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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정 Nov 05. 2024

무지개 토끼네 오두막

잠자리 동화

아이는 꿈나라가 시작되는 곳에 서서 먼 산을 바라보았어요.

저 먼 산에는 아이가 만나고 싶어 하던 무지개 토끼가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산은 너무 멀어서 걸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이는 분홍색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동그란 정류장 표지판 아래에서 잠시 기다리니 곧 분홍색 버스가 도착했어요.

아이는 분홍색 버스를 타고 먼 산을 향해 달려갔어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많은 동물들을 보았어요.

풀을 뜯어먹고 있는 염소와 양,

어느 집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도.


동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어요.

산골짜기는 길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버스가 들어갈 수 없었어요.

아이는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어요.

오르막길을 열심히 걷다 보니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어요.

아이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어요.

그러자 시원한 산들바람이 아이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어요.

아이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산들바람 덕분에 땀방울들이 쏘옥 들어갔거든요.


다시 한참을 걷던 아이는 갈래길에서 우뚝 멈춰 섰어요

아이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 밑동 위에 앉아 도토리 껍질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이는 다람쥐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다람쥐야, 무지개 토끼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

다람쥐가 대답했어요.

"물론, 알지."

"나에게 알려줄래? 어느 쪽인지 모르겠어."

다람쥐는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에게 도토리 하나만 가져다줘. 그럼 가르쳐 줄게."


아이는 알겠다고 하고 갈래길 주변의 나무 숲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도토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모두 주워가서 남아있질 않았어요.

아이는 다리가 아파왔지만 무지개 토끼를 생각하며 힘을 냈어요.

잠시 후, 아이는 오래된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커다랗고 동글동글한 도토리를 찾았어요.

그리고 다람쥐에게 얼른 가져다주었어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받아 들고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어요.

아이는 다람쥐가 알려준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갔어요.

그러자 햇빛이 내리쬐는 풀밭이 나왔어요.

그 풀밭에는 무지개 토끼가 자그마한 돌덩이를 베고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아이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나 봐요.


아이는 무지개 토끼가 잠에서 깰까 봐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토끼의 곁으로 다가갔어요.

그리고 그 옆에 앉아 한동안 무지개 토끼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토끼는 숨을 들이마시고 스읍- 내쉬고 후우- 하며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어요.

구름이 햇님을 스무 번쯤 지나쳐 가자 무지개 토끼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 언제 왔어?"

"응, 아까 왔어."

"깨우지, 왜 안 깨웠어."

"날 기다리느라 피곤했을 것 같아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무지개 토끼는 빙긋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데리고 오두막집으로 갔어요.


무지개 토끼의 오두막집은 작아서 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갈 때 허리를 숙여야만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머리가 지붕에 콩! 하고 부딪힐 수도 있거든요.

무지개 토끼가 식탁에 아이를 앉히고서 말했어요.

"배고프지? 내가 맛있는 요리를 해줄게."

아이는 식탁에 앉아 무지개 토끼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무지개 토끼는 곧 요리를 마치고 아이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어요.

"자, 도토리 가루로 만든 팬케이크와 강아지풀 이슬 주스야."

"이슬 주스?"

"응, 강아지풀에 맺힌 이슬을 모아서 만든 주스야."

아이는 팬케이크와 주스를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배가 부르자 조금 나른해졌어요.

무지개 토끼는 아이를 데리고 침대로 갔어요.

"여기까지 오느라 많이 피곤하지? 침대에 앉아서 쉬어."

아이가 침대에 기대어 앉자, 무지개 토끼는 책을 가져다주었어요.

귀여운 강아지가 염소와 양을 돌보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는 그 책이 맘에 들어서 두 번, 세 번 계속 또 읽었어요.

그러자 무지개 토끼는 새로운 책을 가져다주었어요.

아이는 새로운 책도 재미있게 읽고는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오두막집 창문을 두드리던 햇살도

어느새 집으로 향하는 햇님의 손에 들려 나무 숲 뒤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햇님이 돌아가자 달님이 얼굴을 내밀었어요.

달님은 햇님만큼 밝지는 않았지만 부드럽고 은은한 빛깔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지개 토끼는 아이가 잠든 침대에 엎드렸어요.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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