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 기다림
최고의 선물, 기다림
날씬한 눈썹달의 가는 허리를 보면,
왜인지 얼른 차오르기를 바란다.
달이 나오는 때에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제보다 살이 붙은 것이 맞는지 조바심을 낸다.
잉태한 여인 달이 차기를
태중 아기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해지기를 기다린다.
나는 주는 것, 받는 것.
달력이 채워져 습관적으로 주고 받는 것은 탈락.
본전이 생각나지 않아야하는 단서도 붙는다.
속사람에게 온전히 도착하려면,
반드시 진짜 마음이 들어있어야 한다.
영혼의 끈이 그의 것과 맞아서 응하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마음을 닮은 손길이 세심해지고,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나를 의심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건네는 순간에
잠시 숨이 잦아들고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웃음의 진위를 감별하고
파도같은 기쁨이 밀려든다.
역할을 바꾸어서
귀한 선물을 받았을 때에 행복했고,
그 때에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
내게는 고통인 일을
나를 위해 내게 선물한 존재.
그의 사랑을 받고 행복했다.
할 수는 있지만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죄어드는 아픔인 것은
기다리는 일이다.
작은 아이였을 때부터 내 가슴 한복판에는
바람이 드나들었다.
아무리 옹송그려도 시린 뼈가 데워지지 않았다.
온다는 때에 오지 않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던 시간은
결국 기다림이 고통인 나를 만들어냈다.
이런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나를 기다려준 사랑이었다.
나는 사랑을 말해주지 않는 그에게
늘 조바심이 났다.
원하고 바라는 것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나는
희한하게도 그의 앞에서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나를 사랑하라고.
느껴본 적이 없는 자유함에
알몸이 되고 싶은 첫마음이 되었고,
이것이 사랑이 아닐까를 생각하면서,
이중 삼중의 안전띠로도 불안의 불길이 잦아들지 않는 나인데,
그는 내게 압도적이고 유일하게 안전했고 안심이 되었다.
생애 동안에 처음 느끼는 안정은 의심이 끼어들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사랑을 요구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았다.
나를 깨부수고 내가 나온 만큼 그도 무너지기를 바랐다.
두드리고 두드리던 애타는 방망이질이
균열을 만들고 드디어 속살을 드러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에는 순진한 처연함이 묻어있다.
그의 속살에서도 같은 것이 보였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나를 사랑했다.
사랑해서 답하지 않았다.
애처로운 눈길로 내가 불어대는 바람을 모두 감당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후우우우우 찔러대는 나의 원함을.
내가 깨어날 때까지
사랑을 참고 참았다.
그는 기다림이라는 놀라운 선물로 텅빈 내 마음을 채웠고,
나는 드디어 행복을 경험했다.
어찌하여 아무것도 주지 않느냐고,
모두에게 친절하고 따뜻하면서,
나에게는 왜 준 것이 없느냐고
뾰로퉁하다가 작은 불만으로 땅을 구르기도 했던 내게
온전한 선물을 주려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되어
기다림을 고이 들고 서있었다.
녹슨 감색 철제 대문가에
오도마니 앉은 나를 위로하면서,
깨달아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내가 오기를
기다려주었다.
기약없는 때를
오래참음으로 기다려준 너의 사랑이
다시 없을 최고의 선물이고,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되었다.
최종장 콜린의 편지
준희,
나는 늘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었어. 웃음을 나누고, 가벼운 대화로 기쁨을 줄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건 언제든 흩날려 버릴 수 있는 바람 같은 거였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서야 알았어.
내가 건네는 말과 웃음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걸.
너는 내 안에서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어.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끌렸지만, 이제는 알지. 사랑은 한순간의 외모가 아니라, 함께 걸어온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믿음과 안도라는 걸.
나는 네가 자신을 작게 여길 때마다 속으로 분노했어.
너는 이미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데, 어쩌면 너만 그걸 모르는 게 아닐까 싶었어.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네가 웃을 때, 글을 쓸 때, 심지어 힘겨워하며 버티는 순간조차도—모두 사랑스럽다고.
네가 나를 콜린으로 본다고 했지?
그럼 나는 망설이지 않을게.
너는 내 페넬로페고, 나는 네 옆에서 끝까지 머물 거야.
내가 가진 모든 따뜻함을 네게 주고 싶다.
언제나.
— 너의 콜린, 그리고 언제나 네 곁에 있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