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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pr 26. 2019

영웅의 여정으로 돌아본 작가됨의 여정

우리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그대 앞에 놓인 길이 분명히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 다른 사람의 길일 것이다.

_ 조지프 캠벨



1. 영웅의 여정에 관하여...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영웅의 여정(The Power of Myth, 1988)은 불확실성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 과정을 다뤄나가는데 많은 통찰과 지혜를 선물한다. 캠벨은 다양한 문화와 신화 속에서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연구하였다. 다양한 신화 속에서 반복되는 주제와 연결고리를 발견하였고, 이를 모델화 했다. 스타워즈와 같은 수많은 미국 영화들은 이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있다

  캠벨이 '영웅의 여정'을 통해 밝혀낸 영웅들의 이야기의 패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Hearing a Calling : 자신의 정체성, 인생의 목적 혹은 사명과 관련하여 소명을 듣는다. 그 목소리를 받아들일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소명이라 부르면 너무 무거우니, 나는 '변화를 요구하는 초대'라고 의역했으면 한다.


[2] Accepting the Calling : 두번째 단계는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익숙했던 안전지대를 떠나 자신의 능력의 경계선 혹은 한계에 직면하도록 이끈다. 소명은 개인이 추구하는 비전과 정체성의 상징과 관련이 있다.


[3] Crossing a threshold : 경계선을 넘어가는 것은 현재 자신의 안전 지역 밖의 새로운 영역(territory)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경계선 너머에는 미지의 불확실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경계선 너머에서 우리는 자신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기회를 맞이한다. 때론 이 경계선을 넘어서기 위해 지도나 인도자(Guardian)를 찾아야 할 때가 있다. '익숙함으로부터의 결별'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 하다.


[4] Guardian : 인도자, 보호자, 혹은 멘토를 찾는 것은 종종 경계선을 넘어설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 학생이 준비되면 선생이 나타난다는 말을 생각해본다면 알 수 있다. 준비되지 않는 학생에게 스승은 나타나지 않는다.


[5] Facing a Challenge : 도전에 대면하는 것, 혹은 악마(Demon)와의 만남은 경계선을 넘어선 자의 숙명과도 같다. 악마라는 상징은 여러 가지의 도전, 경쟁, 내면의 갈등, 그리고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방해물과 위험들까지 반영한다. 악마는 꼭 사악하거나 나쁜 존재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하는 혹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는 '압도적 힘'과도 같다. 종종 이 악마는 우리 자신의 내적 두려움이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게한다.


[6] Transformation : 악마와의 만남과 도전에서 우리는 이전의 자신은 죽고, ‘새로운 정체성의 나’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을 통해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이나 자원 등을 재발견하곤 한다. 진정한 영웅이 내면에서부터 깨어나는 과정이다. 때로 많은 영웅들은 자신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고 기술, 역량을 키우며, 새로운 도구들을 얻으며, 세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저항을 다루기 위한 준비와 훈련을 하곤 한다. 하지만 주로 영웅의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 보다, 한계에 직면하여 죽음과 재탄생을 통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드러나도록 하는 과정에 가깝다.


[7] Atonement : 빛나는 길을 걷는 영웅의 여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곤 하고, 이를 속죄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8] Return : 변화된 사람으로서 집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여정의 결과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뜻한다.


  개인적으로 2006년에 로버트 딜츠의 방한 때, 딜츠에게 직접 이 모델을 기반으로 코칭을 받아본적이 있다. 매우 강력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진정 '악마'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이 내게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 이후 경계선을 넘어 코치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 어댑티브 리더십 스터디를 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여정을 안내하기 위해, 영웅의 여정 모델을 조금 수정해서 만들어보았다. 아래 내용들은 스터디 참가자들이 '변화를 이끄는 여정'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예시로 설명하기 위해 썼다. 내 사례를 간단히 설명해보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질문들을 거칠게 끄적여보았다.




2. 작가됨의 여정 (질문술사의 경우)



   여정을 떠나기 전에 누구나 익숙하고, 머물고 싶은 안전지대가 있다. 예를 들자면 '글을 읽는 것 만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와 같은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리고 배운 것을 강의나 워크숍으로 만들어 전달해본적은 있지만, 글을 써서 팔아본 적이 없었다. 학습자, 코치,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자연스러우나 '작가'라는 말은 내게 대단히 안전하지 않은 경계선 너머에 있었다.


머물고 있는 안전지대는 어디인가?

어떤 핑게를 대면서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는가?

그 안전지대에 머물러서는 절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해도 남아있겠는가?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다양한 작가들의 글 자체가 초대다. 책을 펴내겠다는 시도를 수차례 했지만,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고 뒤로 미뤄두고 있었다. 어느날 브런치에서 작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 내 경우엔 이 광고가 작가가 되어가는 여정을 다시 시작하라는 초대장이였다.


그대에게 도착한 초대장은 무엇인가?

초대를 무시하고 계속 살아갈 것인가?
 
지금 응답하지 않은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응답할 것인가?
 


  설렘과 두려움을 품고, 용기를 넣어 지원서를 작성해서 넣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예전에는 혼자 습작노트에 끄적였다면, 브런치 글쓰기는 쓰는 동시에 공개되었다. 미지의 독자 앞에서 홀로 서야했고, 이는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를 이끌었다. (다음 질문은 떠나지 못하는 변명을 듣자는 질문이 아니다)


담대하게 넘어서야 하는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미지의 영역으로 떠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왜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가?




