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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26. 2018

질문으로 읽는 '사피엔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의 고통의 총량을 줄였을까?


좋은 저자는 '독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글을 쓰며, 독자는 간절히 풀고 싶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책을 구입해 읽는다. 위대한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들이 질문을 품게 만들며, 위대한 독자는 저자의 질문과 답들을 뛰어넘어 우리가 함께 나눌 질문들을 선택해 벗들을 만나 토론하고 실천하며 삶을 변혁시킨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전세계인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업에 성공했다.

'더구나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_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p588 후기 ‘신이 된 동물’ 중에서…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통해 답하고자 했던 질문은 그의 서문을 통해 드러나있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피엔스가 내린 선택을 통해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그 선택의 결과들이 만들어낸 우리의 역사를 통해서,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는 사피엔스가 획득한 도구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함으로써 답할 수 있다. 사피엔스라는 우리 종을 이해하는 일이 바쁜 일상을 힘겹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



사피엔스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의 진로는 전면적으로 바뀔 것이다.
_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p4 서문 : 한국의 독자들에게..

 



 사피엔스 종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만큼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독자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질문해보고 성찰하는 작업이다. 사피엔스를 읽기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가지는 (1) 힘의 원천으로서 도구, (2) 우리가 써 내려온 이야기로써의 역사, (3) 지나온 선택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결정해야할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쉽게 내릴 수 없지만, 과거에 우리가 내린 선택,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내릴 선택이 나라는 존재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내린 수많은 선택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왔으며, 다양한 선택이 실제로 어떻게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 살피는 것은 너무나도 귀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가능하게 한 우리가 가진 힘들을 이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며칠 전 '독서법'관련 책을 저술할 계획을 갖고 계신 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질문을 가지고 밥을 벌어먹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문독(問讀 :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다. 책을 써내려간 저자의 질문이 무엇일지를 탐구하고, 책을 읽는 내가 답을 찾아야 할 질문들을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은, 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는 작업이 되곤 한다.




  겸사겸사 사피엔스를 읽으며 끄적여본 나의 부끄러운 질문들을 공유해본다. 통상적으로 책을 구입하면, 먼저 서문과 후기를 읽고, 목차를 읽으며 (좋은 책일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아래와 같이 질문을 만들어보곤 한다. 이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며, 아직도 책을 읽고 또 읽는 있는 중이다. 아마 책을 읽는 과정에서 더 좋은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들이 가득한 질문술사의 작은 수첩, 이 글에 끄적인 질문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였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 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_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p19


  유발 하라리는 250만년 전 최초의 석기를 사용한 인류를 등장시켜, 1부 '인지혁명'부터, 2부 '농업혁명', 3부 '인류의 통합', 4부 '과학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획득해온 힘의 원천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무기와 도구 뿐 아니라 불, 생각, 언어, 동물의 가축화, 식물의 작물화, 신앙과 종교, 문화, 정치, 화폐, 과학 등 사피엔스가 획득해온 도구들이 인류와 자연에 어떤 힘을 행사해 왔는지, 인류의 역사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Q1. 사피엔스의 운명을 다른 종들과 다른 길을 걷을 수 있게한 도구들은 무엇인가?  



 


Q2. 그 도구를 손에 쥐고 강력한 힘을 획득한 사피엔스는 어떤 선택들을 했는가?





Q3. 사피엔스가 반복된 선택을 통해 채우고자 했던 근본적인 열망은 무엇이었는가?



 


Q4. 사피엔스의 선택은 자신과 주변에 어떤 결과들을 가져왔는가?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출연한 것이다. 그후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 부른다.'

_ 유발 하라리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_ 유발 하라리



Q5. 지금까지 선택에서 사피엔스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Q6. 사피엔스가 지난 선택에서 배우고 깨우쳐 온 것은 무엇이고, 아직도 배우고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Q7. 사피엔스가 최근에 얻게 된 새로운 도구들과 앞으로 얻게 될 도구들에는 어떤 가능성과 힘이 담겨있을까?



 


Q8. 최근에 얻은 도구를 가지고 사피엔스는 지금 무엇을 하는 중인가?




 

Q9. 새로운 도구를 쥔 사피엔스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불행히도  지구상에 지속되어온 사피엔스 체제가 이룩한 것 중에서  자랑스러운 업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주위 환경을 굴복시키고, 식량생산을 늘리고,  도시를 세우고, 제국을 건설하고, 널리 퍼진 교역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의 고통의 총량을 줄였을까? 인간의 역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개별 사피엔스의 복지를 개선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다른 동물에게는 큰 불행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_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p587~588  후기 ‘신이 된 동물’ 중에서…




나의 역사는 누가 묻고 답해야 할까?
사피엔스의 역사를 묻는 책, 그렇다면 나의 역사는 누가 물어야 할까?

  작가가 답해 줄 수 있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며 독자 스스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각자 개인의 삶에서 이런 질문들을 마주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누구도 대신 답할 수 없고, 오직 스스로 답해야 하는 질문들.


Q10.  그동안 획득해온 내 힘의 원천, 즉 내 삶의 도구(Tools)는 무엇인가?





Q11. 내가 가진 도구에는 어떤 힘과 가능성, 그리고 스토리(My Story)가 담겨있는가?





Q12. 앞으로 이 도구로 써내려갈 내 삶의 스토리에는 앞으로 어떤 선택(Choice)이 필요한가?







2018. 2. 26.
질문하며 밥도 얻어먹고 살고,
질문하며 책도 읽고,
질문하는 책도 쓰는,
'질문술사' 끄적이다.

  위에 끄적인 질문들에 명확하게 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질문을 잘 하려면 ‘답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을 더 온전하게 즐기며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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