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좋은 디자인은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_ 하라 켄야
왜 부족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부족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채우지 못함을 참지 못하는 이놈
갈애(渴愛)가 일어나니
모든 것들이 괴로움으로 흘러간다
흐르는 것을 멈추려던 사내는
무상함을 마주하지 못하고
흘러간 것들에 집착한다
부족함에 좀 더 머물러본다면 어떨까?
고요함 속에서
오직 모를 뿐임을 마주하나
답을 얻어낼 욕심에
질문을 써내려가며
억지 생각을 일으킨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맘은 조급하고 답답하니
다시 돌아
부족함에 머무른다
2014. 9. 5
질문술사
Q1. 왜 부족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갤럽사의 강점진단을 통해 나온 나의 첫번째 강점은 '최상화(Maximizer)'다. 나에게든 남에게든 탁월성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나는 '부족함'을 잘 참아내지 못한다. 나도 괴롭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괴롭히며 살아왔다. 이걸 알고서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더라. 다만 내가 최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족함에 머무는 힘이 부족해서인지는 성찰해볼 가치가 있다. 많은 경우 그저 부족함에 머무는 것이 고통이라서 벗어나려 했음을 깨닫게 된다.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무인양품의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말처럼,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삶 속으로 구현하고 싶다.
Q2. 부족함에 좀 더 머물러본다면 어떨까?
긴글을 끄적이지 않아도 좋다. 긴 호흡의 글을 쓰기에 내 삶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잠시 멈추고 한 줄의 단상을 남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래서 요즘엔 독자를 위한 글쓰기 보다는, 나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위해 시를 쓴다. 지금 시기에 내게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첫 책은 잘 팔리는 책이였으면 했고, 두 번째 출간할 책은 내가 끄적거린 시시한 시를 모아둔 '시집'이길 바란다. 세 번째 책을 쓸 때는 조금은 힘을 빼고, 내 부족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책, 읽을 만한 책을 쓸 수 있게 되겠지.
아직은 나의 부족함에 더 머물러도 좋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2018. 9. 14
시인이 되고 싶은 질문술사, 부족함을 다시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