 대개 직방이나 다방에는 없는 따끈한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건네받은 주인이 나가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보니 여러 집의 이삿날이 맞물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행히 나는 본가에서 처음 독립하는 상황이라 입주일을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전세자금이 오가는 날=입주일이라는 공식이 있는 만큼, 꼭 한 번 점검하는 편이 좋다. 부동산에서 입주일이 언제인지 먼저 물어보기도 한다.
참고 | 인근 방을 많이 보고 온 '척', 결정은 부모님이 하는 '척’을 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한국은 나이가 어린(혹은 어려보이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회다.
가스요금이랑 전기요금 : "제일 많이 나올 때 얼마인가요?
소음
화장실 내 담배 냄새
입주청소
곰팡이
실내 온도 차로 인한 습기 유무
겨울 방풍
수도압
사실 세입자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방이 최대한 빨리 빠지게 하려면 '좋은 말’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정도는 지내봐야 알 수 있는 소음이나 겨울 방풍에 관한 사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그나마 신빙성이 높은 멘트를 굳이 꼽으라면 '관리비’와 '소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집을 구하면서 관리비에 대해 물어봤는데, 세입자로부터 "도시가스 포함해서 10만원 정도 나와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 월 주차비 2만원 정도 따로 내고요"라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관리비를 받아보고 나서야 관리비 관련해선 세입자 말에 신빙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참고 | 오피스텔 관리비는 세대가 많을수록 적게 나온다. 세대수가 많을수록 공용관리비가 더 적게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리해서다.
한편 곰팡이나 수도압, 담배냄새는 샅샅이 찾아보며 확인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재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은 지어진 지 1년밖에 안된 신축 건물이라 깨끗했다.
더 자세한 항목은 원룸상식사전 부록인 '좋은집 체크리스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등기부등본
건물 매매가, 은행 융자금, 세입자 전세금 : 은행 융자금+세입자 전세금+내보증금 < '건물 매매가의 70%'
주변 시설 확인할 것
건물 주변 소음/안전
왜 매물이 나왔는지?
매물을 직접 보고 난 뒤 부동산에 다시 돌아오면, 웬만하면 공인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을 보여준다. '계약시 보여준다’는 공인중개사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가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마당에 등기부등본 조회 수수료 700원을 아까워하며 예비 임차인에게 '협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추후 계약서에 '특약’을 추가하는 등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정보 비대칭을 추구하는 성향상 집에 관한 비밀(?)을 함구하고 있겠다 싶어, 개인적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건물 매매가의 70%'는 대개 공인중개사가 먼저 계산에서 예비 임차인에게 알려주는 편이다. 하지만 애초에 건물 매매가 자체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모든 내역을 기억하거나 녹음해온 뒤 집에 와서 다시한 번 해당 지역의 평균 건물 매매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해당 매물이 왜 나왔는지 물어보는 것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내가 주로 봤던 매물은 원래 월세였는데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임대인이 갑작스럽게 목돈을 필요로 해서였다.
이 편에서는 가계약 직전까지 챙겨야 할 필요 정보들에 대해서만 다뤘다. 계약서 작성시 유의사항과 대출 준비 프로세스 관련해서는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참고 | 원룸키트에 포함된 표준계약서는 참고만 하자. 이 표준 계약서로 계약해줄 곳이 많을지도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물론, 실제로 많지도 않다. 공인중개사가 내미는 계약서에 빠진 특약이 없나 체크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이 더 차라리 더 낫다.
독립을 결정하고, 전세 매물을 탐색하고, 집 계약하고, 이사하고, 살림살이를 채우기까지, 10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회사 근무 외 시간을 모두 독립 준비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 계약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독립 선배 블로거의 글을 섭렵한 끝에, 어렵게 생애 첫 독립에 성공했다. 독립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모든 과정, 에피소드를 글로 정리해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