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만다 Jan 24. 2018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오겠습니다

무엇인가 하느라 급급했다. 빈 시간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임을 여느라 정신도 없었다. 2017년엔 이직만 2번 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썼다. 그뿐만 아니다. 새로운 보금장소를 마련하느라 시간도, 돈도 축냈다. 뭔가 내 에너지를 쓰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인스턴트한 알림과 알맹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에 목을 내걸었다. 홀로 모니터를 마주 앉아 글을 쓰는 행위에서 오는 외로움도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2017년 한해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채우는 시간이 부족했다.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엇에 울고, 무엇에 감동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하루하루 뭔가 해내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이대로는 나 스스로에게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고, 나와 새롭게 관계를 맺을 누군가에게는 부담을 전가할 수 있겠다 싶었다. 구렁텅이 속에 빠지지 않으려면, 뭔가 채우고, 무엇인가를 하고, 무엇인가를 실행하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무엇인가를 쓰고,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무엇인가를 사재는 행위를 잠시라도 중단해야 함을 깨달았다.


지인들은 내게 "아직 30살은 젊어요. 할 게 더 많아요. 조금은 천천히,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봐요"라고 말한다. 2018년 1분기에는 심리학 관련 책을 보며 지난 29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30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계획이다. 무엇을 할 때 기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무엇을 할 때 슬프고 무엇을 할 때 예민해지고 무엇을 할 때 화난다고 말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다 살펴볼 계획이다. 지난 한 해 너무나 바빠서, 나 자신을 보듬어줄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게 내게 너무 미안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말파티 혼자서 기획해본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