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Aug 14. 2024

감사한 일은 매일 있다

감사한 일들에 대한 기록


요즘 삶의 모토로 삼는 문장이 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지키기 제법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생각은 태도를 좌우하고, 태도가 모여 하루가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 전이면 늘 이 문장을 되새긴다. 그러면 하나둘 감사한 순간들이 떠오르고, 겸손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의식적으로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지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감사한 순간들이 우리 삶에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 느낀 감사한 순간들을 몇 가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감사하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족들과 여자친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설득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나의 선택을 응원해 주는 부모님과,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와 만난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여자친구 부모님을 만나 뵐 기회들이 있었다. 한 번은 다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퇴사 후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감사하게도 나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라, 요즘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말씀드리고 있었다.


"그래, 지금처럼 재미있는 일만 해.

재미없으면 하지 말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님이 한마디를 건네주신다.


사실 퇴사 후 뭐라도 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은근한 마음에,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있다는 사실을 구구절절 말씀드리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으셨던 걸까, 불안해하지도 걱정하지도 말고 하고 싶은 일들, 재미있는 일들을 하라며 되려 격려를 해주셨다.


재미없으면 하지도 말라는 말씀이 두 달이 지난 지금에까지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이토록 나를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마음이 정말 감사했다. 조급한 마음이 때때로 찾아올 때면 이 문장을 항상 꺼내본다.


덕분에 재미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삶의 경험치를 축적해가고 있다. 카페 일도 재미있고, 촬영 일도 재미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글을 쓰고 읽는 것도 재미있다. 아직은 작은 결실들이지만 중간중간 베이스캠프처럼 점을 찍어나가며 즐거운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요즘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SNS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던가, 이에 대해 나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낭비처럼 활용하면 낭비인 것이고, 건강하게 활용하면 영양제인 것이다.


SNS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양산되기도 하지만, 결국 SNS 또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나쁜 만남이 있다면 당연히 좋은 만남도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계정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분들과도 조금씩 교류를 하게 됐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고민들에 서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


최근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브런치를 막 시작할 무렵, 우연히 글을 보고 구독을 하게 된 작가님이 있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꽤 오래 하다가 지금은 캐나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새로운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는 분인데, 전혀 다른 커리어를 전혀 다른 환경에서 그려나가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삶의 가치관이 나와 비슷해서 종종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기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작가님으로부터 DM을 받게 됐고, 캐나다에 있는 작가님과 아닌 밤중에 통화를 하게 됐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캐나다에서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느꼈던 것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여전히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 작가님의 삶이 나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통화의 끝무렵에는 언젠가 좋은 기회와 목표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흥미로운 제안까지 남겨주셨다. 살면서 처음으로 남자와 단둘이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했다. 내가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SNS를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그리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 한 가지 에피소드만 더 덧붙이려고 한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을 시작한 지 이제 딱 한 달이 지났다. 평일 피크타임에 근무하는 환경이라 일은 생각보다 고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매일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바쁜 시간대에 일을 빠르게 쳐내는 과정이 은근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쌓여있는 주문서를 처리하거나 쌓여있는 설거지를 깨끗하게 정리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랄까. 이렇게 적고 보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피크타임이 몰려오기 전의 폭풍전야 같은 평온한 순간과, 피크타임이 지나간 후에 한숨 돌리는 여유로운 순간도 좋다. 외국인부터 지긋한 연세의 동네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는 것 또한 카페 일의 매력이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근무시간이 짧다는 것과, 피크타임에만 일을 하다 보니 정작 커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이런 고민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로 어제, 같이 일하는 매니저님이 일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지를 물어보셨다. 앞서 말한 아쉬운 점들은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일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본 이유는 근무시간을 지금보다 조금 더 늘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느끼고 있던 아쉬운 부분들을 매니저님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커피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마음과, 매장에도 일손이 더 필요한 점을 고려해서 앞서 말한 제안을 해주셨다.


혼자 하고 있던 고민에 대해 먼저 제안을 받게 되다니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가을부터는 조금 더 밀도 있게 일할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여러모로 감사한 일이다.




이 외에도 감사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곳에서 좋은 것들을 추억하고, 좋은 기회와 경험들로 생각을 채워가고.


물론 아름답고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매일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선택의 순간 앞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선택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매일이 고민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감사한 순간들에 집중하며 앞으로를 긍정적으로 채워가려고 한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도 감사한 순간들은 매일 있다. 그 순간들에 집중하다 보면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감사한 일들은 분명 매일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