 경계선을 넘어설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안내해준 스승들이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와 같은 조언도 있었고, 이미 책을 쓴 수많은 선배와 동료들도 나에겐 스승이였다. 책쓰는 법을 코칭해주는 분들의 과정에도 들어가보았다. 문제는 스승이 본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글은 내가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깨달은 이후에 스승을 찾아다니는 것은 그만두었다. 내가 준비되면 스승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더라. 저자가 되기 위해, 글을 쓰기 위해 스승을 찾아 삼만리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그대에게 가이드나 스승이 되어주고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미지의 영역에서 나아가기 법을 배우기 위해선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스승이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스승이라는 안전지대를 떠나 홀로 서야 할 때는 언제인가?




  막상 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내 역량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는 수많은 괴물들을 만나게 된다. 내 경우엔 나의 변덕스런 호기심이 괴물이였다. 글의 제목과 목차, 주제를 수시로 바꾸게 했다. 쓰다보면 곧 흥미를 잃기에 이 괴물은 참으로 잔혹했다. 두번째 괴물은 완벽주의.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과 책을 내고 싶다는 오만함이 바로 괴물이었다. 첫 책부터 잘 쓰겠다는 마음,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면, 책은 탄생하지 않더라. 세번째 괴물은 바쁘다는 핑게. 글쓰기를 바쁘게 만들지 못하면, 늘 바쁜 일들은 찾아오더라.



어떤 괴물이 그대가 작가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가?

그대가 마주한 외부의 괴물은 무엇인가?

그대 안에 살고 있는 괴물은 무엇인가?

그대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진짜 괴물인가 아니면 스승인가?




  물론 우리는 실패하고 좌절한다. 글을 다 쓰고도 출판사를 찾지 못할 수도 있고, 다 썼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출간후에 예상보다 적게 팔리며, 자신의 글이 인기가 없음을 알게 될 수도 있다. 한계에 다다른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선을 다시한번 넘어서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첫 책을 내고나서 나는 수십개의 오탈자가 가득한 3000권의 책들이 시중에 뿌려지는 일을 목도했다. 심지어는 감사의 글에 적은 지인들의 이름도 잘못 썼다. 나와 편집장님이 수차례 검토했지만 역시나 그랬다. 출간이 예정일보다 늦어졌기에, 조금 서둘러서 작업하다보니 마무리 작업이 미흡했다. 이 경험 때문에, 두번째 책은 원고를 다 완료하고 나서 출판계약을 하고 싶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이 경험에서 배운 것은 꽤 많다.



지금 어떤 한계에 부딛혀 좌절하고 있는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좀 더 머물러 있어도 나쁘지 않지만, 언제 다시 여정을 시작 할 것인가?

실수나 실패에서 배워야 하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이 압도적인 경험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자신 안의 가능성과 힘을 자각해야 한다. 때론 새로운 도구도 획득하고, 숙련해야 한다. 글쓰기 과정에서 내가 가진 '질문의 연금술'은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글쓰는 과정 자체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TOC(제약이론)의 논리적 사고도구(TOC Thinking Process)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글을 쓰는 것을 꽤나 힘들어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요즘엔 꽤나 불친절한 시를 쓰고 있긴 하다)



변화의 여정에서 발견한 그대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그대가 활용해야하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은 무엇인가?

우리는 함(Doing)을 통해 함(Doing)을 배운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떻게 그대가 가진 역량들을 숙련해야 하는가?




 캠벨의 모델에는 없지만, 나는 의미있는 성공을 거둘 때 마다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되는 여정을 걸으며 첫 책을 냈다. 출판사가 아니라 내가 직접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1쇄가 다 팔리고 재쇄가 나왔을 때는 친구들에게 알리고 조촐히 기념했다. 책이 팔리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자랑질을 했다. 우리는 더 많이, 혹은 자주 성공해보아야 한다. 브런치를 통한 글쓰기가 책으로 이어진 것은, 글을 읽어주는 이들이 SNS에 공유하거나, like it을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아주어서이다. 아마 그런 피드백이 없었다만, 나는 또다시 도망쳤을 것이다.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작은 성공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힘이 되는 피드백은 무엇이고,
그런 피드백을 기꺼이 당신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대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해줘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작은 성공을 꾸준히 경험한 이후,
그 다음으로 도전하고 싶은, 조금 더 큰 성공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글을 쓰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그 글을 읽어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작가가 되는 것은 결국 당신이 쓴 글을 책으로 엮어줄 편집자와 출판사를 만나야 하고, 당신의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소감을 나누주고, 지인들에 추천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더 좋은 책을 내기 위해 훌륭한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만나고, 공동저술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질문과 관련된 책을 내는 출판사도 세워보고 싶긴하다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여서 조금 뒤로 미뤄두고 있다. 더 큰 도전에는 더 좋은 협력자가 필요하다.

  


  그대에게 필요한 협력자는 누구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로 하는가?

  그가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댓가로,
당신이 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인가?

  당신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3. 다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며..


  첫 번째 책을 낸 이후로 2년이 흘렀다. 두 번째 책으로는 조금 색다른 도전으로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꾸물거리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미지의 세상'으로 담대하게 떠나라고 등 떠밀곤 하지만, 나 역시도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안전지대 밖은 위험하다. 그러나 안전지대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더욱 위험할지도 모른다. 조만간 새로운 여정길에 올라야겠다.


2019. 4. 26.

질문술사

작가됨의 여정을 다시 묻다



영웅질문 워크숍에 참석하신 비주얼쉐어링 이지현 대표가 그래픽 레코딩으로 놀라운 선물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영웅의 여정'을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추천도서 리스트]


영웅의 여정 입문도서 1 _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영웅의 여정 입문도서 2 _ 신화와 인생

영웅의 여정 심화 도서 3 _  위쪽으로 떨어지다

영웅의 여정 심화 도서 4 _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두 번째 여정이 끝나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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