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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Apr 16. 2020

엄마 몰래 집에 음식 가지고 들어가기

별 짓 다하는 야식 첩보작전



오늘은 우울하고 무기력했지만 식욕은 왕성했던 집순이였을 때 이야기다.


야식이란 있을 수 없는 우리 집에서 야식 먹기란, 정말 엄청난 눈치와 섬세한 발걸음, 뛰어난 청각이 필요하다.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 후 야식을 먹어도 우연히 새벽에 일어난 엄마한테 걸리면 얼마나 민망한지.. 민망하면 안 먹으면 된다지만 뱃속에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허전한 '어느 날'이 꼭 있다. (밖에서 스트레스받은 날, 생리 일주일 전 식욕 폭발 등등)


몰래 야식을 먹기 위해선, 엄마의 생활패턴과 집안 분위기를 평소에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밌는 드라마가 하는 날이면 그날은 미리 체크해 둔다. 한 시간은 방해받지 않고 방 안에서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오늘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을 했다? 게다가 모임 사람들과 등산을 갔다 왔다면?! 그날은 일찍 주무실 확률이 높은 날이니 야식의 기회도 높아진다. 그리고 간식을 먹어도 욕을 덜 먹기 위해, 평소에 핀잔을 들어도 미리미리 빵이나 간단한 음식을 사서 엄마도 간식에 맛에 빠질 수 있도록 밑밥을 깔아 둔다. 몰래 간식을 사서 가방에 넣어 방으로 들어갈 때에는 봉지가 가방 안에서 부스럭거리지 않도록 섬세한 팔 동작과 태연하고 무덤덤한 척 연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쟁취한 야식 타임이 얼마나 꿀맛 같던지, 처음에야 양심에 찔리고 조마조마했지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간단한 과자나 맥주를 먹다가 점점 계획이 치밀해져서 나중에는 떡볶이에 치킨까지 몰래 가지고 들어와 먹었다. 쓰레기는 집 쓰레기통에 버렸다가는 치우다 발견돼 욕을 무지하게 먹으니, 따로 봉지에 묶어뒀다 밖에 나갈 때 가방에 넣어 버리는 완전 범죄를 저지른다.


점심때즘에야 쓰린 속과 퉁퉁부은 얼굴을 보며

 '아..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야식을 먹어야 하나..' 생각도 들고 '내 돈 써가면서 몸도 망가지고 밤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며 자괴감이 밀려든다.


하지만 왜 또 늦은 저녁만 되면 기름진 치킨에 유혹에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떻게 야식에서 멀어졌는지, 늦게 일어나 어영부영 보냈던 집순이의 하루의 패턴을 어떻게 다시 되돌렸는지!! 그 이후 이야기는 그림 에세이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집순이가 세상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서 집순이를 위한 책을 냈다지 뭐예요?!

민망하지만 제 책 홍보 제가 하지 누가 해주겠어요.하하.. 그래서 올린 책 홍보 & 집순이 못다 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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