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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04. 2018

왜 손으로 읽는가?

질문술사의 손으로 묻고 답하는 질문독서법

어제 끄적인 문장. 독서는 작가의 뜻과 마음과 의지를 만나게해준다.


질문술사는 왜 손으로 읽는가?


  질문을 잘하고 싶다면 손으로 먼저 끄적여보고 묻는 습관을 가져볼 것을 종종 권하곤 한다.


[참고 : 질문 메모술]

http://www.brunch.co.kr/@sambom/47


  책읽기도 눈으로만 읽는 것에서 벗어나, 손으로 써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때, 또 다른 독서의 기쁨과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작가의 글을 옮겨적다보면, 눈으로만 읽을 때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느껴진다. 우리는 작가가 썼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글을 읽는다. 읽는 속도를 늦춰볼 필요가 있으며, 손으로 읽는 것은 독서에 느림의 미학을 선물한다.

독서를 다시묻다. 초고 (1/2)




손으로 읽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일단 예시 하나를 보여주는게 좋겠다. 최근에 나는 ‘어댑티브 리더십’이라는 훌륭한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독자들처럼 나도 종이책을 읽을 때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두곤 한다.


  챕터 한장 정도를 읽은 다음에, 빠르게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대신 다음의 과정을 밟는다.

1.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문장을 옮겨적는다.

2.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을 만든다.

3. 내 생각을 정리할 빈칸을 마련해둔다.

4. 질문에 머물며 내 생각을 끄적인다.

5. 사진을 찍어 보관해둔다. (혹은 공유한다)


1.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문장을 옮겨적는다.

  개인적으로는 붓펜이나 두꺼운 만년필로 옮겨적으며 음미한다. 나는 종이를 아끼지 않고 크게 옮겨적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2.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을 만든다.

  저자의 문장 속에 숨어있는 핵심 메시지를 끄집어내어, 다시 질문으로 만들어본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가 내게 물어오는 질문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작업이다.


3. 내 생각을 정리할 빈칸을 마련해둔다.

  질문을 만들어도 답을 적어둘 빈칸이 없다면, 사유가 이어지지 않고 중단될 가능성이 많다. 몇가지 생각을 끄집어내고 싶은지에 따라 칸의 크기와 갯수는 달라질 수 있다.


4. 질문에 머물며 내 생각을 끄적인다.


  나는 주로 내 생각을 포스트잇에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생각을 찾을 때까지, 끄적이고 붙이고, 이동하거나, 버리기 편리해서다. 답변을 자세히 적어도 좋지만, 간략하게 키워드 형태로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간이 된다면 이 답들을 다시 글로 천천히 풀어쓸 때도 있다.


5. 사진을 찍어 보관해둔다

  이렇게 한장의 사진을 남겨두면, 작가의 문장이 독자의 사유를 더해 재창조된다. 이렇게 읽은 책들은 점점 더 특별한 책이 된다.



독서를 다시묻다. 초고 (2/2)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질문술사’인 나는 좋은 질문에 사람들이 함께 머물도록 돕고 밥먹고 살아간다. 필사하는 것에서 끝내지않고, 내 생각을 먼저 끄집어 정리해보고난 후 벗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양식도 만들어서 공유하는 작업까지 도전해볼 기회가 많다.


   ‘손으로 질문하며 읽기’는 저자와 만나고, 책을 읽는 나의 삶과 다시 만나고, 내 벗들 - 즉 우리와 만나는 과정이 된다. 눈으로 읽는 독서보다는 느리지만, 내겐 더 온전한 독서법이다.


  물론 느리고, 더디고, 비효율적인 방식일수도 있다. 지금처럼 수많은 정보와 출판물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나까지 그 빠름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책을 읽을 때 이렇게 읽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는, ’질문을 품고 있는 책들’을 읽을 때 한 번 시도해보자는 권유다.



2018. 11. 4. 질문술사

                  독서를 다시묻다.


참고로 예전에 윤영돈 작가님이 질문독서법에 관해 인터뷰하고 쓰신 글을 링크해둡니다. 질문하는 독서, 손으로 읽는 느림보 독서가들이 더 많아지길 기원하며....


? 문독[問讀] : 질문하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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