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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는 시, 손을 움직이는 시

게으른 손, 나쁜 손을 움직이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

by 삼봄


나에게 좋은 시란?




진솔하고, 간결하고, 울림이 있는

좋은 시를 발견하면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는다



진솔하고, 간결하고, 울림 있는 시는

시인이 되고픈 내 손을 움직여

시시한 시라도 끄적이게 만든다



좋은 시인의 맑고 따뜻한 마음이

내 손을 타고 내 글로 스며드는 것 같지만

진솔하고, 간결하고, 울림 있는 시인의 시가

내 손으로 직접 끄적인

나의 우울하고 장황하고

꾸민듯한 문장들을 부끄럽게 쳐다본다



그래도

손이 가는 시가 좋고

손을 움직이게 하는 좋은 시가 좋다






2019. 8. 26.

질문술사 시인박씨

나에게 좋은 시는 무엇인지

다시 묻다


이번 주엔 펜을 그만 들자고 해놓고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게 만드는
좋은 시를 옮겨 적다가
나도 시를 또 썼다

나쁜 손을 움직이는
참말 좋은 시다


나쁜 손, 좋은 시 (초고)
예를 들자면 이런 시가 나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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