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024.11.29 순진무구한 담담詩일기 _ 중요한 것은
어쩌다 보니 벌써 40대 후반이 되어가지만, 내겐 여전히 5살 아이 정도의 순진무구함이 남아있다. 철없는 부분이 있다는 소리다. 살아있는 한 의도하지 않더라도 타자에게, 더 넓게는 다른 생명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여전히 슬퍼지곤 한다.
타자에 대한 폭력을 멈추고 싶기에 내 앞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돌아가는 길과 죄인으로 살 수밖에 없다면 괴로움은 그냥 감당하고 속죄라도 하고 살자고.
그 두 가지 길을 모두 통합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주 좁은 길을 발견한 거 같다. 물론 그 길에도 괴로움이 없진 않으리라. 생각과 감정이 종종 빠지는 동일시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무상함에 주의를 기울이며 알아차리기, 동시에 나 아닌 타자에게 가 닿기 위해 사랑이 이끄는 길을 기꺼이 걷는 것이다.
‘더 자유롭고 품위 있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은 드높을수록 좋다. 사랑의 질을 높이고 또 높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생을 살면서 ‘이것이 내 삶의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_ 김선우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
|||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남은 삶에서 가장 목표가 ‘사랑이 내 삶을 이끌게 하는 것’이길 바란다. 만약 사랑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내 목표와 당신의 목표가 달라도 좋다. 그게 무엇이든 서로 최선을 다 해보자.
더 사랑하며 살자
올해 많이 아팠지만,
1cm 정도는
성숙해진 거 같아 다행이다.
새해엔
1cm 정도는
더 사랑할 수 있으리라.
_ 삼봄詩作 < 2025 새해 의도>
||| 여전히 삶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을 조금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_ 엘렌 바스 <중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